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고삐 ‘중폭개각’…국정은 되레 악화일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정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명했다. 이날 개편은 집권 3년차 개각을 통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하고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지형 속에서 검찰·사법개혁 등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국정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조 전 수석 기용에 대해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능력, 민정수석으로서의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법무무 장관으로서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사법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라며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번 개각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중후반기 국정을 책임지고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선 했다”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의 추진력, 속도감 등을 바탕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상됐던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에 야당이 분개하며 “불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를 찾아 금융시장 점검 현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야당 무시를 넘어 야당과 국민의 단합이 아닌 야당과의 전쟁 선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민정수석으로서 업무능력은 낙제점”이었다며 “소위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를 감시한 영혼 탈곡기로 공무원 인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잘못된 조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에 내정된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조 전 수석의 임명으로 신독재국가 완성과 검찰의 도구화 등을 말했는데 조 전 수석이 추진한 공수처법의 의미는 ‘제2의 청와대 검찰’을 만든다는 것”이라며 “의회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정권의 패스트트랙에 대한 강한 의지는 검찰 장악에 이어 청와대 검찰을 만든다는 강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이 최근 SNS를 통해 대일(對日)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선동정치에 앞장선 분”이라며 “법무장관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반대되는 소양을 가지신 분”이라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국회와 싸워보자는 얘기”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오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협치 포기, 몽니 인사’다”라며 “청와대는 일관되고 안정적인 개혁 추진에 역점을 뒀다고 말하지만, 일관된 자세로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불통 인사라고 지적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조 후보자는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논란이 많은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문재인정부에 큰 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벼르는 野…임명 강행시 9월 정기국회 '파행' 우려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야당 입장에서는 그간 극렬히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조 전 수석이 장관으로 기용된 것이기에 여권에 협조하지 않을 것은 확실시된다.

때문에 법무부 장관 인준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자칫 9월 정기국회도 멈춰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야당은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에 있을 당시 인사검증, 공직기강에 문제가 있었다며 ‘조국 무능론’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당이 우려하고 있는 검찰 중립성 논란 소지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지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조 후보자가 임명되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고소고발에 대한 조사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기에 한국당에서는 ‘야당과의 전쟁 선포’, ‘제2의 청와대 검찰’. ‘신독재국가 완성’이라고 맹렬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많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 지명을 차기 대권 주자로 키우겠다는 발로라는 해석도 나온다. 때문에 야권은 조 후보자의 정치 성향, 도덕성, 자질 등을 현미경 검증을 통해 철저히 자격을 따지겠다며 당력을 모으고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에서 국회로 제출되는 시기이기에 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만약 청와대가 조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할 경우 야당에서도 정국 주도권의 지분을 확보하고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국회 일정 보이콧 등의 카드를 만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되면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주요 일정은 줄줄이 연기되면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혹여 야당이 조 후보자를 낙마시킨다면 그야말로 대어를 낚는 격이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검찰개혁에 강한 제동을 걸 수 있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에게 정치적 흠집을 남길 수 있기에 야당에서도 사활을 건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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