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연승과 연패, 각자 다른 길

이번 시즌 LG와 현대는 약체로 꼽혔다. 8개 구단의 실력이 엇비슷한 것이 2007 프로야구의 특징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두 팀은 상위권에 오르기에는 조금 부족해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두 팀의 길이 달랐다. LG는 시즌 초반 5연승으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현대는 5연패로 꼴찌다.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했던 두 팀이 다른 길을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LG - 선두타자 이대형 활약과 박명환, 봉중근의 안정된 마운드

현대 - 불안정한 구단 매각 분위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으로


LG는 정규리그 개막 전 시범경기에서 최하위였다. 그리고 작년 정규리그에서도 꼴찌였다. 김재박 감독을 영입하며 변신을 꾀했으나 시범경기만으로는 그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다. 거물급 박명환과 해외파 봉중근을 선발에 기용했으나 결과는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현대는 구단 매각 사태가 문제였다. 정민태와 김수경이 오랜만에 선발에 돌아오며 마운드에 든든함을 더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지 못한다면 경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LG - 안정된 투타, 초반 상승세


개막 전 주변의 우려와 달리 LG 김재박 감독은 덤덤해 보였다. “다른 팀 일정보다 일주일정도 늦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조급해보이지는 않았다. 타 구단에 비해 늦게까지 팀 분위기 쇄신에 힘써야 했던 LG는 결국 자기 페이스를 지킨 것이 중요했음이 드러났다.

LG는 19일까지 10경기에서 7승을 따냈다. 최근에는 5연승이다. 이는 2005년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6연승을 거둔 이후 거의 2년 만의 일이다. 길게 이어지는 연승 맛을 본지 오래된 만큼 최근 연승에 LG는 그야말로 ‘신바람’이 났다.

LG의 신바람은 투타 모두 안정을 찾은데서 비롯된다.

우선 타선에서는 1번~5번까지 상위타자들의 활약이 팀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특히 선두타자 이대형의 상승세가 무섭다. 최근 6경기에서 4할3푼5리. 1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5회까지 상대 투수 류현진에게 침묵을 지키던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이대형이다. 6회 이대형이 첫 안타를 뽑아내 선제점을 올리는 물꼬를 튼 것이다. 그리고 박용택, 발데스로 이어지는 3, 4번 타선도 중심을 지키고 있다.

거물급 선발진도 기대에 부흥했다. 박명환과 봉중근은 각각 선발 출장에서 6이닝 이상 마운드를 탄탄하게 지켜내며 팀 승리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LG 선발진에 대해 서정환 KIA 감독은 “10승 이상할 수 있는 투수, 예를 들어 박명환 같은 투수를 영입하면 그 자체로 끝나는게 아니다. 마운드 전체에 파급효과가 생겨 운용면에서 여러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며 부러워했다. LG는 파급효과를 내는 투수를 두 명이나 포진한 것이다.


현대 - 뒤숭숭한 구단 매각


신바람을 내고 있는 LG와 달리 현대는 침울한 분위기다. 18일 두산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5연패를 기록했다. 홈에서는 7연패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리는 겨우 2개를 챙겼다.

현대 전력이 지난해 2위를 기록할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대는 경기 때마다 뭔가 모를 무기력함을 보이고 있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잠잠하고 타자들이 힘을 내면 투수가 구멍을 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도 끊이지 않는다. 김시진 감독도 선발 라인업을 교체해보고 수비도 교체해보지만 신통치가 않다.

무엇보다 문제는 구단 매각이다. 현재 현대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구단은 선수들 월급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팀의 자존 생존 노력은 구단 매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월 농협의 구단 인수가 어려워지자 다른 2~3개 기업과 협상을 벌였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오랜 시간 뒤숭숭하게 지속되고 있는 구단 매각 사태는 선수들의 사기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구단 매각 문제와 상관없이 경기와 훈련에만 전념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월급 걱정을 날려버리고 하루 속히 안정적인 분위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LG와 현대 - 새로운 각오 필요


2007 정규리그는 이제 시작이다. 팀당 10경기 남짓 소화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10여경기에서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LG와 현대. 그렇지만 초반 잘 나간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며, 슬럼프에 빠졌다고 해서 헤어나오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관건은 꾸준함과 근성이다. 연승이건 연패이건 그것에 ‘취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 한 경기 한 경기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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