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 작가 "글은 그 사람이다. 글에서 글의 체온이 묻어난다"
유시민의 '악당과 저질스릴러'는 인신공격을 넘어 한글에 대한 모욕
고상한 사람은 고상한 언어를, 시궁창 사람은 시궁창 언어를 쓴다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인 최명희. 최근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을 들렀다. 잠시나마 탁월한 감성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이름 높은 최명희의 작품세계와 삶을 들여다보는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다. (김용주 전북상록자원봉사단장님의 구수하고 멋진 작품 해설이 고마웠다)

작가의 주옥같은 글귀에서 “글은 그 사람이다. 글에서 그의 체온이 묻어난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는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작가는 10년 가까이 국어교사를 지냈다. 제자인 이혜순(서양화가)씨가 전한 최명희 선생님의 가르침도 잊고 있던 세상의 진실을 일깨워졌다.

”너희들은 어머니가 될 사람들이니까 우리말을 바르고 아름답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 듣는 언어는 어머니의 말이니만큼 우리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바르게 가르쳐 줄 소중한 사명이 너희들에게 있다.“

최명희 작가의 언어 감각은 타고난 재능이다. 일반인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따라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다만 어느 누구든 고상한 언어는 사용하기 힘들지라도 저질 언어는 피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 우리 한글은 최명희 작가의 소망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SNS에는 온갖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한다. 언어가 더 천박할수록 오히려 각광을 받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최명희 작가처럼 작가 타이틀을 사용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냈고 많은 독자층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의 기준’을 마구 흔들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전혀 작가답지 않은 발언’을 남겼다.

그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의 압수수색은)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였어요. 이쯤에서 네가 안 물러나면 가족이 다쳐, 이 사인을 준거라고 저는 봐요. 이제 저질 스릴러로 지금 국면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또 “악당들이 주인공을 제압 못할 때 가족을 인질로 잡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특권을 없애자’면서도 정작 조국 자신은 특권을 누린데 대한 국민적 공분에 대해서는 '잘나가는 사람'에 대한 질투로 해석했다.

“주인공들이 다 잘나가는 사람들이에요. 조국만큼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었던 그런 소위 명문대학 출신의 많은 기자들이 분기탱천해서 지금…."

유시민 이사장의 표현에 따르면 검찰은 ‘악당과 저질스릴러’에 해당하고, 기자는 분별없이 분기탱천하는 존재가 되었다. 검찰 구성원인 검사들이나 기자들은 나름 ‘정의 실현’이라는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그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데 그들을 대상으로 아예 욕을 퍼부어댄 것이다.

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만물의 척도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작가나 공부하는 분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세계를 넓히려고 애쓴다. 다만 그 언어를 사람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종교인들이나 학계 인사들 혹은 사회 지도총은 좀처럼 저질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의 언어 세계 자체에 나쁜 언어가 자리할 공간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그러한 측면에서 사회지도층이나 작가로서 꼭 갖춰야 할 금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철학자인 하이데거의 명언 ‘언어는 존재의 집’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는 것은 시궁창 언어는 시궁창에 사는 사람들이 쓰고, 고상한 언어는 품위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쓴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2008년 고려대에서 제 8차 세계언어학자 대회가 열렸을 때 “인간은 모국어를 할 때 가장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모국어가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훌륭하고 창조적인 사고가 가능할까.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듣고 어렸을 적 들었던 얘기가 생각난다. 어떤 친구가 욕설과 비속어를 남발하자 다른 친구가 하는 말. “너는 입에 걸레를 물고 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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