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 “금융관료, 인사 무풍지대에서 무소불위 권력 휘둘러”
상임이사 7명 중 4명 고시 통과한 기재부·금융위 출신...정부 눈치 ‘불가피’

1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 지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차기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오는 20일 이사회를 거쳐 내달 중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한국거래소
1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 지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차기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오는 20일 이사회를 거쳐 내달 중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한국거래소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한국거래소가 오는 20일 이사회에서 본부장 추천 여부를 앞두고 있다. 노조 측은 이와 관련해 “‘낙하산품앗이’를 중단하고 공정·투명하게 하라”고 사측에 일침을 가했다.

1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 지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차기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 오는 20일 이사회를 거쳐 내달 중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통상 한국거래소 이사회에서 후보가 추천되면 주주총회에서 단일 후보로 선출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이사회에서 새로운 후보를 추천할 지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앞서 금감원 출신인 이은태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지난 7월 3일, 내부 출신인 정창희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이달 1일 임기가 만료됐다. 두 본부장 모두 주주총회에서 이사장 추천을 받고 선임된 인사들이다.

이를 들어 한국거래소 노조 측은 “하루 평균 18조원의 증권, 41조원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양대 자본시장의 최고책임자들이라는 위상에도 선임절차가 불공정·불투명하다”며 “거래소 임원 인사가 오직 금피아(금융위+마피아)들만을 위한 ‘낙하산품앗이’의 일부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7명의 상임이사와 8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된다. 이중 상임이사 자리는 주로 행정부 출신 관료가 맡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임기가 남은 나머지 5명 인사의 출신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업무를 맡은 정지원 이사장은 금융위원회 출신, 홍동호 상임감사위원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선임됐다.

2018년 3월 임기를 시작한 정운수 코스닥시장본부장은 내부 출신으로 코스닥시장위원회 추천을 받아 선임됐다, 그해 겨울 업무를 개시한 채남기 부이사장 역시 내부 출신으로 이사장 추천을 통해, 송준상 시장감시본부장은 금융위 및 기재부 출신으로 시장감시위원회 추천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바 있다.

결국 상임이사 7명 중 4명은 행정고시를 통과한 관료 출신이란 얘기다. 이들은 대다수 이사장 추천 내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통해 선임됐는데 사실상 주주들은 투표 ‘거수기’ 역할이었다는 게 한국거래소 노조 측 주장이다. 이사장은 후보자를 단수로만 추천해 이는 곧 임명을 의미하지만 추천의 기준과 절차는 비밀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사무금융노조 이동기 한국거래소 지부장은 “주주 구성을 보면 회원이 증권사인 데다가 금융위가 금리 인·허가권 및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권한 등을 가지고 있어 눈치를 보는 측면이 많다”며 “이사장이 실질적인 인사권자라며 주주들이 90% 이상 ‘백지 위임장’을 전달하는데 이사장도 금융위 출신이라 그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상임이사인 사외이사도 8명으로 7명보다 과반수라 겉으론 공정해보이지만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문제”라는 게 이 지부장의 설명이다. 이 지부장은 “8명 중 3명이 회원사인 증권사 현직 대표이며 나머지는 공익 대표 및 폴리페서로 사실상 이사회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지난 9일 문재인 정부 하에 두 번째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금융권 고위급 자리가 재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에 내주어야할 자리가 많아져 범 금융권 후속 인사퍼즐이 바삐 맞춰지고 있다”며 “금융위원장 대기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엔 금융감독원(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수석부원장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만의 리그에 끼지 못한 전직 금감원 부원장보(A)는 거래소 파생본부장으로 내정됐는데 이는 금감원 내부반발과 금피아 독식 논란을 동시에 잠재우려는 꼼수”이며 “특히 A씨는 전임 금융위원장(B)의 보은(報恩)인사란 설이 파다하다”고도 덧붙였다.

노조 측은 “검찰도 견제 받는 촛불정부이건만 금융관료는 무풍지대에서 무소불위를 누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22번 금융감독체계 개편, 9번 공정인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또다시 수백만 금융소비자를 울린 ‘가짜’ 금융혁신으로 최고 권력의 눈을 가리고 금융권 임원자리를 독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DLS·DLF사태부터 코스닥 버블붕괴까지 최근 금융대란의 원인은 금융위의 이해상충 구조가 낳은 금융감독 실패이나 책임통감이나 자기혁신은커녕 낙하산 적폐를 되풀이하는 데도 제동을 거는 국가 권력이 없다는 쓴 소리도 이어갔다.

노조 측은 “금피아의 고시 기수와 SKY학번이 금융기관 임원 번호대기표가 된 지 오래고 외부 인사 수혈로 적폐청산과 혁신을 이어가는 다른 부처와 그 산하기관과는 대조적”이라며 “‘스카이캐슬’을 탓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계급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승승장구하는 이들부터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사실 외부인사인 소위 낙하산 출신이라고 다 반대하는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과제처럼 ‘공정투명한 절차대로 하라’는 것”이라며 “외부 관료 중에서도 괜찮은 인사가 있고 내부 중에서도 나쁜 인사가 있는 만큼, 내부 출신을 올리고자 낙하산 출신을 무조건 비난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낙하산의 정의를 다시 내려 보면 결국 ‘시장’을 위해서 일해야 되는데 자기를 보내준 사람을 위해 일하다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게 문제”라며 “현 정부에 문제제기하는 부분은 공정거래위원장 등 다른 공기관의 경우 필요에 따라 인사 외부 수혈을 하는 반면 금융위는 지난 정부에 이어 기재부나 금융위 출신인 소위 모피아들이 ‘번호대기표’를 뽑은 것처럼 고시 패스 순서대로 기관장 자리를 독식하는 상황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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