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LS·DLF 사태 이어 금융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위기감 생겨
업계 관계자 "작년 발행 ELS, 하방 베리어 6000선...손실 우려 일러"

올해 상반기 ELS 발행금액 및 H지수 변화 추이 ⓒ한국예탁결제원
올해 상반기 ELS 발행금액 및 H지수 변화 추이 ⓒ한국예탁결제원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지난 6월 9일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시위가 격화돼 2달이 훌쩍 넘어가면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DLS와 유사하게 ELS도 투자 상품의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 가격보다 일정 수준(ELS의 경우 50~55%)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을 보게 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H지수가 극적인 반등을 하지 않는 한 당분간 조기 상환이 어려울 거라고 전망했다.

홍콩H지수는 중국본토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주식(H-Shares) 중 시가총액, 거래량 등의 기준에 의해 분류한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라고도 불린다. H지수는 특히 우량주로 구성돼 있고 외국인 투자가의 비중이 높은 걸로 알려져 있다. 업종별로는 금융 분야 비중이 70%로 과반을 차지하며 그 뒤로 에너지, 건설 순이다.

ELS의 경우 다행인 점은 4~6개월 상품도 판매됐던 DLS와 달리 발행 시 설정된 만기가 평균 3년이 많아 조기상환은 어렵지만 수익을 위한 반등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홍콩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간과할 수는 없어 안심하긴 어려워보이는 상황이다.

홍콩 시위는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인 송환법 개정에 반대해 홍콩 빅토리아 공원 등에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시민운동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0만 명이 운집되면서 시작됐다. 법 개정 이전엔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가면 홍콩법대로 처리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중국 당국에 의해 제기된 혐의에 대해 홍콩 시민을 중국 정부에 인도하는 게 가능해져 이를 승인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반발로 촉발됐다. 백색테러가 발생하고 중국 무력투입설도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시국에 자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홍콩 시민들의 의지가 담긴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홍콩시위와 관련해 신한금융그룹 금융시장 매크로 분석팀장은 “홍콩 금융이 흔들리면 홍콩부동산에 투자한 중국투자자들과 중국은행들에 부실이 생길 수 있기에 중국정부도 두고 보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홍콩시위는 홍콩정부를 아프게 하는 지혜로운 시민운동으로 평가되지만 자칫 효과를 발휘하면 한국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업계가 느낀 불확실성은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만해도 저금리 기조 속에 증권사 효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ELS는 지난달 발행액이 37% 줄어들어 급감한 결과를 보인 걸로 파악됐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부터 지난 8월 말까지 ELS는 59조2217억 원 어치가 발행됐다. 19조8044억 원 어치가 발행된 DLS보다 3배 규모가 크다. 월평균 발행금액도 7조4027억 원으로 2조4755억 원인 DLS보다 3배 높다.

조기상환이 당장 어려울 걸로 예상되는 상품은 지난 3~5월 사이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편입한 ELS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H지수는 11379.62포인트로 중간가격 결정일인 오는 6일에는 H지수가 3월 지수에서 10%가 내려간 10417.02포인트와 같거나 그 이상으로 형성돼 있어야 원금과 이자가 회수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일 기준 H지수는 10083.20포인트였다. 즉 앞으로 며칠 내 기준 가격을 넘어서지 못하면 해당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다시 수익을 얻기까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 시기 발행된 ELS는 약 21조4661억 원 규모로 올 8월까지 전체 발행액 기준 41조1737억 원의 약 52.14%를 차지한 걸로 알려졌다. 또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돼 상환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ELS 상품은 약 32조 원에 달하는 걸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발행된 ELS의 경우 최고점으로 13000포인트를 찍었고 현재도 10000포인트대를 유지하고 있어 하방 베리어인 5000~6000선을 터치하지 않는 이상 원금과 이자가 모두 상환돼 종합주가지수가 시중에서 우려하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금융 관련 공포분위기는 언제라도 조성될 수 있는 만큼 홍콩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결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올 상반기 기준 ELS 발행 점유 회사 1위는 13.53%를 차지한 삼성증권이며 뒤이어 KB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하나투자, 신영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순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