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 ‘부담’ 안은 與와 ‘반대 여론’에도 曺 임명 못 막은 野…승패는 檢 수사?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건네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건네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문제를 놓고 한 달 동안 신경전을 벌였음에도 확실한 승부를 내지 못했던 여야가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아예 장기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조국과 그 가족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양측이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으로 맞불을 놓아왔지만 지지율 변동은 크지 않아 사실상 ‘승자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검찰이 수사속도를 올리고 문 대통령의 임명 이후 야권도 결집하기 시작하면서 정국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론 분열 감수하고 曺에 힘 실은 여당…정치적 부담은 숙제

더불어민주당에선 그동안 국회 내규 위반을 무릅쓰고 조 장관에게 의혹 해명을 위한 기자간담회 자리까지 국회 내에 마련해준 데 이어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속도를 올리는 검찰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등 줄곧 청와대와 일치단결된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문제는 조 장관 임명에 대해 어느 기관의 조사에서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반대한다는 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점인데, 그래선지 여당 일각에서조차 김해영 최고위원이 지난달 23일 조 장관과 관련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이후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6일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을 압박하는 날선 목소리를 내는 등 지도부와는 일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마저 8일 조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견해는 어디까지나 일부에 지나지 않았을 뿐 박용진 의원만 해도 같은 당 전재수 의원에게 비판받는 등 내부 단속에 들어가면서 8일 열었던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당 지도부는 조 장관이 사법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장고 중이던 청와대에 미리 힘을 실어줬다.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엔 조 후보자를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는 판단과 더불어, 여기서 밀리면 조 후보자 낙마 수준을 넘어 야권의 공세가 정권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 뿐 아니라 청와대도 모를 정도의 전격적인 압수수색과 공소시효를 앞둔 기소로 조 장관을 압박해온 검찰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게 여길 수 없다는 위기감도 정치적 부담을 끌어안을지언정 조 장관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를 보이게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조 후보자 가족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식의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보’를 이어왔음에도 지지율에 큰 변동은 없었다는 점에서 지지층만 바라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되는데,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6일 전국 성인 2505명에게 실시한 9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은 보수층, TK 등에서 하락한 반면 진보층, 충청권 등에서 상승하면서 지지율도 38.6%를 얻어 전주 대비 0.8%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지난 7일 전국 성인 1003명에게 인사청문회로 조 장관 관련 의혹들이 해소됐는지 여부를 확인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이 이미 59%나 나왔었음에도 정작 여당 지지율은 크게 추락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진상규명 여부보다는 기존 지지층 이탈을 막는 것만으로도 국면 돌파가 가능할 거란 계산이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또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로 오름세를 보이던 여당 지지율이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추가 압수수색 직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찰의 행보에 따라 당청 지지율이 좌우되는 만큼 이제 와서 뒤늦게 조 장관을 낙마시키는 ‘별무소득’의 결정을 내리느니 오히려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장관 임명을 강행해 거꾸로 검찰을 압박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조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과반 비율이란 리스크를 떠안는 점 외에도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 여론조차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일 전국 성인 502명을 상대로 진행해 발표한 바(95% 신뢰수준±4.4%p)에 따르면 52.4%가 원칙에 따른 적절한 수사라고 답변했을 정도로 검찰 측에 힘이 실려 있는 만큼 자칫 사법개혁을 내세워 검찰을 건드렸다간 자칫 조 장관 차원이 아니라 정권 차원으로 여파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 적잖은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 與 ‘일방통행’에도 반사효과 못 얻은 한국당…野 공조로 승기 잡을까

9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9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이처럼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핵심 지지층에나 호소하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좀처럼 반사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9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표집오차 등은 상기 同)에서 한국당은 TK, 보수층, 중도층 결집에 힘입어 한 주 만에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고작 0.1%P 오르며 29.2%를 얻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한 달 간 이어온 공방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란 지적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나경원 원내대표의 전략 실패란 책임론도 불거진 바 있는데, 당장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만 해도 당초 여당의 양보를 얻어내 9월 2~3일 이틀간 청문회하기로 합의했었지만 ‘가족 증인’ 채택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오히려 조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여는 구실을 줘버렸고 결국 뒤늦게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도 없는 하루 청문회에 족하는 데 그치면서 많은 비판이 당내에서 쏟아졌다.

실제로 장제원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맹탕에 맹탕을 더한 ‘허망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 강행에 면죄부만 주는 제1야당이 어디 있느냐”고 일갈했으며 홍준표 전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슨 약점이 많아 그런 합의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원내대표의 행동을 보니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괴이한 합의”라면서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었는데, 그는 끝내 임명 강행된 9일에도 “야당은 들러리만 섰다. 무슨 명분으로 판 다 깔아준 뒤에 국조, 특검을 외치나”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더구나 청문회에선 대체로 이미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만 반복됐을 뿐 새롭게 나온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점 역시 야당에는 국회 책무를 다했다는 명분 외엔 실익이 없었고, 급기야 청문위원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의 아들 음주운전 사고란 악재까지 겹치면서 아예 정부여당에 숨통만 틔워준 격이 됐는데, 그러다보니 야당의 영향력이나 존재감이 드러나기보다 9일에도 조 장관 관련 수사에서 첫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하는 등 검찰이 당청을 압박하는 역할을 주도해나가는 듯한 형국이다.

그나마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 강행이란 결과는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여하에 따라 야권에게 정국 주도권을 쥘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일단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한 한국당은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천막시위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통해 맞서겠다는 기조를 굳히면서도 앞서 예고한대로 조 장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뿐 아니라 해임건의안 제출, 정기국회 보이콧 등에 있어 바른미래당과 같은 다른 야당들과도 공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비록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원내대표는 9일 “정기국회 일정과 연계해서 투쟁할 생각은 없다. 일정은 일정대로 하되 국회에서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투쟁으로 싸워나갈 것”이라며 아직 정기국회 보이콧 가능성엔 거리를 뒀지만 특검이나 국정조사 추진 여부와 관련해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놔 향후 양당 연대가 이뤄진다면 정기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민주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 등 다른 정당들도 그간 조 장관 임명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이들과도 연대해 조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한다면 강제력은 없더라도 정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에게도 여전히 반전을 노릴 만한 여지는 남아있다.

◆ 배수진 치는 與野 행보 속 캐스팅보트는 결국 검찰?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적절한지 물은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적절한지 물은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렇듯 야권이 조 장관 임명을 계기로 본격 공조 의사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여당에선 이해찬 대표가 9일 오후 고위전략회의에서 “검찰이 누구보다 강력히 수사하는 상황”이라며 “국정조사, 특검을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고 이제 임명된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는 주장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야당이 국회를 무한정쟁과 혼란에 빠뜨림으로서 패스트트랙 수사 등 자신의 불법을 덮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9일 “사건 전체를 오는 10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여권과 달리 한국당 의원들은 누구도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던 와중에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면서 이제 검찰이 조 장관 의혹과 패스트트랙 충돌 중 어느 쪽 수사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여야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여 사실상 현 정국의 승패는 검찰이 쥐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눈치 챘는지 홍 전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노림수는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고 야당도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지도부만 검찰에 출석해 조사 받고 나머지 의원들은 법적 책임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게 지도자의 자세”라고 한국당에 촉구했다.

발 더 나아가 검찰에 있어서도 이례적으로 파격 승진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내부 반발이 이번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계기로 누그러지고 도리어 결속력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 여당과 야권, 검찰의 3자 간 셈법 속에 마지막으로 누가 웃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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