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추석이 지난 이번 한주 시작된 안심전환대출이 평범한 서민들에겐 금융 이슈였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줄줄이 금리를 내린데 이어 일부는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하는 등 초저금리 시대이지만 미·중 무역 분쟁이나 최근 갑작스레 발생한 드론 석유시설 테러 등 변수가 넘쳐나는 불확실성 속에서 가계경제의 한 축인 주택대출에서만큼은 서민들도 안심하고 싶은 욕구가 컸음을 보여준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와 14개 은행을 통해 지난 7월 23일 이전 실행된 변동금리 또는 대출 초기 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준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자격은 부부합산 1주택자,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신혼부부·두 자녀 이상은 1억원),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에 부여되며 한도는 LTV 70%, DTI 60%를 적용한 기존대출 잔액 내 최대5억원이다. 연 1.85~2.2% 고정금리에 10~30년간 원리금균등 분할상환이 조건이다.

이번 제도는 지난 2015년에 앞서 진행됐던 안심전환대출처럼 흥행에는 성공한 듯 보였다. 나흘 만에 10조원 대출을 돌파했다. 하지만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그 ‘서민’은 그 이름이 무색해 보였다. 서민 대다수엔 정책에서 제외된 고정금리 대출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과연 없을까.

지난 8월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현재 고정금리 주택대출 이용자도 서민 안심전환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기대감을 주기도 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해당 대출의 이용 대상을 기존 변동금리와 준고정금리 대출자로 제한하겠다고 예고하자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갈아타기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일어서다. 하지만 정작 제도 시행에 이르러선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제외됨이 확실시됐다. 불만이 일자 고정금리 대출자에 대해선 제도와 별개로 지원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제도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 양상이다. 먼저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을 권장했을 때 서민들은 적극 제도에 따랐는데 최근 금융시장의 변화로 금리 차이가 큼에도 고정금리 대출자에겐 그 길을 막았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비판은 서민보다는 중산층이 대출 수혜대상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3년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정금리 대출은 2013년 기준으로 30.6%였다. 그러나 같은 해 말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면서 정부는 금리 인상에 대비해 상환부담을 안정시키고자 은행권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권고하고 국민들에게도 적극 이용을 권장했다. 이에 따라 매년 그 비중이 늘어난 결과 지난 6월엔 49.2%가 됐다. 보금자리론 등을 이용하는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경우 연 3~4% 대 이자를 내고 있어 안심전환대출과 격차가 약 1.5% 난다.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정부가 말한 안심전환대출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가계가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고정된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볼 때 제도에 서민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정말 그러하다면 대한민국 서민들이 이를 통해 혜택을 누리고 안정을 취해야 할 텐데 정작 대다수 진짜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으로 보이는 게 다. 대출 자격요건을 두고 지난 8월 올라온 청와대 민원이 청원인 8000명을 넘어서는 등 눈앞에 벌어지는 논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서민은 사전적 의미로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막상 안심전환대출 신청기준을 토대로 주 신청대상을 보면 서민을 위한 게 아닌 듯하다. 소득 기준으로 7000만원~8500만원, 주택가격으로는 6억~9억원 사이인 1주택자가 많다.

통계청 가계금융 자료 등에 따르면 소득이 7000만원을 넘어서면 10가구 중 3번째 이내에 들게 된다. 전국 900만 채의 아파트를 조사한 한 은행 자료에 따르면 6억에서 9억원 사이 주택가격이면 상위 7~15% 사이인 고가 주택 수준이다. 서울에서 약 16평 규모인 신축 빌라 집 한 채도 2억 50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안심전환대출에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서민’은 아닌 듯하다.

결국 주택가격 기준으로 보면 수혜층이 서울과 경기도 주요 입지에 주택을 소유한 ‘중산층’ 정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중산층은 통계적으로 중위소득의 50~150%를 차지하는 계층이다. 통계적 구분 외에 중산층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는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 집단을 가리킨다.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체감하는 계층은 많지 않다. 소득이 통계상 기준에 부합해도 순자산이 부족하다면 중산층이라 여길 리 없고 부자는 아니어도 평균보다 삶의 질이 높아야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재벌, 갑부, 부자, 중산층, 서민, 차상위계층, 빈민 정도 나눈다면 현재 제도는 ‘중산층형 안심전환대출’ 정도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신청조건상 주택가격은 9억원 이하이며 가격이 낮은 순부터 신청된다. 또 조건에 간신히 기준을 맞춰 신청을 한 서민들도 수혜를 입었다면 해당 제도는 일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50대, 60대 은퇴자들 중에는 소득이 거의 없거나 적어 DTI 한도기준 등에 걸려서 안심전환대출 정책을 보고 입맛만 다실 뿐 신청할 수 없는 경우들도 많다고 본다.

즉 제도를 통해 국민 세금으로 이자까지 아낄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환영하는 대다수는 서민보단 중산층에 가까울 거라고 본다. 소득이 비교적 낮은 고정금리 대출자나 지방을 중심으로 사는 대다수 서민들은 마냥 아쉬운 목소리를 내며 ‘그림의 떡’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모든 대출자들이 이자를 깎아달라면 어떻게 정책을 펴느냐고 하며 다시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인 걸로도 전해진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투표권이 있는 서울과 수도권 중산층에게 환심을 사려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니 이쯤에서 밝히고 싶다. 정부는 다시 한 번 서민의 정의를 생각하고 정책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고칠 것은 고치는 실천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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