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석간 무가지 창간 예정... 일률적으로 통신사 기사 받아쓰는 ‘무가지’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인 신문판매인들

기존 언론의 성격마저 퇴행시키고 있는 무가지 신문


아침 출근길 지하철 역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가지 신문. 아침 시간대 지하철 유동인구가 250만~300만 정도라고 할 때 수치상으로만 따지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무가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중증장애인, 65세 이상의 극빈 노인들에게 생계 터전을 마련해주는 차원에서 정부가 신문가판대를 허가했지만 문화관광부가 무가지를 허용한 이후 상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물론 현재는 신문가판대 임대료조차 내기 버거운 실정이다. 말 그대로 무가지 신문의 홍수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체 기사를 생산하지도 못하는 무가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기사를 생산하지 못하고 한 통신사의 기사를 일률적으로 받아쓰고 있는 무가지는 언론의 성격마저 퇴행시키고 있다. 과연 무가지가 언론사인지 광고대행사인가?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서울시 신문판매인들 500여명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민회관에서 한자리에 모여 ‘석간 무가지 결사반대 신문판매인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오는 5월 창간 예정인 국내 첫 석간 무가지 '더 시티'의 발간에 대해 신문판매인들이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 “신문판매인들 기초 생활비조차도 못번다”

석간 무가지 결사반대투쟁위원회 박종근 대책위원장은 이날 "지난 2002년 메트로를 시작으로 조간 무가지가 등장해 현재 유가신문을 판매하고 있는 신문판매인들은 약 40~70%의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며 "무가지가 문화관광부의 허가를 받았지만 지하철 입구에서 이를 배포하는 행위만큼은 엄연한 불법이므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전 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 등은 무가지 배포를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상적으로 지하철 등에서 정상적으로 임대료를 내고 신문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서울시가 이들의 상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어 “서울시가 중증장애인 및 65세 이상의 극빈자에게 장애인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주었으면 일관된 정책을 펴야한다”고 지적한 뒤 “무가지가 무차별로 배포되면서 장애인의 월수입은 기초 생활비조차 안되는 실정”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한 신문판매인은 "예전에는 연간 1천만부 이상을 판매했지만 무가지의 등장으로 현재는 연간 2백만부에 그치고 있다"며 "석간 무가지까지 등장한다면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또다른 신문판매인은 “날이 갈수록 신문 판매매출이 줄어들면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가판이 지금은 셀 수도 없다”며 “이대로 가다간 정말 길거리에 나안게 생겼다”고 서울시에 대해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또 신문판매인들은 "무가지로 인해 지하철 역사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하루 약 400만부의 무가지(6종류)가 발행되고 있으며, 승객들이 이 무가지를 지하철 선반이나 지하철 역사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 사당역의 경우 하루 수거되는 무가지의 양은 50자루(약 3톤)에 달하는 등 무가지로 인해 발생되는 공해는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뿐 아니라 석간 무가지 결사반대투쟁위원회 강지엽 회장은 "무가지들이 같은 통신사의 기사를 제공받기 때문에 제호만 다를 뿐 똑같은 내용의 신문"이라며 "이는 100% 종이를 수입해 신문을 만드는 국내 실정을 감안할 때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밝혔다.

투쟁위원회는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신문판매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석간무료신문이 창간된다면 지하철 입구에서 배포하는 것을 강력하게 저지하는 것은 물론, 석간무료신문의 인쇄를 맡는 신문사의 신문도 가판에서 판매하지 않는 등 강력한 투쟁방안을 마련했다.


◆ 자체 기사 생산 못하는 무가지 .... 과연 언론사인가?

무가지 신문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광고 때문이다. 순수 광고수익만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신문의 발행에 드는 비용보다 광고수익이 높아야만 무가지 신문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전 시간대의 지하철 유동인구가 250만에 이른다고 할 때 무가지를 배포함에 따른 광고의 효과를 기대 이상으로 얻을 수 있긴 하다. 기존 신문을 창간하는 것에 비해서 훨씬 적은 투자비용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6개의 무가지가 생겨나는 데 한 몫을 한 것.

이처럼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신문을 발행하다 보니 기존 언론의 성격마저 퇴행시키고 있다.

전체 지면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전달해야 할 기사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대부분의 무가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한 통신사의 기사를 받아 게재해 각각의 무가지들은 거의 유사한 주제를 담고 있다.
또 특색도 없기 때문에 타이틀만 다를 뿐 내용상 크게 다른 점도 없다. 이는 무가지가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인지 광고대행사인지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 ‘레드오션’인 무가지 신문 시장

현재 조간 무가지 신문은 수요(독자)를 이미 초과한지 오래다. 보통 오전 7~9시 서울 출근시간대 유동인구가 약 250만명으로 추산하면 300만부를 배포하는 조간 무가지 공급은 이미 50만부를 넘어선 것이다.

석간 무가지라는 차별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무가지 하나 더 발행하는 것은 자원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메이져 신문사 가운데에서도 소수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게다가 언론사가 인터넷과 동영상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마당에 굳이 ‘레드오션’인 신문사업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문협회는 "무가지 범람은 `신문은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독자에게 심어줌으로써 신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는 향후 신문 구독료 인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아니라 기존 유료 구독층 감소도 초래해 신문 산업 전반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가지 확산은 △이미 타격을 받은 스포츠신문의 경영 악화 △가판시장의 붕괴 △유료 종합일간지의 부수 감소로 인한 신문시장 위축 등의 결과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첫 석간 무가지가 발행되면서 향후 몇 개의 석간 무가지 신문이 창간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그들만의 리그로 ‘무가지 시장’ 전체가 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다. 공짜로 나눠주고 돈 버는 장사인 무가지 신문 시장에서 마지막에 과연 누가 웃을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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