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靑·與 압박 강화…장외투쟁 동력·정당성확보 주력
장외투쟁, 한국당 지지율·黃 차기대권 지지율 ‘상승’ 수단 활용
문제는 ‘대안정책’…텃밭에서부터 ‘실망’ 느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2.27 한국당 전당대회를 통해 황교안 대표 체제가 수립된 이후 문재인 정부 정책 비판은 대여공세의 핵심 이슈였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에 초점을 맞춘 민생투쟁 대장정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정권에 대한 비판만 할 뿐 그에 대한 대안은 만들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닌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여 강경투쟁을 선언하며 3개월 만에 다시 장외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에는 원내에 투쟁 거점을 뒀지만 정치권은 되풀이 되는 ‘거리 정치’의 결정 배경과 향후 여파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교안, 장외투쟁 선언…노림수는 무엇인가

24일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외투쟁을 지속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국민의 경고를 전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경제·민생·외교·안보는 물론이고 법치·통합·공정·평등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기본 가치마저 모두 무너뜨리고 있다”며 “더 이상 나라를 무너뜨리는 이 정권에게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장외투쟁 필요성과 정당성 각인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외투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 대전환을 이뤄내고 ‘구국(救國)’,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당 지지율 하락세와 ‘도로 친박당’ 비판, 계파 갈등 등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황 대표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이와 맞물려 최근 차기 대권 지지율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오차범위 밖으로 밀려 나간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및 국정감사는 야당이 정부·여당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야당의 무대로 통한다. 하지만 이 무대도 ‘국회의원’이어야만 누릴 수 있다. 원외 당 대표라는 한계를 가진 황 대표로선 국회라는 무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외투쟁 밖에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민생투쟁 대장정 당시 전국을 돌며 현 정권을 비판했던 것처럼 이번 구국집회도 24일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장외투쟁을 진행한다.

마치 대선행보 같은 장외투쟁을 통해 황 대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지층 결집을 통한 당 지지율 상승을 노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추석 밥상에 올리는 조국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사진 / 시사포커스 DB]

동시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9월 초로 미뤄 조 후보자 청문회 이슈를 추석 밥상에 올리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도 연일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미뤄지게 되면 그 기간만큼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혹여 야당이 조 후보자를 낙마시킨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검찰개혁에 강한 제동을 걸 수 있다. 심지어 차기 대권주자에게 정치적 흠집을 남길 수 있기에 야당에서도 사활을 건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난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고 야당의 반대 속에서 조 후보자의 국회인준안이 통과된다면 여당에게는 '역풍'으로 야당에게는 '순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추석 민심이 다음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청문 정국’과 ‘장외투쟁’은 존재감 부각에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싸늘한 민심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외교·경제·안보 분야가 위급한 상황에서 제1야당의 장외투쟁 선언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국가적 위급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국회 차원의 초당적 협력을 보여주는 대신 ‘정쟁’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모양새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도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2~14일과 16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7%p 오른 29.4%다. 하지만 한국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에서는 오히려 하락했다.

민주당은 진보층(63.1% → 64.0%)에서 60%대 중반으로 상승한 반면, 한국당은 보수층(60.2%→58.5%)에서 다시 50%대로 하락하며, 핵심이념 결집도는 민주당이 5.5%p 앞섰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40.4% → 41.3%)이 한국당(27.8% → 26.5%)에 14.8%p 우세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당의 텃밭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 원인으로 ‘당 지도부 비전 부재’가 지목되고 있다.

황교안 체제의 한국당이 사회상을 반영하거나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새로운 정치 이슈, 정책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번번이 프레임, 쟁점에만 빠져 있는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당 내에서도 조심스레 황 대표의 장외투쟁 선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당 내에서는 “거리투쟁 이외엔 다른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외 대표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한다.

김학용 의원은 지난 16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불통으로 일방적인 정치를 한다고 하면 저희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지 적당하게 장외투쟁 한두 번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며 “필요하면 의원직이라도 걸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한국당 보좌진으로 보이는 이들이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해당 페이지에는 “왜 지지율이 떨지는지 몰라서 저런가. 장외투쟁 안해서 떨어지는 것인가.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전혀 못 보여주고 있으니 떨어지는 것 아닌가”, “우리 당 왜 이럴까. 머리를 좀 ㅆ?ㅆ으면 좋겠다. 우리 지지층이 저들처럼 광장에 나오는 성향인가”, “돈은 제발 정책연구와 대안을 만드는 데 쓰고 머리 좋게 투쟁하자”라는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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