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탈당파, 각자도생 혹은 도로 호남당?…바른미래당도 엇갈려

민주평화당 탈당파인 대안정치연대의 모습. ⓒ포토포커스DB
민주평화당 탈당파인 대안정치연대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민주평화당의 분당을 계기로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제3지대 빅텐트 정계개편론이 과연 실현 가능성 있는지 여부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일단 탈당했지만 불안한 출발?…각자도생 기류도

지난 12일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10명의 의원들(이 중 장정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은 정동영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며 끝내 탈당을 공식 선언했는데, 이 때문에 평화당은 정의당보다 더 소수정당으로 쪼그라들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당한 의원들 역시 앞길이 순탄해보이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일부에선 평화당 내홍을 당권파인 정 대표를 위시한 전북과 박지원 의원을 대표로 한 광주·전남 의원들 간 호남 내전으로 보고 있기도 하지만 지역구가 전북인 유성엽, 김종회 의원도 비당권파에 포함되어 있어 설득력이 떨어지는데다 당 지지율이 주요 정당 중 좀처럼 최하위인 한자리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교섭단체 자격도 갖추지도 못했기에 여전히 당권투쟁이란 색채를 띤 평화당의 당내 갈등과 달리 총선 이후 생존을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 속에 일어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래선지 탈당 과정에서조차 각자도생하는 모양새가 일부 감지되기도 했는데, 평화당 원내대표였던 유성엽 의원은 12일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김경진 의원이 같은 날 오후 탈당 회견을 가진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김 의원은 일단 거리를 두려는 듯 탈당선언문에서 “내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선거 이후에는 지역주민들이 응원해주시는 정당에 입당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과거 평화당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더불어민주당의 문을 두드렸다가 거절당한 이후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손금주, 이용호 의원에 대해서도 대안정치연대 측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이들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평화당의 영입시도를 거절한 바 있었기에 현재로선 대안정치연대 의원들만으로 최소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내고 나서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당장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고 호남 분열로 선거를 치러봐야 득이 없어 당장 분당이기는 해도 비당권파 일각에선 정 대표까지 받아들일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갈라선 것인지 아닌지 여전히 애매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실제로 박지원 의원은 1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 대표·박주현 두 분 남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함께 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유성엽 의원도 같은 날 대안정치 회의에서 정 대표를 향해 “16일 전까지라도 생각을 바꿔 함께 새 길로 나설 것을 다시 간곡히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사진)의 사퇴를 요구하다 거부되자 탈당을 결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정치연대 측은 정 대표까지 자신들과 함께 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토포커스DB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사진)의 사퇴를 요구하다 거부되자 탈당을 결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정치연대 측은 정 대표까지 자신들과 함께 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토포커스DB

심지어 유 의원은 정 대표와 함께 당에 남은 조배숙, 황주홍, 김광수 등 중립파 의원 3인에 대해서도 적극 설득에 나서고 있는데, 12일 탈당 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8월 8일 탈당 결의한 이후 계속 전화로 또 만나서 대화하는데 그분들도 여러 가지 고민 중”이라고 주장했으며 평화당 잔류 의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지 “평화당에 있는 분들은 궁극적으로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국고보조금(15일에 지급)은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맞는 일이라 (실제) 탈당 일은 8월 16일로 조치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조 의원 측에선 탈당엔 아직 선을 긋고 있으며 김광수 의원 또한 고심하면서도 관망세를 취하고 있어 앞서 무소속 의원들처럼 이들 역시 대안정치연대 측이 적어도 연말 즈음엔 당 밖에서 빅텐트를 실체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합류할 기미라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가능한 한 빨리 창당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오는 11월 안에 제3지대 정당을 창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규모로 꾸려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지나친 기대는 금물? 도로호남당 목표라면 ‘제3지대’ 한계

우선 유 의원이 12일 탈당 회견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다른 정당을 염두하고 가는 게 아니고 제3지대에서 새로운 인물로 신당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정략적 차원의 합종연횡과는 다를 것임을 분명히 했는데, 당 대표도 유 의원이 임시대표를 마친 뒤엔 원외 인사를 데려와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와 손을 잡는 데 있어선 대안정치연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부 온도차가 감지됐는데, 단적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유성엽 의원은 12일 YTN ‘이동형의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저희가 안 전 대표의 의중이나 생각을 들어본 바 없는데 당 대표도 하고 대선후보까지 한 분이기 때문에 그분이 어떤 판단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박지원 의원은 1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체성이 오락가락했다고 하면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특히 박 의원은 안 전 대표에 대해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유승민·안철수 두 분에게 러브콜 보내는 것은 보수대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거고 그분들은 그쪽으로 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서도 12일 YTN라디오에서 “왜 못 만나겠나”란 반응을 보인 유 의원과 달리 그는 1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손 대표한테 안철수 오기 전에 유승민과 합의이혼해라 그랬는데 안 했잖나. 원가 계산하고 정치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 없는데, 가만두고 가다 보면 여러 정황상 우리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박 의원은 13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 등과 합치치 않으면 제3지대론이 결국 도로호남당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도 오히려 “도로호남당이 뭐가 나쁘냐”며 “현재 일부에선 바른미래당하고 할 거냐, 호남 출신 의원들이 오느냐 이런 것은 아무런 계획된 게 없고 얘기된 바도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3년 전 총선에서 제3당, 3세력이 결집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란 젊은 미래형 지도자가 있었으니까 가능했다”며 “제2의 안철수를 우리는 찾고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평화당 분당에 바른미래당 반응은?…호남계 움직일까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평화당 탈당파와 제3지대 빅텐트를 추진하는 데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포토포커스DB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평화당 탈당파와 제3지대 빅텐트를 추진하는 데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포토포커스DB

비록 박 의원이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12일 탈당 회견 직후 브리핑에서 유 의원마저 “바른정당 문제 거론은 부적절한 거고 시점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었다지만 정작 유 의원이 같은 날 저녁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선 “바른미래당에 있는 의원들 중에서도 제3지대 신당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면서 “호남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사람 물색이라든지 정책 개발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도로호남당 어떠냐’는 박 의원보단 외연 확장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인 박주선 의원도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제3지대 빅텐트를 쳐서 중도, 실용, 개혁, 민생 등 네 가지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신진세력이 합해서 민주당과 한국당을 대신하는 정당으로 서자는 주장을 저는 해왔기 때문에 민평당 탈당하신 분들도 그런 전제를 계산하고 탈당하신 것으로 이해한다”며 “우리 당내에서 아직 제3지대 빅텐트를 설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당과 통합할 것인가에 대해 공식 논의해본 일이 없어 지금부터라도 논의하고 좋은 결과 만들어내야 된다”고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의원은 평화당과의 빅텐트 추진에 반발해 일어날 수 있는 일부 탈당 사태도 불사한 듯 “지금 사할린 동포 강제 이주하는 러시아 전쟁 때하고 상황이 다르다. 강제로 어느 정당으로 이주시킬 수 없다”며 “지금 빅텐트해서 새 정당 나오더라도 벌써 탄생부터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 논쟁이 되고 있는데 먼저 물밑에서 실효성 있는 대화와 계획을 세우고 정기국회가 끝나면 활동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세부 구상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자당의 손 대표와 안 전 대표에 대해선 각각 다른 시각을 드러냈는데, 손 대표에 대해선 “지도력이 실종되거나 추락됐기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외부에서 보는 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거리를 두면서도 정작 보수진영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안 전 대표에 대해선 “한국당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해체나 극복의 대상이라고 주장해왔던 그분들이 스스로의 주장을 접고 이제 와서 함께 한다는 게 대국민 사기극이고 명분이 없다”며 제3지대 빅텐트에 함께 할 것이라 전망해 박지원 의원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앞서 평화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일축했던 손 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 직후에도 평화당 탈당으로 인한 정계개편설에 대해 “바른미래당과 아무런 상관없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그동안 침묵하던 안 전 대표 측까지 조기 귀국설에 선을 그으며 정계개편설의 중심에 자신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처럼 당사자들의 수습에도 평화당 탈당파가 내놓은 제3지대론은 벌써 바른미래당 내부를 뒤흔들고 있는데, 박주선 의원이 탈당파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데 반해 같은 날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화당 탈당파와 통합하는 것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혁신도 아니고 아무런 감동도 없으며 오히려 국민한테는 구태로 보일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평화당 탈당파 내부에서 바른미래당과 손을 잡기로 입장이 정리됐는지 여부와 별개로 이미 제3지대 정계개편설의 여파는 이처럼 타 당에까지 미치고 있는데 무엇보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부터 자체적으로 갖출 신당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며 이조차 이뤄내지 못하면 제3지대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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