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도 법무부장관에 조국 지명 강행…야권, 한 목소리로 반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일본과의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상승세를 타는 듯 했던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다시 하락 기조로 꺾인 가운데 그간 예고했던 장관급 8명 등 중폭 규모의 개각도 단행하면서 향후 정국 추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타이밍 재던 ‘개각’…반일 기류에도 지지율 꺾이자 단행?

일본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결집된 여론에 힘입어 사태 초반엔 50%대도 다시 넘었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수주째 ‘극한 대결’ 구도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 듯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서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라디오의 의뢰를 받아 지난 5~7일까지 전국 성인 1503명에게 조사해 8일 발표한 2019년 8월 1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2.5%P)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49.5%로 2주 연속 떨어져 부정평가와의 격차가 4%P로 좁혀졌고, 또 다른 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지난 6~9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3.1%P)에서도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1%P 하락한 47%를 기록한 반면 부정평가는 2%P 오른 43%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 하락세는 분명하게 감지됐다.

특히 한국갤럽이 같은 기간 동안 동일 기준으로 조사한 한일 간 분쟁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4%로 나왔음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데, 한일 갈등으로 어느 쪽 피해가 더 클 것인가란 질문에 57%가 한국을 꼽았고,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경제적 측면에선 우려가 컸던 것으로 밝혀져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보다 확전 양상으로 키우다간 도리어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수거된 더불어민주당 서양호 중구청장의 ‘NO JAPN 배너’ 해프닝이나 여당 일각에서 나온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 등이 과유불급이란 지적을 받은 이후 민주당에서도 8일 박찬대 원내대변인이 “일본을 거부할 게 아니고 아베 정부의 행동에 대해 구별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톤 다운에 들어갔고 문 대통령도 같은 날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며 대일 발언 수위를 크게 낮췄는데, 이처럼 한일 갈등에 힘입은 상승세도 꺾이자 그간 타이밍을 재던 개각을 더는 미루지 않고 단행했다.

지난 3·8 개각 이후 약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개각은 4명의 장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법무부 조국,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 후보자)과 6명의 장관급 인사(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금융위원장 은성수, 방송통신위원장 한상혁, 국가보훈처장 박삼득, 주미대사 이수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정세현 내정자), 1명의 차관급 인사(국립외교원장 김준형) 등 11명에 달했는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역점을 뒀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우선 고려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인선에선 당초 유임될 거란 관측을 깨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직에 세계적인 반도체 분야 권위자인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내정하고, 정치인보단 주로 관료 그룹에서 지명한 데다 주미대사직도 앞서 거론된 이래 논란이 많던 문정인 외교통일안보 특보가 아니라 이수혁 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는 등 기존 전망과 달라진 결과가 일부 나오기도 했으나 조국 전 민정수석을 끝내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한 게 상징하듯 ‘코드 인사’ 지적은 이번에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조국? 개각 결과에 한 목소리로 성토한 야권

이를 보여주듯 당장 자유한국당에선 청와대에서 나온 지 불과 2주 만에 현 정권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하자 “내각 해결책은 기승전 조국에 불과했다. 개각이 아니라 인사이동 수준”이라고 혹평을 퍼부었는데, 민경욱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내년 총선에만 몰두하고 있는 청와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총선용 개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권력 욕심만 챙기려 드는 이번 개각에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금융시장 점검 현장간담회(한국거래소 신관 19층-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 76)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박상민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금융시장 점검 현장간담회(한국거래소 신관 19층-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 76)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박상민 기자

또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같은 날 한국거래소에서의 금융시장 점검 현장간담회 직후 조 전 수석을 겨냥 “민정수석으로서 업무능력은 낙제점이었고 공무원 휴대폰을 마음대로 사찰해 영혼탈곡기란 말을 들은 것처럼 인권에 대한 기본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데 이어 “조국 임명은 검찰 장악에 이어 청와대 검찰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조 전 수석 지명에 격하게 반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에선 조 전 수석에 대한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게 될 김진태 의원까지 입장문을 내고 “조국이 서울대생이 뽑은 ‘부끄러운 동문상 1위에 올랐다. 2년 전엔 조국이 나보고 (부끄러운 동문 투표에서) 3위라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었는데 2년 전 잣대를 본인에게도 적용하기 바란다”면서 “이번엔 국민이 뽑은 부끄러운 법무부장관상을 받지 않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원외 인사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조차 조 전 수석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폴리페서를 모질게 비판하던 사람이 양손에 떡을 쥐고 즐기는 것은 무슨 양심인가. 실력 있는 형법 교수인지 여부는 알 길이 없으나 역량이 되는 공직자는 아니라는 것을 민정수석 재직 당시 수많은 (인사) 검증 실패를 보면 명확하다”며 “나라가 더욱 암담하게 돼 가는데 이를 제지할 세력은 보이지 않고 이제 법무도 말아먹는구나”라고 강도 높게 이번 인선을 비판했다.

이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도 이날 김정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동과 무능의 당사자, 선무당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했다. 대통령의 각별한 ‘조국’ 사랑이 빚은 헛발질 인사이자 편가르기 개각”이라며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로 무장한 사람에게 법무부 장관이 말이 되는가. 능력은 없고 욕심만 많은 양심 불량인 조국은 그저 SNS 선동에 특화된 사람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같은 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이날 논평을 통해 “가장 무능하고 시끄러웠던 조 전 수석을 끝내 법무장관에 앉힌 건 국회와 싸워보자는 이야기”라며 “청와대가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한마디로 협치 포기, 몽니 인사고 친문 코드의 교수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해 청와대 정부, 들러리 내각이란 문 정부 코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거세게 질타했다.

심지어 범여권으로 지칭되어온 민주평화당에서도 이번 개각 결과와 관련해 이날 오후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논평에서 “조 장관 후보자는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 논란이 많은 조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에 내정한 것은 문 정부에 큰 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해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여당과 정의당은 조 전 수석이 내정된 데 대해 사법개혁 의지를 보였다면서 다른 정당들과 반대로 호평을 쏟아내고 있는데, 조 전 수석 본인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빌딩에서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저의 소명”이라며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데 대해 적극 의욕을 보였다.

◆ 조국 외에도 논란 많아…반전 카드 아닌 ‘부담’될 가능성↑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임명된 뒤 8일 국회를 취임인사차 찾아온 윤석열 검찰총장(우)과 자유한국당의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좌)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청문보고서를 채택 받지 못했음에도 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뒤 8일 국회를 취임인사차 찾아온 윤석열 검찰총장(우)과 자유한국당의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좌)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문제는 이미 범여권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정당들이 일찍이 조 전 수석에 대해 부정적 반응으로 일관해왔음에도 청와대가 이번 인선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사청문결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또 일방통행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는데, 얼마 전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청문보고서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임명한 데 비추어 임기 반환점을 돌기 전에 검찰 권력을 어떻게든 손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조 전 수석까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해 사정라인을 교체하더라도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관련 주요 사안들은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뤄지고 있는데다 사개특위 위원장도 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맡고 있어 현 정권의 이런 행보는 향후 여러 면에서 야권의 협조를 얻어내기 어렵게 만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비단 조 전 수석에 우려 외에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후보자와 정세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내정자의 편향성이나 코드 인사 논란,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전문성 등도 벌써부터 도마에 오르고 있으며 그간 수차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제점이 정치권에서 제기됐음에도 끝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을 유임시킨 점도 도리어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조기 레임덕을 우려했는지 안정성을 우선한 채 단 한 명의 파격 인사 없이 사실상 ‘회전문 인사’로 마무리 지은 만큼 현재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전환점으로 삼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개각 결과가 ‘득보단 실’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모처럼 한일갈등을 계기로 정부에 협조적 자세를 보이려던 야권에 반감까지 사버렸다는 점에서 향후 청와대의 순탄한 국정운영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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