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해명’ 촉구에 드디어 입 연 羅…파장 있으나 한국당 지지율 제동 걸진 못할 듯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들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들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딸 부정입학 논란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정작 이를 질타해온 자유한국당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녀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면서 급기야 당내 일각에서까지 직접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특히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데다 미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중국적 논란까지 휩싸이면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결국 나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를 해명하며 사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 나경원 아들 의혹에 홍준표, 당내서 처음 ‘쓴 소리’

나 원내대표 아들 의혹은 당초 조국 장관 딸이 고교 시절 2주간 단국대 의대에서 인턴을 하고 국제적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제기됐는데, 이에 나 원내대표가 “본인이 고교 시절 직접 실험을 통해서 과학경진대회에 출품한 포스터를 작성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예일대에 입학했다”고 해명한 뒤 잦아드나 싶었지만 다음으로는 나 원내대표가 부산지법 판사로 재직할 당시 원정 출산했다는 의혹이 즉각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한때 인터넷에는 나 원내대표가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라치몬트 산후조리원’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아예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 아들이 예일대 재학 당시 한국계 미국인 학생회인 KASY(Korean American Students as Yale)dp 가입돼 있는 점을 들어 이중국적 의혹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조국 의혹 관련해 그간 야권으로부터 난타 당해온 더불어민주당까지 19일 이경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 거주 네티즌들이 부유층 원정출산 예비 엄마들 사이에서 최고급 산후조리원으로 유명한 라치몬트를 주목했고 예일대 재학 중인 아들이 한국계 미국인 학생들 모임인 KASY에 속해 있다는 의혹을 거론했다”며 나 원내대표 압박에 점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자칫 조국 퇴진 투쟁의 동력을 상실하고 도리어 나 원내대표 때문에 정부여당에 반격의 빌미를 주게 될 것을 우려했는지 결국 같은 당 내부에서도 나 원내대표를 향해 의혹을 하루빨리 해명하라는 주문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앞서 조 장관 임명을 막지 못했다면서 나 원내대표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가 민경욱 의원과 이미 한 차례 설전도 벌인 바 있는 홍준표 전 대표가 그 선두에 섰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여권의 공격이 마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1억 피부과 파동을 연상시킨다. 그때는 논쟁만으로 큰 상처를 입고 우리가 참패했지만 이번 논쟁은 조국 자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형평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라며 “본인 및 당이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조속한 대처를 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다른 사안도 있지만 핵심은 원정출산 여부”라며 “말로만 서울에서 출생했다고 하기보다 예일대 재학 중인 아들이 이중국적인지 여부만 밝히면 논쟁은 끝난다. 여권의 조국 물타기에 대처해야 하니 한 방에 역전시키라”고 주문했는데, 이 글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날 올린 또 다른 글에선 “한국 특권층들의 더러운 민낯이 바로 원정출산”이라고 꼬집어 사실상 나 원내대표에 다시 거취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아들 관련 논란이 일어난 뒤 이를 놓고 다시금 페이스북으로 설전을 벌인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좌)와 민경욱 의원(우). ⓒ포토포커스DB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아들 관련 논란이 일어난 뒤 이를 놓고 다시금 페이스북으로 설전을 벌인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좌)와 민경욱 의원(우). ⓒ포토포커스DB

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황교안 대표가 낙마하기 기다리며 직무대행이나 해보려고 그 자리에 연연하는가”라며 나 원내대표가 당권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시각을 내비쳤었는데, 그래선지 이번에도 나 원내대표는 맞대응하지 않는 가운데 21일 민경욱 의원이 나서서 “내부총질은 적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응수해 홍 전 대표가 다시 “이걸 총질이라고 철없는 비난하니 이제 당 문제는 거론 그만 둔다. 그런 치졸한 시각으로 정치해왔으니 탄핵당하고 민주당에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 일파만파 논란에 직접 해명 나선 나경원, 의혹 완전 불식시킬까

이런 와중에 같은 날 광화문에서 열린 ‘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 연설에서 “저보고 뜬금없이 원정출산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요구한다. 문 대통령의 딸과 아들, 조국의 딸과 아들, 황 대표의 딸과 아들, 제 딸과 아들 다 특검하자”고 제안했었던 나 원내대표는 본인 자녀 의혹이 자칫 당 내홍으로 비화될까 우려했는지 22일만 해도 “홍 전 대표 말씀에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던 입장을 뒤집어 23일엔 직접 해명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지법 근무 당시 서울에 와서 아이를 낳았다고 수없이 이야기해도 희생양으로 삼아 몰아붙이고 있다. 라치몬트 산후조리원은 설립 연월이 2000년이고 내 아들은 1997년생”이라며 “지지층을 동원한 여권의 여론조작 수법이 매우 치밀하다. 지난주 월요일에 ‘라치몬트 산후조리원’이 온종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였고 네이버에서도 상위 4위까지 랭크됐는데 그렇게 조작된 실검을 비합리적인 매체가 기사로 쓰고, 지난주 민주당이 논평을 내면서 다시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KASY 의혹과 관련해서도 “한국 국적이든 미국 국적이든 심지어 어느 나라 국적이든 참여 가능하다. 예일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클럽”이라며 “원정출산이 아니냐고 하더니 이제는 이중국적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둘 다 아니라고 다시 말씀드린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나 원내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특검 제안을 거부 중인 민주당을 겨냥 “없는 죄 만들지 말고 있는 죄 덮지 말라. 떳떳하면 제가 제안한 특검을 하면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결국 홍 전 대표도 이날 해명이 나오자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부터 그랬으면 아무 의혹 없이 대여 공격을 할 수 있었을 것인데 늦었지만 진실을 밝혔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당당해야 좌파들을 상대할 힘이 생긴다”며 “네 사람 자녀 특검이라도 해서 누명 벗고 문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고 전과 달리 나 원내대표에 호평을 보냈다.

다만 나 원내대표 자녀 의혹으로 인한 여파가 완전히 가라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딸은 온갖 걸 다 공개하라고 요구하고는 출생증명서 하나 공개하지 못하는가”라며 증빙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 측은 아들을 서울의 병원에서 출산한 것이 확실하고 자료도 갖고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이것을 밝히면 또 다음 걸 물고 늘어지기를 반복할 것이기 때문에 그 의도에 끌려 들어가지 않겠다고 (나 원내대표가) 얘기하고 있다”며 “이것을 밝히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곧 공개될 거라고 보고, 시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일단 의혹을 완전히 해소시키려면 출생증명서와 같은 증빙자료 공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야권에 속하는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2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조국은 캐고 나경원은 덮고, 또 조국에 들이대는 검찰의 칼은 날카롭고 나경원에게 들이대는 칼만 무디다면 국민이 공정한 검찰로 보겠는가”라며 “나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고발돼 있기 때문에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로 정치권에서도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진 않을 모양새다.

◆ 羅 자녀 논란 영향은 제한적? 여러 악재에도 한국당 지지율은 상승세

9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주간집계 결과 ⓒ리얼미터
9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주간집계 결과 ⓒ리얼미터

더구나 나 원내대표에게 홍 전 대표가 해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불거진 당내 갈등 역시 나 원내대표의 해명이 나온 뒤 홍 전 대표가 환영 입장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 한국당 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통합 대신 분열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조국의 편, 문재인의 편이다. 조국과 문재인을 놔두고 창과 칼을 당내로 겨누시겠는가”라며 “중차대한 과업을 앞두고도 한국당 내부 분열을 획책하는 세력은 역사의 책망을 받아야 할 적”이라고 홍 전 대표에 경고했다.

심지어 이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홍 전 대표의 해당행위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며 “윤리위 소집 등 필요한 조처를 통해 엄중한 시기에 당의 규율을 잡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도 주문했는데, 사실관계 확인으로 해결될 부분이 자칫 당내 갈등만 부각시켜 모처럼 잡은 정국 반전의 기회마저 날리게 되는 게 아니냐며 이들의 과격한 움직임에 일부 우려 어린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민의 이목은 나 원내대표 자녀 관련 의혹보다 조 장관 수사 결과에 더 집중되어 있다 보니 당장 한국당 지지율에는 별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데, 실제로 지난 16~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3010명에게 조사해 23일 발표한 9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1.8%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4%P 하락한 38.1%에 그쳤지만 한국당은 2.4%P 상승하며 32.5%를 얻어 매주 그 격차를 바짝 좁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진보 성향인 정의당과 평화당 등은 모두 하락한 데 반해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 등 보수정당들은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상승하고 있고, 대통령 지지율까지 한 달 넘게 데드크로스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긍·부정 격차는 도리어 벌어지고 있어 조 장관 의혹을 덮을만한 ‘한 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논란이나 내홍 정도로 여당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설령 나 원내대표 자녀 의혹 관련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와도 보수정당 우세 국면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