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조국 임명’ 檢 개혁 저항세력의 반발 차단 의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檢 겨냥 질책도…“오만한 조직 국민 신뢰 받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야권이 반대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조 장관 말고도 야당이 반대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최기영,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정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한상혁,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조성욱,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은성수 후보자도 이날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 문 대통령, 야당이 반대하는 조국 왜 임명강행 했나?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야당의 장관 임명 반대 목소리에도 임명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애초부터 문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조 장관의 임명을 밀어붙일 작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 강행은 이미 수차례 예고됐었다. 청와대는 청문회 직전까지도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조 후보자 자체에 대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날(8일)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조 후보자 임명과 관련 사실상 ‘적격’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를 임명한 배경에는 검찰의 극렬한 반발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여당에서는 검찰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 주변을 압수수색 하거나 국회의 인사청문회 도중 조 후보자 부인을 기소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검찰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일종의 ‘검찰의 개혁 반발’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장관 인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의 수사에 따라 조 후보자 찬반 여론도 요동쳤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사진 / 시사포커스DB]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에 엄정하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따라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엄중히 펼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당에서는 조 후보자 배우자 정겸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 조사 없이 기소한 것과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사실 공표, 이례적인 신속 수사와 기소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조국을 낙마시켜야 한다`고 말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의도를 윤 총장 스스로가 잘라줘야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윤 총장을 둘러싼 정치적 의도가 계속 반복적으로, 유언비어처럼, 또는 그게 진실인 것처럼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 관련된 수사에 대해 “수사방식이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이라며 “권력의 핵심실세와 재벌 대기업이 연계된 대규모 권력형 게이트의 경우 이 정도 검사가 투입된다”고 검찰의 정치개입 의구심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가 합의되자마자 압수수색, 기자간담회 끝나고 여론이 좀 개선되니까 바로 동양대 건이 흘러나오고, 인사청문회 끝난 뒤 조 후보자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고 의혹이 해소되는 듯 하자 부인에 대한 기소의견 결정을 발표했다”며 “끊임없이 인사청문회를 무산시키고, 중간에라도 조국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또는 지명철회 유도하기 위한 압박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국민여론이 뭔가 조국 후보자에 대해서 다소 우호적으로 돌아설 때마다 그런 것들을 발표해서 다시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데 검찰이 사실상 직접적으로 개입했기에 검찰의 다소 의도적인 개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도 조 장관과 관련된 수사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조 장관 수사와 관련 “유례없는 수사”라며 “정치적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서 검사는 “검찰권 남용 피해 당사자로서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이 수사에 속이 후련한 분들도 같은 방법으로 칼 끝이 자신을 향하면 괜찮겠느냐”고 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어떤 사건은 중앙지검이 1년3개월이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들에 대해서는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해 파헤치는 모습은 역시 검찰공화국이다 싶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이임사에서 “오만한 정부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며 “법무 검찰은 국민을 위한 정부조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국민을 지도, 명령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여권에서 비판하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전 장관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정, 심야조사 등의 문제점은 인권의 관점에서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며 “제도나 직무수행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검찰 내부와 박 전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여권이 조 장관을 감싸기 위해 ‘정치검찰’ 프레임을 씌우려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의 개혁 저항세력의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강력한 개혁 의지로 표명 될 수 있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 임명장 수여식 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여당과 달리 검찰에 대한 비판은 최소화하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며 “저는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당부했다.

조 장관과 관련해서는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어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저는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임명을 강행한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野, 조국 임명에 강력 반발···與, “정쟁의 꼬리 물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하지만 조 장관 임명 강행으로 ‘조국정국’은 끝이 아닌 새로운 정쟁의 시작이 됐다.

야당이 반대 의견을 표명한 조 장관 등의 임명 강행은 정국경색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전반의 인식이다.

정국이 얼어붙는 분위기는 추석연후 이후 본격화될 정기국회 파행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당은 당장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 강행 방침에 “불통 대통령”, “국민과 전쟁 선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나 한국당은 조 장관과 관련해 해임건의안과 특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추석 연휴 기간에 전국 지역별로 동시다발 릴레이 규탄대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현재 검찰이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국정조사와 특검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더구나 이제 임명된 장관에 대해서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이 또한 이치에 닿지 않는다”며 “야당이 국회를 무한 정쟁의 혼란에 빠뜨림으로서 패스트트랙 수사 등 자신의 불법을 덮고, 민생입법과 예산을 볼모로 정략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성을 찾고 일본 경제도발 등 어려운 대외 환경과 민생 활력을 위한 대응에 나서주시길 바란다”며 “이제 추석명절이 시작된다. 국민께 더 이상 걱정을 끼치지 않는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일부 야당이 해임 건의안을 거론하는 것은 유감이다”라며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무위원 활동에 대한 국회의 견제 장치다. 임명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이 시간에 장관에게 해임건의의 칼날을 들이댈 만한 그 어떤 이유도 아직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표는 “정쟁의 꼬리 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국민을 위한 희망 만들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제 국회는 정상 운영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이 조국 임명강행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야권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추석연휴에 대여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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