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삭발·단식·광화문 촛불부터 ‘저스티스 리그’ 출범 등 투쟁방법 총동원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사건 이후 여당 지지층의 이탈을 확인한 자유한국당이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이를 자당 지지층으로까지 흡수하고자 릴레이 삭발, 단식부터 촛불집회 등으로 승부수를 띄웠는데 과연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조국 사태 장기화 여파로 무당층이 증가한 의미는?

여권에는 악재라고 할 수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논란이 한 달 넘게 장기화되면서 정부여당 지지층의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지만 과거처럼 곧바로 야당이 반사효과를 입기보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의 증가라는 이례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31.1%, 한국당은 18.8%를 얻은 데 반해 무당층은 무려 38.5%나 나왔는데, 이는 동 기관이 4개월 전 실시한 조사보다 8.6%P나 늘어난 수치인데다 지지율 1위인 민주당보다도 오차범위에서 앞선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깊다.

이 같은 무당층 증가 추세는 비단 칸타코리아 조사 뿐 아니라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일부 수치 차이는 있으나 분명히 확인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비율은 3개월 전 조사 때보다 소폭 상승한 16.1%로 나왔으며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조 장관의 고향이자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간 승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 지역인 PK지역 민심도 상당수 무당층으로 자리를 옮기며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건데,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도는 각각 26.8%와 24.9%로 나온 반면 무당층은 1위인 여당 지지율과 동일한 26.8%로 나왔다.

이처럼 무당층이 증가하게 된 데엔 우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의혹이 해소되지도 않은 채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역풍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이탈층이 현재의 야당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았다는 데에서 사실상 대안세력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해 여당 뿐 아니라 야당에도 숙제를 안겨주는 조사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국당에선 반드시 흡수해야 하는 이 무당층을 잡기 위해 조국 사태에 당력을 쏟아 붓고 있는데, 나 원내대표는 일단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로 사활을 건 투쟁을 통해 한국당이 반드시 흡수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개혁과 혁신의 모습을 보인다면 모두 흡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임위와 국정감사·예산심사 등 정기국회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추석 민심의 핵심은 무당층이 40%까지 치솟았다는 것에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바른미래당엔 미래가 없으며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고 자유한국당엔 자유가 없어 무당층이 더 늘어나는 것”이라며 “무엇이 문제인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야당은 특단의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 黃, 긍정적 평가 나온 ‘삭발투쟁’ 집중…무당층 흡수는 미지수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그래선지 한국당은 먼저 이목을 끌면서도 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삭발투쟁’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당초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해 지난 10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시작했지만 바로 다음날 한국당에선 박인숙 의원이 나서서 삭발을 감행한 데 이어 16일엔 역대 제1야당 대표 중 사상 최초로 황교안 대표까지 삭발투쟁에 동참했다.

미증유의 사건이었던 만큼 청와대에서도 강기정 수석을 보내 만류하기까지 했으나 황 대표는 결국 삭발을 강행했는데, 그간 현 지도부에 쓴 소리를 해오던 홍 대표마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의 삭발투쟁을 적극 지지한다”고 호평을 보낼 정도로 평가는 나쁘지 않았으며 심지어 황 대표의 삭발 사진을 합성한 사진들이 같은 날 인터넷에 돌면서 진영을 막론하고 20~30대 사이에선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여기에 하루 뒤인 17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황 대표와 똑같이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결행하고 같은 날 오후엔 강효상 의원이 지역구인 동대구역 앞에서 삭발대열에 동참하면서 바야흐로 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자 여당인 민주당에선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황 대표의 삭발 농성은 매우 유감스러운 행동이고 국민에게 아무런 명분도, 감동도 주지 못하는 뜬금없는 행동”이라고 즉각 견제구를 던졌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약자 코스프레”라고 혹평한 데 이어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까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주목은 받을 수 있지만 무당파층의 지지는 끌어들이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높은 관심에 들떴는지 황 대표가 17일 “옛날에 율 브리너란 분이 있었는데 누가 더 멋있나”라고 농담한 데 이어 같은 당 민경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기분도 꿀꿀한데 이 (황 대표 패러디) 멋진 사진에 어울리는 캡션을 다는 댓글 놀이나 한 번 해보자”고 글을 올리면서 자칫 당초 취지가 희화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홍 전 대표는 18일 “어찌 이렇게 새처럼 가벼운 처신을 하나. 그러니 문재인도 싫지만 한국당은 더 싫단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1회성 퍼포먼스가 안 되려면 비상 의총이라도 열어 후속대책이나 빨리 마련해라”라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국당 의원들의 ‘삭발 릴레이’는 계속 이어져 18일엔 황 대표가 삭발했던 청와대 앞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린 가운데 5선 중진인 이주영 국회 부의장과 심재철 전 부의장이 삭발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지난 15일부터 조 장관 사퇴와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나흘째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당의 이 같은 강경투쟁에 대해 민주당에선 이종걸 의원이 18일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는 의원직 사퇴·삭발·단식’이라는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의 발언까지 인용해 “거기에다 공천쇼를 더하고 싶다. 공천쇼란 정치적 주목도를 키워 공천 가능성을 높일 목적으로 벌이는 온갖 작위적인 이벤트”라고 비난하는 등 한국당의 투쟁이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한국당은 17일 광화문에서 처음으로 ‘조국 반대’ 촛불집회까지 개최해 장외투쟁 범위를 한층 확대한 것은 물론 단순한 조 장관과 문 정권 비판에 그치지 않고 조 장관 관련 자녀 입시 의혹 등을 꼬집어 대입제도 전면 재검토, 국가고시제도 개혁을 다루는 ‘저스티스 리그’ 기구를 출범시키는 등 무당층을 공략하고자 정책정당의 면모도 점점 보여주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무당층 포섭, 조국 비판만으로는 부족…한국당 변화도 필요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무당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다른 야당에서도 주장하는 조 장관 사퇴 정도로는 부족하기에 한국당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 이념·진영논리에 대체로 부정적인 무당층 특성상 보수정당이면서도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거 새누리당 시절처럼 이념 구도를 넘어서야 하고 계파 이미지가 굳어진 인물들보다 새로운 인사들을 내세우는 개혁적 모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은 ‘민주당은 싫지만 한국당은 더 싫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지지를 다시 우리에게 전환하기 위해 전 정권에 대한 우리 당의 반성이 있었느냐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있는데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을 정책적으로 제시할 수 있고 결국 인물 교체도 필요한 부분이라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키워드는 통합, 헌신, 개혁으로 보수통합의 기초가 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헌신과 희생에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생을 도외시한 채 정쟁만 지속한다는 프레임도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 역시 안고 있는데, 나 원내대표는 국회 파행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조 장관을 청문대상으로 한다는 전제 하에 대정부질문을 먼저 진행하고 나중에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한 데 이어 18일 국회에서 이재욱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으로부터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한 보고를 받고 “초당적으로 돕겠다”고 밝히면서 민생 이슈에 집중하려는 여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와 별개로 조 장관에 대한 압박은 장외투쟁 뿐 아니라 원내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데, 18일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국 일가의 불법적 사모펀드 운용 의혹,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있는 조국 딸 조민과 관련된 의혹, 조국 부친 소유 웅동학원과 동생 조권 사이에 공사대금 관련 채권 양수·양도 의혹 등 3가지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아직 한국당에 희망적인 부분은 조 장관 반대 여론이 추석 이후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인데, MBC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추석 연휴 막바지인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57.1%로, ‘잘한 일’이라는 답변 36.3%보다 20.8%포인트 높아 향후 한국당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정당 지지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 속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당에서도 이미 양정철, 백원우 등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진 용퇴론마저 공론화되면서 ‘물갈이 공천’으로 조국 정국을 돌파하려는 모양새인데, 한국당은 최소한 민주당을 상회하는 대규모 교체와 개혁적 인사를 영입해야 각 정당들의 무당층 흡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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