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활동 별개 수급에도 우선순위 폐지하고 지원 기준 완화
고용부 측, “우선순위는 내부적으로 설정된 것...자격요건은 그대로다”

2019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 기수별 심사 현황 ⓒ김동철 의원실
2019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 기수별 심사 현황 ⓒ김동철 의원실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미취업 청년이 구직활동 계획을 자기주도적으로 수립하고 이행되도록 마련된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이 구직활동과 관련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동철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수령자 30,079명 중 14%를 차지하는 4,233명은 구직활동 내용이 부실하거나 지원금 사용에서 구직활동 관련성이 부족한 걸로 나타났다. 즉 수급자중 7명 중 1명꼴로 지원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당국은 구직청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인 ‘취업준비 비용’ 지원을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추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3월부터 실시된 해당 제도는 만 18~34세 청년 중 졸업·중퇴 후 2년 이내인 미취업자(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대상, 생애 1회 지원)를 지원 대상으로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원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청 시점 기준으로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을 졸업·중퇴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미취업자.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553만6244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제출 자료에 따르면 구직활동을 부실하게 처리한 대표적 유형에는 지원금 수령 이전에 사용한 영수증을 구직활동 증빙 내역이라고 제출, 단순 여가활동이나 문화생활이 구직활동으로 둔갑, 구직활동과의 소명이 부족한 물품 구입 및 서비스 이용(태블릿PC·아이패드, 닌텐도, 부모님 효도, 전동 킥보드, 성형 수술 등), 휴대폰 소액결제 이후 통신비 납부 등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취업과 연관되지 않은 직업을 희망했음에도 정상적 구직활동이라고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 체력과 무관한 직업에 PT샵 이용을 구직활동이라고 보고하거나 애견 관련 직종과 관련이 없음에도 애견 물품을 60만 원 이상 구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불법적 지원금 수령이 가능한 이유는 청년 구직활동 참여자가 30만 원 이상의 사용내역만 고용부에 신고하고 매월 한 가지 활동만 보고하면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됐다.

더욱이 구직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지원금이 목적 외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별도의 환수절차 없이 최악의 경우 지원금 중단에만 그치기 때문에 제도의 효과는커녕 참여자의 도덕적 해이만 불러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지원금 중단은 1차 적발 시 경고, 2차 적발 시 1개월 미지급에 이어 3차 적발 시 중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논란이 된 건 고용부가 8월부터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자격요건만 충족할 경우 모든 청년에게 구직활동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어서다.

당초 고용부는 회차 별로 지원요건을 충족한 청년이 목표 인원보다 많을 경우 지원의 적절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① 졸업 후 경과기간이 2년에 가까운지 ② 중앙·지방 정부 유사사업 참여 이력(실업급여 등)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 9단계를 설정해 심사해 왔다.

그런데 예산이 남아돌게 되자 고용노동부가 자격요건만 갖추면 지원하는 입장으로 급작스레 선회했다고 김 의원 측은 주장했다. 지원을 개시한 첫 달 폭발적인 신청(4만 8천명)에도 선정 인원(매월 1만명 내외)이 제한되자 상반기에 탈락한 청년들이 등을 돌려 지원이 줄어든 걸로 본 것이다.

김동철 의원은 “정부의 부실한 제도설계로 인해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금을 목적 외로 사용할 경우 경고 부여 횟수를 단축하고, 부당 지원금의 환수방안을 마련하며 직·간접 구직활동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정책성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사례에서 보듯이 요건을 완화해서라도 무조건 사업 집행율을 높이면 된다는 식의 무원칙한 고용행정이 개탄스럽다”며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이 ‘집행률 저조→ 요건 완화→ 집행률 급증→ 부정수급 발생→ 예산 감액→ 요건 강화’의 악순환을 보였던 일자리안정자금, 청년추가고용 장려금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시급히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우선순위는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 지원대상 중 지원이 시급한 청년들을 위해 내부적으로 세운 기준이며 언젠가는 완화를 예상했다”며 “이후 우선순위 상위에 있던 지원이 어느 정도 해소된 걸로 판단해 해당 기준을 완화한 것일 뿐 자격요건 자체가 변경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용처와 관련해서는 “구직활동 내용을 가지고 심사하는 것이지 청년들이 사용하는 사용처 부분은 부차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가 지원이 너무 이상한데 쓰이면 안 되는 만큼 30만원 이상 일시 결제건은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핵심 목적은 구직활동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처 중에 일부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걸로 보이는 나올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은 내부 기준에 따라 경고처리나 제한업종에 사용시 지원금 환수처리가 되는 만큼 만약 지원금 처리가 됐다면 그에 맞는 구직활동 내용이 있었을 것”이라며 “구직활동과의 관련성을 청년이 주장하게 돼있어 그 기준이나 목표에 기반해 판단하다보니 품목별로 명확히 돼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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