비농림분야 펀드 투자 논란 해명...“재단 존재 목적과 관련성 없다보긴 어려워”
비농업펀드는 DLF 가입과 전혀 다른 사안...“논란 계기로 재무 감독 체계 강화할 것”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은행 측 권유로 원금손실 논란인 파생결합상품 DLF에 20억 규모를 투자했던 걸로 나타났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은행 측 권유로 원금손실 논란인 파생결합상품 DLF에 20억 규모를 투자했던 걸로 나타났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은행 측 권유로 원금손실 논란인 파생결합상품 DLF에 20억 규모를 투자했던 걸로 나타났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농촌진흥법을 기반으로 지난 2009년 9월 설립된 농촌진흥청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재단 측은 이를 앞서 보도돼 논란이 된 바 있는 비농림분야 펀드 투자와는 별개 문제로 못박았다. 또한 해당 DLF 문제에 대해 만기까지 손실추이를 지켜보고 결과에 따라 은행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검토함과 동시에 내부적으론 재무 감독 체계를 강화할 거란 입장이다.

25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관계자는 지난 24일 농업과 무관한 곳에 예산을 펀드 투자했다는 팜인사이트 보도 내용에 대해 “진짜 문제가 된 건 재단 존재 목적 차원에서 투자하는 펀드가 아닌 별도 유동성 자금으로 DLF에 ‘가입’한 게 손실을 입은 부분”이라며 “지난해 농업 예산과 무관하게 투자했다고 지적받은 펀드는 지역 내 식품 관련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비농업펀드지만 재단 존재 목적과 아예 맞지 않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비농업펀드는 한국벤처투자에서 운용하는 중소기업모태펀드 중진계정 자펀드인 미래 ESV(Enterprise Social Value) 투자조합 제1호로 알려졌다. 이는 패밀리펀드 중 일부로서 일정액을 매월 투자가로부터 모집하는 단위형 투자신탁이다.

앞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현재 펀드에 출자액 중 일부인 6000만원을 납입한 재단은 농업 기업을 주 투자대상으로 삼거나 농림 분야 의무 투자비율을 설정하지 않았단 점에서 해당 펀드 출자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농업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성과의 실용화를 촉진하기 위함이라는 농촌진흥법 제33조 1항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고 언급됐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매년 농림 분야 우수기술 사업 실용화를 위해 투자하는 펀드는 총 4가지다. 이중 3가지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로 농업과 직접 관련이 높다. 2017년엔 100억 투자 규모 중 재단 출자금액으로 총 5억원, 2018년엔 같은 규모 중 총 10억원, 올해엔 425억 짜리 펀드에 5억원을 출자했다. 총 출자액에 맞춰 펀드 운용사의 요청에 따라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로 쪼개서 출자하는 방식으로다.

반면 나머지 1가지는 비농업펀드로 지역 내 식품관련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보도됐던 미래 ESV 한국모태펀드는 전북지역 농·식품 기업들에게 투자됐으며 총 결성금액 125억 중 재단 출자금액은 3억원이었다. 운용사는 전북지역대학연합지주회사로 전북대학교, 전주대학교 등 전북지역 대학에서 돈을 출자해 펀드를 운영한다.

즉 위 경우는 재단 측에서 펀드 자금을 출자해 투자한 게 맞지만 단기 유동성 자금을 파생결합상품에 가입해 손실을 입은 건 전혀 다른 별개 사안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가 판매한 파생결합상품(DLF, DLS)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이며 이중 99.1%는 은행에서 펀드(사모 DLF)로 판매됐다. 판매잔액 중 89.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피해가 더 컸던 건 개인고객이나 DLF에 가입했던 법인들도 총 118개사에 10.9% 비중을 차지해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다. 이중 DLF 상품에 대한 총 법인 판매액 898억원 중 20억원을 차지하게 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전체 법인 규모 중 2.22%를 차지한다.

재단 측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재단을 방문해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독일과 영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상품이다’라며 DLF 상품에 가입하길 권유했다. 재단이 가입한 상품은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 CMS 금리 DLF 상품이며 출자금액은 각 10억씩 총 20억원, 가입시기는 각각 지난 4월 17일과 1월 22일이다. 독일 상품에 경우 만기는 오는 28일로 임박한 상태이나 지난 23일 기준 원금손실률은 –72.1%로 7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거의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기가 내년 1월 23일인 영국 상품은 지난 23일 기준 원금손실률이 –30.7%이며 지켜볼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기 위해 유동성 자금을 이용해 정기예금이나 단기금융상품 등을 가입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지난 10년 간 이자수익으로 13억을 벌었다”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은행에서 파생결합상품 제의를 받았으나 상품이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고 담당팀이 결정해 상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원금 손실이 100%까지 가능한 상품이라고 설명을 들었다면 절대 가입할 일이 없었던 만큼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한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8월초 원금 손실에 대해 인지해 손절매를 고민했으나 중도 상환시 발생하는 수수료 때문에 결국 그러지 못 하고 만기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 재단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일을 계기로 재단에서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원금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매 시점을 검토하고 우리은행 측의 불완전판매(상품 위험성 고지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동시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회계전문가 확충 및 전담팀 신설 등 재무관리시스템과 자금운영제도의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금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DLS 개인 가입자인 원고들은 법무법인 로고스를 소송대리인으로 우리은행에 1건, 하나은행에 3건 총 4건의 소장을 접수해 DLF 피해자 배상을 위한 첫 소송 제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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