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분리냐 경영권 침해냐...정부와 대상자 법적 논쟁 불꽃 예상

집중 분석...17대 국회의원도 소급 입법으로 결론 가능성 배제 못해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 추진이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바탕으로 했지만 대상자들은 기업경영권 침해 등의 이유로 법리적 논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17일 가진 당정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 추진과 관련, 신탁 대상 범위를 17대 국회의원에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소급입법'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당선된 17대 의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소급 입법'으로 판정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경분리 원칙 VS 기업경영권 침해 논란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행정자치부가 지난 10일 확정함에 따라 고위공무원 등 재산공개 대상자들은 내년부터 주식 취득이나 주식과 관련한 권한 행사가 크게 제한을 받게 됐다. 백지신탁을 하는 경우 공직자는 신탁재산의 관리나 운용, 처분 권한의 일체를 신탁회사에 완전 위임해 그에 관여할 수 없고 신탁회사는 이를 처분, 운용한 뒤 임기가 끝난 뒤 신탁자에게 돌려주게 된다. 규정을 위반해 신탁자와 수탁자가 운용과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번 법안은 정경분리의 원칙을 더 확고히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주식거래나 보유를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대리인인 공직자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직무에 전념해야 하고 사익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추진 중인 행자부는 비공식적으로 법조계와 법제처 등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소급입법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룡 행자부 차관보는 "법제처의 공식의견이 나와 봐야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지만 행자부는 법리문제가 없고 이 제도의 직접 적용대상인 여.야가 의견을 모은다면 17대 의원 적용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18일 입법예고한 정부안도 예외 없는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이대로 갈 경우 17대 의원에도 적용되는 법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법조계에서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으며 행자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조만간 법제처에 공식적으로 소급입법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갈 경우 법제처 심사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행자부에서는 정부 입법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지신탁제도는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시 참여연대 등에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을 거론했으며 지난 4.15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도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르면 7월 국회 입법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 당정은 지난 17일 신기남의장,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열린우리당 행자분과위 심재덕 간사가 밝혔다. 심재덕 의원은 이미 선출된 국회의원 등에 대한 소급입법 논란과 관련, "일단 입법을 하고 (시행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추후 고쳐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기업을 보유한 의원의 주식신탁 문제에 대해선 "예외를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안나왔지만 (신탁이) 당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주식신탁을 4급 공무원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느냐의 문제는 부처에서 추가로 검토키로 했다"며 "이르면 7월 국회 입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경제부처 실무자들의 경우 주식정보 취득이 용이하다"며 "재경부와 금감원, 국세청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비경제부처 1급 이상 공무원보다 경제부처 실무자들에 대해 주식백지신탁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조만간 당정협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대변인도 지난 12일 "정부의 주식백지신탁제도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직자들로 적용 대상을 넓혀야한다"며 "또한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까지 신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7대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한나라당의 총선공약처럼 신탁기관에 그냥 맡겨두자는 것인지, 정부안처럼 신탁기관에 맡기고 매각까지 하자는 것인지 밝혀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17대 국회의원 소급적용 문제와 재산권 행사 침해 논란은 당정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국회 제출 한편 한나라당에서는 무조건 매각이 아닌 단순보관 형식의 신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백지신탁이 어떤 모습으로 입법화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지난 13일 한나라당 의원 10명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로써 정부가 공직자의 보유금액(2천만∼5천만원)을 기준으로 주식 백지신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업무연관성'을 신탁의 기준으로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권영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0명은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있는 기업체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 강제로 주식을 신탁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공개대상자중 `업무 연관성'을 심사해 주식신탁 대상 공직자를 선정토록 했으며, 신탁명령을 받은 공직자는 `수탁기관이 자유롭게 신탁주식을 양도.매각할 수 있다'는 것에 서명한 신탁증서를 공직자윤리위에 제출토록 했다. 신탁된 주식에 대해서는 주식거래내역의 신고 및 공직자 재산 공개를 배제함으로써 신탁된 주식의 관리에 관한 비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당 공직자 등 이해관계자와 수탁기관이 접촉해 신탁주식에 대해 협의하거나, 정보를 주고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권 의원은 "해당 공직자가 신탁주식의 관리내역을 전혀 알 수 없도록 함으로써 공직자가 보유한 주식과 공직수행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익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17대 국회의원까지 포함, 선출직 및 고위직 공직자에 대해 주식, 유가증권, 부동산을 백지신탁토록 하고, 수탁기관이 이를 임의로 양도.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탁 대상 금액-당초 1억원 이하에서 5천만원 이하로 검토 신탁대상 주식의 금액은 당초 신탁을 담당할 은행연합회 측에서는 1억원 정도가 적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시민단체나 정당 등에서는 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2천만-3천만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 행자부가 일단 5천만원 이하에서 정한다는 방침만 정했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신탁하한액을 당초 1억원 이하에서 5천만원 이하로 대폭 낮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2천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627명, 5천만원 이상 주식보유자는 494명으로 신탁대상 금액이 적어질수록 법 적용대상자 수는 늘어나게 된다. 신탁 대상 범위-경제부처 4급 이상 공무원과 17대 국회의원 소급 적용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 추진과 관련, 정부 1급 이상 고위공무원에 한해 적용토록 한 정부의 주식백지신탁제도안에서 적용대상 범위를 재정경제부와 금감원, 국세청 등 경제부처 4급 이상 공무원, 그리고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도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하고 17대 국회의원으로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당은 신탁대상을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까지 확대하고, 중.단기적으로는 재 산등록 대상인 4급 이상 전 공무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외국 사례-딕 체니 미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사임 후 주식 매각 행자부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공직자들의 청렴을 위한 백지신탁제도는 모두 일정기간 이내에 무조건 매각하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신탁제도는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또 행자부는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한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경우 공직자의 업무 외 소득 및 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재산을 처분하도록 하는 등 공익을 우선으로 한 직무수행에 전념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딕 체니 미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우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하고 주식을 매각했으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텍사스 주지사 당선 직후 텍사스 레인저스 주식을 매각하고 운영을 포기한 사례 등도 들었다. 경영권 영향 받는 의원들..정몽준 심재엽 김양수 정부가 입법예고한 `백지신탁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17대 국회의원에 대한 소급적용 논의가 정치권에서 일면서 백지신탁 시행으로 영향을 받게 될 국회의원과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일 소급적용이 강행되면 상장기업과 코스닥등록기업 중에는 현대중공업 정몽준 의원, 비상장기업 중에는 심로악기 심재엽 의원, 유림건설 김양수 의원 등에서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조선내화의 대주주 일가인 민주당 이정일 의원의 경우는 지분을 일가 친척들이 나눠 갖고 있어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 소유 지분은 1.47%(직계존비속 지분 포함시 9.35%)로 1대주주인 이 의원의 형이 갖고 있는 지분 17.07%에 못 미친다. 또 비상장기업 주식의 경우에는 수탁자가 주식을 매각하는 일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점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백지신탁제 적용 대상은 점차 늘어날 전망 한편 정부와 정치권은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포함한 다른 재산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를 확대 도입할 계획이어서 갈수록 공직자들의 재산권 행사는 제한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은 백지신탁 제도에는 제외하지만 앞으로 직무회피 등의 제도를 도입,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건교부 장관이나 국회 건교위 등 관련분야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채권 등은 유통금리의 변동이 심하지 않아 백지신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으며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정경분리 의지가 확고해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앞으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행자부는 '공직자윤리제도 개선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 재산등록의무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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