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핵심성과평가지표(KPI)에 고객수익률 반영 높여
홍콩H지수 등 기초자산 둔 주가연계증권(ELS) 주시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DLS·DLF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은 하반기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직원 핵심성과평가지표(KPI)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시사포커스DB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DLS·DLF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은 하반기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직원 핵심성과평가지표(KPI)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과 파생결합펀드(DLF·Derivative Linked Funds) 등 금융상품에서 손실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은행권이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 하반기 모니터링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DLS·DLF 사태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직격탄을 맞은 반면 타 은행들은 이를 비켜갔지만 금융 불확실성 증가로 다른 해외 금리연계 상품도 손실 위험이 높아진 만큼 안심하기 어려워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DLS·DLF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은 하반기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직원 핵심성과평가지표(KPI)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은행원 실적 평가를 위한 일종의 채점표로, 승진·성과급의 기준이 된다. 은행마다 영업 목표와 직무 등에 따라 배점을 달리하는데 주로 수익성, 잔액 규모, 고객 유치 등 상품판매 관련 요소 비중이 높은 걸로 알려져 있다.

은행권은 은행이 전통적으로 주력했던 이자이익 뿐 아니라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비이자수익 확대를 영업전략 목표로 내세우면서 지난해 비이자부문 수익 늘리기를 활발히 진행했다. 차별화된 성장전략과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목표로 자산관리(WM)와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한 결과 올 상반기부터는 비이자부문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 이자 중심인 편중된 수익구조를 완화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KPI에 비이자이익 성과지표에 대해 배점이 높아 그간 직원들에게는 실적 압박과 함께 불완전판매를 야기한 데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객관성 확보를 위한 KPI 수정 작업이 진행되게 된 배경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권은 KPI 지표에서 고객수익률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등 고객 케어 중심으로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고객 수익률 지표만 운영했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고객에게 전반적으로 관리를 제공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 고객관리지표를 도입·강화할 것”이며 “가입 이후에도 시기에 맞춰 상품을 관리하고 추천해주는 리밸런싱은 보통 PB고객들에 제공되지만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선정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투자자문위원으로 선정해 투자 상품 적정성, 시장트렌드 등에 대한 의사결정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리스크 예방을 위해 상품선정위원회를 강화해 자산군별 사전판매한도 설정 및 운영 등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하반기부터 KPI에 PB에서 반영하는 고객수익률 지표를 현행 5%에서 상향할 계획”이라면서도 “아직은 협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고 전 직원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밸런싱의 경우 손실이 아직 다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라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고객이 최선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앞서 DLS 사태가 나오기 전인 상반기에 내부적으로 KPI 지수에 고객수익률을 반영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펀드나 카드 등 비이자이익에 대한 평가보다 실질적으로 고객의 수익이 느는 지를 반영하는 고객수익률 평가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WM Privilege 센터 2곳에서 고객수익률이 확대된 KPI 지수를 시범 도입했으며 내년 초부터는 전국 차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DLS·DLF 상품 판매 관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신한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도 조사를 받았으나 문제가 된 상품을 사전 검토 단계에서 판매하지 않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판매를 중단한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또 다른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은 다른 은행 등에서도 주시하는 상황이다.

DLS가 금리, 금, 원유, 신용사건 등 지수 이외의 자산을 포괄해 기초자산으로 하는 반면 ELS는 홍콩H지수 등 주요국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둘 모두 최장 3년인 가입기간에 기초자산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 5~10%의 약정 수익이 지급되지만 요건 범위를 벗어날 경우 큰 폭의 손실까지 가능해 위험 가능성이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ELS와 DLS의 월 평균 발행금액은 9조8782억원으로 지난해 9조4080억원보다 4000억원 증가해 최고치였다. 이중 ELS는 매달 7조4027억원으로 2조4755억원을 차지하는 DLS보다 3배 더 큰 규모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DLS 상품은 판매검토를 했다가 진행하지 않았지만 ELS나 ELF 상품은 판매중인 만큼 부서에서도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 등은 변화 추세나 위험도 등을 모니터링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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