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나 퇴사 고민 59.6%…열악한 IT 노동 환경

IT 노동자 5명 중 1명 꼴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사포커스DB
IT 노동자 5명 중 1명 꼴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국내 IT(정보기술)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10명 중 2명 꼴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총은 ‘IT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IT 노동자 19.4%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한 경우는 59.6%에 달했으며, 심지어 자살을 고민해 본 경우도 13.6%에 달해 IT 업계의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의 주체가 ‘팀장급 관리자’라는 응답이 33.9%로 가장 많았고, 회사동료(31.6%), 과장급 관리자(18.8%), 경영자 및 임원(14.5%) 순이었다(중복응답).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는 ‘업무나 위계적 폭력’이라는 응답이 34.2%로 가장 많았고, 언어폭력(33.1%), 정서적 괴롭힘(6.2%), 성적괴롭힘(5.6%), 물리적폭력(2.1%) 순이었다(중복응답).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81.1%가 회사측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응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시행 이후에도 회사의 갑질과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징계(6.7%), 피해자를 위한 치료(4.8%), 가해자 퇴사처리(2.2%), 목격자를 위한 지원(1.9%)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한국노총이 실시한 면접조사에서는 ‘폭언이나 욕을 듣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게 폭력이라기보다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일정을 못 맞추는 개발자들은 어쩔 수 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등의 사례가 나왔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에서 2019년 6월~7월, IT 노동자 136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최종 결과보고는 10월 경 발표 예정이다.

한국노총 백대진 조직처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위디스크 사태’ 이후에도 IT 노동자들이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한국노총은 IT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통해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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