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 징계에 비당권파, ‘중대 결단’ 경고해도 물러서지 않는 孫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손학규 대표에게 하태경 의원 징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손학규 대표에게 하태경 의원 징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홍이 다시 표면화되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였던 바른미래당에서 지난 18일 당 윤리위원회가 결국 하태경 최고위원에 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리자 이를 전면전으로 받아들인 비당권파의 반발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내분이 점점 격화되는 모양새다.

그간 당권파 4명, 비당권파 5명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의에서 하 최고위원의 징계로 양측 동수가 되면서 사실상 손학규 대표가 결정권을 가지게 돼 비당권파 입장에선 최후의 실권조차 빼앗기게 됐기 때문인데, 내년 총선이 7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더 이상 과거처럼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외견상 봉합하는 모습조차 보이기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당헌당규로 맞서도 ‘별무소득’인 비당권파…단지 ‘철회 호소’ 뿐?

손 대표를 향해 ‘나이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발언했다가 윤리위에 회부된 하 최고위원이 결국 18일 징계 받을 위기에 처하자 하 최고위원 본인은 물론 오신환 원내대표와 이준석·권은희·김수민 등 비당권파 최고위원 5명은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윤리위 결정은 무효란 명분을 마련하고자 지난 4·3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선정과 관련해 김유근 전 당무감사위원에 대해서만 징계 논의를 개시하고 관련 당사자인 손 대표에는 아무 논의를 하지 않아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안병원 윤리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요구안을 전격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당권파의 노력이 무색하게 같은 날 오후 윤리위에선 약 3시간 동안 논의한 뒤 하 최고위원에 대해 6개월 직무정지를 의결했고, 지난 2개월 간 최고위 보이콧 선에서 손 대표에 맞서던 비당권파는 한층 격앙돼 손 대표를 맹비난한 데 이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의원총회까지 19일 개최했다.

자신에 대한 징계 결정이 나온 당일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는 조국과 투쟁전선에서 힘을 합쳐도 부족한데 당권에 눈이 멀어 내부 숙청에만 집중하고 있다. 최고위원 과반수가 불신임한 윤리위원장은 자동 자격 상실이므로 이건 원천무효”라며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던 하 최고위원은 당할 수만 없다는 듯 19일 오 원내대표 등 다른 비당권파 최고위원들과 함께 손 대표에게 윤리위원장 불신임에 대한 최고위 긴급 안건 상정 요구서를 보냈다.

당무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당 대표에게 윤리위원장 불신임을 요구한 때에는 당헌·당규상 당 대표가 응하게 되어 있지만 당무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 않아 최고위원회가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만큼 앞서 재적 과반의 최고위원들이 요구한 윤리위원장 불신임 효력 발생시기와 윤리위의 하 최고위원 징계 결정 효력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논의·의결하자는 요구였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19일 비당권파들은 긴급 의총에 유승민 전 대표를 포함한 9명이 모여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다만 손 대표가 징계 철회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이날 의총 직후 오 원내대표는 추가 논의를 거치겠다는 의사만 내비칠 뿐 구체적 안을 내놓지는 못했는데, 손 대표를 무시한 비상대책위원회 설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대위 전환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면서도 “구성원들과의 절충이 남아있어 진행 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히는 정도에 그쳤고 19일 원내대책회의처럼 20일 최고위원회에서도 실질적 압박 조치보단 손 대표에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20일 최고위 회의엔 이례적으로 지상욱 의원이 비당권파 중 유일하게 나타나 “하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에) 네 번이나 공개 사과를 했으며 당시도 아니고 몇 달 지난 다음에 윤리위는 최고위원 5명이 위원장 불신임을 요구한 뒤 이뤄졌다. 이 당은 대표 사당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는데, 심지어 당권파인 문병호 최고위원조차 “퇴진파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하 의원 징계와 관계없이 정족수가 안 된다”며 비당권파 측에 일부 힘을 실어줬다.

◆ 당권파 일각 비판에도 강경한 孫 대표, 자신감 배경은?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14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14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는 “지난 18일 제출된 불신임 요구안과 19일 긴급 상정요구서 모두 하 최고위원이 날인했다. 징계 절차가 개시된 상황에 징계대상자가 주최 대상자를 불신임한다는 건데 자기 재판관을 자기가 고를 수 없다”며 “불신임안이란 것은 최고위 상정을 전제로 제출한 것이고 윤리위원장 불신임은 최고위원들이 아니라 최고위라는 것이 해석 여지가 없이 명확하기 때문에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당권파의 요구를 단번에 일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당헌 91조는 당헌당규에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서면으로 결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당면과제를 대체하기 위해 구성된 특위나 소위의 경우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만 예외로 하고 있다”며 “5명 최고위원이 절차에 따른 최고위 회의 안건심의와 의결 없이 서면으로 불신임 요구를 하는 것은 불신임 권한을 규정한 당헌상 윤리위원회 설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손학규가 어떤 의도를 갖고 배후에서 결정한다는 허위주장은 모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손 대표는 자신을 겨냥해 전날 의총 직후 ‘손 대표가 이렇게 정치를 추하게 할 줄 몰랐다’고 꼬집었던 유승민 전 대표를 향해서도 이날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의 발언에 품격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지도자의 발언은 적을 상대로 해서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 같은 손 대표의 반박에 하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에 대한 징계는 반대 의견을 냈던 윤리위원 모두 퇴장하고 손 대표 측이 임명한 네 명만 남아 강행처리했다. 또 손 대표 윤리위는 제소된 안건 중 손 대표 본인의 비위 사건과 측근들의 해당행위, 막말 건은 심사조차 안 했는데 손 대표 비위 사실 폭로하고 전횡 비판한 사람만 징계 시도하고 최고위 장악을 위해 저를 먼저 징계한 것”이라며 “그래놓고 모든 게 적법했다, 난 모른다고 하고 있으니 조국도 탄복할 소리다. 품위를 말하기 전에 위선의 탈을 내려놓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래도 손 대표는 여전히 요지부동인데, 자칫 독선적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음에도 이처럼 일방 통행하는 데에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탈당하고 싶어도 당장은 어려울 거란 자신감에다 현 시점에 당권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한국당에 접근하고 있는 비당권파의 움직임을 더더욱 제어할 수 없게 된다는 위기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 ‘진퇴양난’ 처한 비당권파…孫 어깃장에 보수통합 계획 차질 빚나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실제로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지난 16일 “지금은 조국 반대를 기회로 보수통합을 외칠 때가 아니다. 바른미래당은 다른 정당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음에도 이를 무시하듯 같은 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재중 한국당 의원과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를 결성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당내 최다선이자 바른정당 출신인 정병국 의원까지 같은 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추석 전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던 과거 손 대표의 조건부 사퇴 약속을 꼬집어 “그간 침묵을 이어왔지만 이제 약속의 시간이 다 됐다”며 사퇴를 촉구했는데, 만일 손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지금 사태로 간다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면서 압박수위를 높였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 한국당에선 마치 보수통합 일정표까지 제시하듯 나경원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문제는 통합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씨앗이 되지만 정기국회가 마무리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선거법 부분이 정리되면 통합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을까”라고 입장을 내놔 손 대표로선 일련의 움직임이 한국당과의 통합을 목표로 한 게 아닌가란 의심을 자아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수통합을 위한 준비 작업이 모두 끝나는 시점까지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당권을 쥔 상태에서 비당권파가 탈당하도록 미리 압박해 아예 통합계획 자체를 헝클어뜨리려는 심산인데, 당장 한국당 부산시당과 결성한 ‘조국파면 부산시민연대’와 관련해서도 하 최고위원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에 대한 손 대표의 비열한 공격 때문에 내일 예정된 ‘조국파면 부산시민연대’ 촛불집회 참가가 여의치 않게 됐다”고 밝혔을 정도로 비당권파 측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게 바로 19일 비당권파의 의총 직후였는데, 당일 오전 원내정책회의에서만 해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이상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와 함께하기 어려워졌다”며 탈당을 불사할 듯했던 오 원내대표는 오후 의총 직후엔 분당과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갈 수 없다는 게 당을 갈라선다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까지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유 전 대표도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는 등 분당 상황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너무 빨리 와버렸다는 데 대한 초조함을 내비쳤다.

설령 보수통합을 추진하더라도 현재 바른미래당이 갖고 있는 자산·기반 없이 탈당해 개별 의원으로서 한국당에 입당하려 한다면 일단 친박 의원들의 반발을 일축시킬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당장 총선 공천 받을지 여부도 불투명하게 되고, 만일 선거법 추이를 살펴본 뒤에 총선 이후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려 해도 일단 선거 전에 비당권파가 당권을 쥐지 못하면 이 역시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 탈당과 순응 중 양자택일 압박을 가하고 있는 손 대표의 강공에 그나마 갖고 있던 최고위에서의 당내 현안 심의·의결권마저 이번에 빼앗기게 생긴 비당권파로선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미 지난 18일 손 대표가 “중요한 시기에 당을 분열시키고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던 만큼 이게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우리 당은 중도개혁의 통합정당으로 제3지대, 새로운 세력을 확립하는 데 중심 정당으로 설 것”이라고 공언한 데 반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안철수 측과 야권연대를 상의한 듯 시사하고 있어 결국 비당권파는 손 대표와 함께 할 수 없는 만큼 과연 언제 그 결단이 이뤄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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