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의 충돌+정경심 구속시 文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계기 될지도
여야, ‘피의사실 공표’ 내로남불식 활용…양날의 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검찰의 수사팀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검찰과의 충돌을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과의 충돌은 정치적 부담이 크고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여기서 밀릴 경우 국정 주도권을 잃는다는 위기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같은 대응은 조국 지키기로 읽힐 수 있다. 현재 조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존재하는 가운데 민주당의 고강도 대응에 대한 악화된 여론이 맞물릴 경우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격앙된 민주당, 檢 ‘피의사실공표죄’ 고발 검토까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민주당은 끝까지 냉정하게 검찰 수사를 주시하겠지만 검찰 발 피의사실 유포로 보이는 언론 보도만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별건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못된 수사행태로 검찰이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는 불행한 일은 없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과거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검찰이 다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오명만큼은, 더 이상 우리 민주당은 상상할 수 없다”며 “또한 국민은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견제 받지 않는 권력, 검찰의 개혁을 열망한 바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이 두 분을 임명한 것은 바로 이러한 국민의 절절한 염원에 부응하기 위한 대통령의 응답이었다”며 “윤석열 시대의 검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검찰이 정치로 복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검찰 조직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오직 국민의 검찰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 민주당은 검찰의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신뢰하지만 동시에 검찰은 모든 국민이 검찰수사 결과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8일 법무부 당정회의를 하면서 민주당은 당정 간에 ‘수사공보준칙 개정안’에 합의했다”며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공표와 이를 통한 여론재판, 이런 것들은 온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무죄추정원칙’이라는 형사법 상의 대원칙에도 어긋나 있고, 이를 통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 ‘수사공보준칙 개정안’을 확정하면서, 이것이 공교롭게도 ‘오비이락’이라고 할까, 자칫 시행 시기의 문제가 ‘조국 장관이 자기 보호를 위해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어서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완료된 이후에 시행하자’고 발표했다”며 “그런데 문제는 그날부터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검찰의 피의사실공표가 훨씬 더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다. 피의사실공표는 지금 현행법상으로도, ‘수사공고준칙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명백한 위법”이라며 “이 위법행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래서 오늘 오전 중에 법사위원들과 심각하게 검토해볼까 한다”며 “검찰의 위법행위에 대한 심각성 문제를 수정하기 위해서라도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서 검찰에 대한 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초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더 이상 법을 어기는 검찰이 아니고 법을 준수하는 검찰로 태어나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야, ‘피의사실 공표’ 아전인수식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법무부 장관.[사진 / 시사포커스 DB]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해묵은 문제였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 ‘논두렁 시계 사건’까지 언급하며 조 장관과 관련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비판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하계 워크숍 인사말에서 “피의사실을 유포해서 인격살인을 하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는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비판한 민주당을 두고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대표는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힌다고 한 건지, 권력 실세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건지 분명하게 답하라”라고 맹비난 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에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 딸의 KT 취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비판했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서는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어떻게 특정 방송에 기소장이 그대로 나가냐”며 “이렇게 계속 야당 죽이기를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주광덕 의원도 “피의사실을 공표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든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검찰 신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표창원 의원은 “피의사실 공표죄는 그동안 국민 알 권리를 위한 공익 목적으로 위법성 조각 사유로 대부분 인정됐다”고 국민의 알권리를 중요시 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렇듯 피의사실 공표는 여야 모두에게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처럼 작용되어 왔다. 때문에 각 당에 유불리에 따라 피의사실 공표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된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지만 '왜 지금'?

형법 126조를 보면 피의사실공표죄는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 사실을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문화되어 왔다.

하지만 조 장관 가족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연일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비판을 해오던 민주당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조 장관 임명 직후 법무부와 당정 협의를 통해 검찰의 수사 기밀 유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국 지키기’, ‘검찰 옥죄기’가 시작됐다는 비판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정은 공보준칙 개정 시기를 조 장관 가족들에 대한 수사가 끝난 뒤로 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기준을 세운 시기가 오해를 하기 쉬운 때에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조 장관 가족들을 수사하는 수사팀을 고발할 경우 조 장관을 비롯 민주당, 청와대에 대한 반대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기밀이나 자료로 보이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 나오게 되면 조 장관 가족들에 대한 의혹이 증폭,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직 법무부 장관의 가족이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다는 여지를 남길 수 있을뿐더러 ‘조국 지키기’가 자칫 검찰 전체와 대립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이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딸의 KT 취업 특혜 의혹 사건 말고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된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 됐을 때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활용했었기 때문에 이른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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