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에 野, ‘조국 의혹 물타기’ 의혹 제기
이해찬, “그 정도 판단력…정치하지 마라”
26일까지 조구 청문회 확정 안될 시 27일 국민 청문회 개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청문 일정과 관련해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을 놓고도 여야 정치권은 서로를 공격하는 소재로 소비하고 있다.

야당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덮기 위해 이른바 ‘물타기’를 한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조 후보자 논란이 나오기 이전부터 검토해왔던 부분이라면서 선을 긋고 안보 위기를 강조하는 야당의 태도에 대해 ‘신(新) 친일’이라고 맞받았다.

정치권이 친일 프레임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소미아 종료…이슈 블랙홀 ‘조국’ 끌어들이는 野

앞서 우리 정부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며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강경 대응을 취한 것이다. 문제는 일본이 이를 빌미로 추가 경제보복 혹은 미국과의 관계 훼손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주재한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지소미아 파기에 북한의 김정은은 만세를 부르고, 중국과 러시아는 축배를 들며 반길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중국과 러시아의 반복되는 위협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도 이 정권은 우리 안보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또 대한민국을 심각한 안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황 대표는 “앞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미국의 외교적 압박 수위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걱정한다고 하는데 한미 동맹에 영향이 없다는 이 정권의 주장은 국민을 속이려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라고 진단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꽤나 무서운가 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꼼수를 쓴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 기일을 정한 것은 물론, 국회 내 패스트트랙 폭거 시도까지 모두 궁지에 몰린 이 정부의 기획 작품”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국내정치의 셈법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념이나 정치적인 고려에 매몰되어서 대한민국을 국난으로 이끌고 가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거들었다.

◆잘 먹히는 ‘친일 프레임’ 다시 꺼낸 與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비판하는 정치 행위를 ‘신 친일’이라고 규정하며 조 후보자와의 연관성을 끊어내려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공동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일본이 처음부터 경제도발을 해 상호신뢰를 깨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당도 같은 입장이다”라고 종료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특히 “지소미아를 종료시킨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동북아 안보 불안이 생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소미아 말고 티사(TISA·한미일 정보공유 약정)라는 삼국 간 정보교류 체계가 있다”고 불안할 만한 상황을 환기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물타기’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승전 ‘안보’, 기승전 ‘조국’ 이런 자세가 문제”라며 “한일관계를 악화 시킨 원인과 당사자는 고려하지 않고 그에 피해 입은 우리를 향해 비난하는 것은 친일파 같은 행위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할수록 우리가 친일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저 사람들은 친일파에 가깝구나, 그런 성격을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 당은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물타기’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을 향해 작심 발언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조국은 청문회 문제고, 지소미아는 동북아 안보체계와 관련된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그 정도 판단과 사고력이라면 정치 안 하시는 것이 낫다. 오히려 정치에 해악”이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자주·자강·자존의 의미로 평가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100년 전 외세에 의해 좌우된 뼈저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며 “우리 스스로 주도적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고 개척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고 보았다.

박 최고위원은 “저는 이 세계사적 대전환에 중심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자강과 재도약의 기회를 확실하게 살려나갈 것”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국민들과 함께 이 일을 뒷받침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사태를 덮기 위해 지소미아를 종료했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참으로 이 양반들이 국익과 정략적 이해를 혼동하고 구별하지 못하는 저차원적 생각을 한다”며 “어떻게 가장 민감한 국익과 관련된 사안을 정략적으로 생각하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와 함께 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에서도 '국가자존선언'이라며 환영해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안보의 불편함까지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국가자존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외세는 한국을 보호하겠단 명목으로 쳐들어 오면서부터 상대방의 분쟁이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이런 지분 확보를 하는 게 침략의 역사”라며 “지소미아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의 북한 미사일 정보를 가져가겠다’ 그런데 단순히 미사일 정보가 아니라 일본의 본심은 이 협정을 운영하는 기간 여러 차례 드러났는데, ‘한·미 연합사의 작전계획 5015을 내놔라’, ‘한국의 전쟁 계획을 알아야 일본이 보호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일본이 군수기지국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러면서 점점 그 정도를 높여왔을 때 일단 지금 매듭을 지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자강·자존’ 이미지를 부각 시키면서 친일 프레임에 대한 반발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조국 의혹 물타기’와 청문 정국 등 불리한 여론을 전환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또 다시 친일 프레임을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지소미야 종료 결정이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등 조국 정국이 가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국 청문회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오는 26일까지 조국 인사청문회 날짜를 못잡을 경우 국민 청문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26일까지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우리는 '국민과의 대화', '언론과의 대화', 또 '국회와의 대화' 이런 것들을 진행해 조 후보자의 실체적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청문회 전이라도 각종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가열된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악화된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국민 청문회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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