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도 당하더니…‘청문회 무산 시나리오’ 알면서도 걷어차?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국 청문 정국’을 고리로 고강도 대여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속을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당이 총력 반대하던 선거법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했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도 뜻대로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을 지렛대로 청문회를 내달 12일까지 미루려는 의도를 보였지만 당청 모두 기존 여야가 합의한 2~3일 개최를 고수하며 조 후보자 임명 강행, 국민 청문회 추진 의사를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패싱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당과의 협상의 문을 열고 있다. 만약 여야가 주말에 극적으로 합의하게 된다면 증인 없는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한국당이 당초 원하던 그림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여야 모두 득 될게 없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피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겠지만 국민청문회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어느 정도 불식시키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한국당은 청문회를 보이콧을 했다는 책임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청와대 모두 한국당이 조 후보자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청문회를 무산시켰다며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당의 무대가 될 수 있었던 조 후보자 청문회를 제 스스로 걷어찬 격이 되기 때문에 당 내 지도부의 전략전술 부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청문회 무산 위기’ 한국당에 책임 떠넘기는 靑·與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사전에 여야 간사 간 합의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개회 1분 만에 산회됐다.

이에 대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당이 청문회 보이콧이라는 본심을 너무 일찍 드러냈다”며 한국당이 의도적으로 청문회 무산을 노렸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안하려는 생트집이 가족을 증인으로 세우라는 무리한 요구로 나타났다”며 “가족에 대한 망신과 조롱, 신상털기, 능멸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스스로가 고소·고발을 해놓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니 조 후보자가 '피의자 신분'이 된거라면서 청문회를 못한다고 한다”며 “한국당이 각본 연출 출연을 다하는 일종의 자작극”이라고 비꼬았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그간의 의혹 부풀리기 등의 정치공세가 청문회장에서 가짜로, 혹은 과대로 들통날까봐 진실에서 도망치고 있다”며 “한국당의 청문본색은 보이콧이거나 비겁하다”고 했다.

청문회를 피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 당은 9월 2일과 3일로 예정된 청문회가 성사되도록 끝까지 노력하려 한다”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의의 회동을 통해서라도 하겠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청문 일정 연기에 대해서는 “증인에서 가족을 제외하기로 지금이라도 합의가 된다면, 민주당도 함께 노력해서, '5일전 통보'라는 법적 요건을 메우겠다”면서도 “국회가 내달 2일이 지난 시점에 청문회를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청문회 재송부 요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국민 청문회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혹시 이런 상황이 올지 몰라 ‘국민청문회’를 취소가 아니고 보류한다고 발표했다”고 예정된 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국민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에서도 민주당과 발맞춰 한국당의 청문 보이콧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는 국민과의 엄중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은 이날 “국회는 9월2~3일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를 합의했다”며 “이조차 법정시한을 넘겼을 뿐만 아니라 이례적인 이틀간의 청문회 일정이었지만 대통령께서는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강렬한 요구에 부응해 동의한 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법사위가 어제는 증인 채택 시한을 넘기고 오늘은 무책임하게 1분 만에 법사위를 산회까지 해버렸다”며 “일부 야당에서는 다시 일정을 더 늦추자는 주장가지 하고 나서고 있다. 이런 과정과 주장을 보면 '사실상 청문회를 무산시키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조 후보자에게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정치공세로 낙마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회는 약속한 일정대로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반드시 열어 국회법을 준수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까지 청문회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정치적으로 합의된 2, 3일 이 안도 법정 시한을 지나 어렵게 합의된 안”이라며 “2, 3일을 무산시키고 10일 기간 속에 또 다른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일축했다.

◆물러서지 않는 한국당…실속은 없다

한국당은 ‘증인 없는 조국 청문회’는 ‘절대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특검법을 시사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당연히 수사를 방해할 것”이라며 “이는 스스로 특검 불가피론을 합당화 시키는 일로, 한국당은 미리 조국게이트 특검 법안을 준비해놓겠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의 ‘가족 청문회 절대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맹탕 청문회'를 만들거나 청문회를 아예 무산시켜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고 꼼수를 쓴다”며 “진짜 청문회를 열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다음주 월요일로 예정된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 요구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가 1분 만에 산회되면서다. 민주당이 조 후보자에 대한 가족 증인 채택을 방해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한 것에 대해 한국당이 불쾌함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나 나 원내대표가 청문회를 12일까지 미룰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청문회를 추석 연휴 직전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조 후보자에 대한 법무부 장관 적격 여부 여론조사 결과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호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렇지만 여야 합의를 무너뜨리고 청문회를 무산 시킨 것에 대해 오히려 역풍을 받을 수도 있다. 여당이 기존 ‘8월 말 청문회 개최’ 입장에서 양보해 9월 2~3일 이틀 간 청문회 개최에 합의까지 하는 등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개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청와대의 조 후보자 임명 강행, 민주당의 국민 청문회 등을 예상하고도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야당의 무대라는 청문회 장을 걷어찬 격이 되기 때문에 제1 야당으로서 무대책·무전략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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