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대응 통해 파생상품 근본 문제 해결이 핵심”

17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한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는 DLS(DLF) 파생상품 피해구제 토론회를 열고 피해 사례 공유 및 공동 대응을 위한 조직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시사포커스DB
17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한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는 DLS(DLF) 파생상품 피해구제 토론회를 열고 피해 사례 공유 및 공동 대응을 위한 조직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은지 기자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원금손실 논란이 일고 있는 DLS 파생상품에 대한 개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피해구제 토론회가 열렸다.

17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한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는 DLS(DLF) 파생상품 피해구제 토론회를 열고 피해 사례 공유 및 공동 대응을 위한 조직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는 DLS 피해자들과 함께 조봉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코막중공업 대표, 이대순 변호사, 김성묵 변호사,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외 파생상품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주최 측 전문가 및 참가자들은 피해구제를 위해 민사소송, 형사소송,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절차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조직적인 대응’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봉구 위원장은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그간 키코 사태로 인한 법적 대응 등을 10년 가까이 해오며 전문가 인력과 경험들로 조직력을 갖췄다”면서도 “시민단체가 아무리 나서도 파생상품 피해자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영향력은 미미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연대해나가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키코 사태가 발생한 시기부터 2013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6년간 소송을 도맡아온 김성묵 변호사는 “수백 개 기업들이 은행이 판매한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가 수백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며 “키코는 환율 변동, DLS는 금리 변동에 따라 각각 옥션이 달라진 부분을 제외하곤 고객과 은행 모두 옥션이 존재해 누군가는 손실을 봄과 동시에 다른 누군가엔 이익이 발생하는 같은 구조인 만큼, DLS 사태는 유사한 금융사고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파생상품과 관련해 10년에 한 번꼴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997년 IMF 시기에 태국 바트화 급락으로 발생한 증권 피해,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 급등으로 나타난 키코 사태, 지난 7월 국내 DSL 사태까지 모두 환율이나 금리 등과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인해 발생했다.

김 변호사는 “키코를 판매할 당시 은행은 기업이 갖고 있는 풋옵션과 은행이 가져가는 콜옵션이 같다며 양측의 옵션가치가 같은 ‘제로코스트’로 설명하고 수출기업들에 판매를 권유했다”며 “앞서 1994년 미국에선 유사한 파생상품 피해가 ‘사기판매’로 일찌감치 규정돼 판매금지 됐으나 관련 딜러들이 옮겨간 외국계 및 국내 은행에서는 피해가 재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계 은행 관계자를 통해 키코의 옵션가치가 같은 지 의뢰한 결과 고객과 은행 간 옵션은 3배나 차이가 났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 10여 년간 근무하고 키코 사태에 대한 실무 자료들을 제공 및 분석해온 박선종 교수는 딥슨, 오렌지 카운티 사태 등 모두 공통점이 옵션거래였음을 밝히며 “자동차 보험을 100만원 들어 가입해 보상을 받으려했으나 도리어 가입 당사자가 보험회사가 되어 1000만원을 내도록 보상책임을 지게 된 격”이라며 “은행은 수익성 높은 안정적 금융상품이라고 했으나 원금 100% 손실 가능성까지 고객이 떠맡게 된 DLS 상품은 앞선 파생상품들과 구조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키코와 관련한 분쟁에서 보면 국내 6대 대형 로펌은 은행만 대리하는 반면 개인 피해자의 경우 6대 로펌 이외에서 대리하게 돼 정보 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많다”면서도 DLS가 갖는 환경적 차이점에 주목했다. 키코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될 당시 자료 제출에 한계가 있었고 금감원 분쟁조정도 과거엔 감독원 직원이 금융권 고위직으로 가는 관례 등이 있어 어려움이 컸으나, 최근엔 감독원 직원이 금융권에 바로 이직이 불가한 3년 유예 규정이 생기고 금융소비자보호처도 확대 출범하는 등 변화해 소비자에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 부분이 DLS 개인 피해자들이 키코 피해자들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이자 사회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해온 이대순 변호사는 “과거 LIG 그룹에서 개인 자산관리사인 PB들이 파생상품을 판매해 발생한 금융 사고는 판결 없이도 고객에게 100% 보상이 이뤄졌다”며 “DLS 상품을 구매하게 된 고객은 은행과 사실상 옵션이 거래되는 ‘내기’를 하게 됐음에도 ‘내기 당사자’가 된 사실을 몰랐다는 점, 내기 조건인 옵션 가치가 달랐다는 점 등에 비추어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하게 됐다면 그 자체를 금융사기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어 “DLS 피해구제의 경우 민사소송에선 소송을 건 사람이 주로 증거를 입증해야 해 불리한 반면 형사소송은 검찰을 통해 압수수색 등이 이뤄질 수 있어 증거 수집에 유리하며 금감원 분쟁조정도 금융권에 대한 증거수집 권한과 비교적 빠른 절차 등 장점이 있다”면서도 “은행권에서는 대형 로펌과 함께 조직적으로 대응을 준비하는 만큼 개인 피해자들도 단순히 판매 직원의 실수 내지 불완전판매로 국한하지 말고 사회적인 문제로 공론화해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발언에 이어 참석자 질의 및 발언 등이 이어졌다. 피해자 A씨가 키코 공대위에 검찰 고소장을 제출한 결과와 진행상황에 대해 묻자 이 변호사는 “수사 관할이 중앙지검에서 금융조사부가 있는 남부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됐다는 통보를 받아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우리은행에서 1억 원 이상 DLS 상품을 구매한 A씨는 오는 10월 30일 만기를 바라보고 있고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그에 따르면 DLS를 구매한 노인들 중에는 은행으로부터 판매 과정에서 현금으로 3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을 받거나 식사 대접을 받은 녹취 기록 등도 있다.

노년층 피해자 B씨는 “전국에 있는 은행 지점에서 발생한 피해자 3600명 중 피해자로 모인 사람이 160명 정도인데 서로 자기 이름을 내기 어려워하고 몸이 아픈 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뭉치지 않고 흩어져 있어 대형 로펌하고 어떻게 싸울지 소송에 대해선 겁이 나는 게 사실”이라며 “소송의 측면보다는 키코 공대위가 여론을 환기시켜 대국민 사기극으로서 알리는 등 시민단체로서 여론화에 앞장 서 달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홍명종 변호사는 “개인소비자에게 옵션을 매도하려고 한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 DLS 사건은 개인적으로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본다”며 “금감원 분쟁조정은 법리적인 성격 기반인데다가 정치적, 사회적인 해결을 선호하고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절차도 가장 용이하고 신속하면서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경험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소송으로 가게 될 경우 만만치 않은 일로 보인다”면서도 “은행이 도박적 성격이 강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매도하는 쪽으로 전가한 부분에 대해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기보다는 진솔하게 잘못했다며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부분이 나을 것 같고 DLS 피해자 입장에서도 정치·사회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DLS 피해자는 “지난 6일 금융소비자원이 주최한 토론회 후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임시적으로 설립됐다”며 “금주 2회에 걸쳐 피해자들이 모여 공식적으로 대책위를 완성해 조직이 구성되면 키코 공대위 등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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