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보다 답답한 여야 여론전…자성론 고개
한일 경제전보다 답답한 여야 여론전…자성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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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면 끝장’ 여야, 총선 8개월 앞두고 공방 난타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 DB]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정치권이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에도 공방만을 치열하게 벌이며 논란을 거듭하는 탓에 정작 당장 요구되는 국회 차원의 초당적 대응책 마련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일본의 경제보복, 북한의 미사일 도발,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 미중무역 갈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 심화 등 경제‧안보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차분한 논의와 초당적 협력보다는 네탓 공방만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대승적인 협력은 없고 소모적인 공방만 주고받는 상황에서 여야가 강조한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서서히 빛이 바래지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8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여야 각각 집토끼(기존 지지세력)들이 빠져나간 것을 보면 이같은 정치 공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치킨게임식 정쟁대결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 사태를 놓고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입씨름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가시화 되기 이전인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됐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일전에서 한국당의 백태클 행위를 준엄히 경고한다”며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 선수만 찬양하면 신친일”이라고 말하면서 여야의 ‘친일 프레임’ 공방이 격화됐다.

반일감정이 거세지면서 친일 프레임 공세로 발목이 잡힌 한국당은 지지율 하락 만회를 위해 정부‧여당의 일본 경제보복 대응과 안보 분야에서의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본 수출 규제에는 국무회의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 버렸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반복하는 근본 원인은 굴종적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와 안보분야를 동시에 공격했다.

문제는 친일 대 반일 프레임으로 감정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여야가 일본 경제보복 대응책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비방전이 날로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케논란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우리 일본’ 발언 논란이다.

이 대표의 사케논란에 대해 한국당은 ‘말 따로 행동 따로’, ‘이율배반’이라고 불매운동과 연계해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의 ‘우리 일본’ 발언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과 함께 노력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아가며 '아베 정권 기 살리기'에 몰두한 것부터 반성하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당은 4강 외교가 무너졌다면서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를 촉구하거나 제2의 IMF가 온다는 등 반일감정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경제보복으로 생길 수 있는 '만약의 경제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격렬한 난타전을 지속하고 있다.

황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외교 역사상 이렇게 4강 외교가 모두 무너져버린 사례는 제 기억에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도 이 정권은 대한민국을 더욱 고립시키는 '셀프 왕따'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그는 “집권여당의 국회의원들은 도쿄올림픽 보이콧, 일본 여행금지까지 거론하는데 총선용 반일감정 확산에 목을 매고 한일 관계를 아예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복원을 위해 무능한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는 한번 무너지면 1997년 외환위기에서 보듯 회복에 수십년이 걸리거나 아예 불가능하다”며 “외환위기 때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했다가 순식간에 위기를 맞은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밀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를 일축했다. 7월 기준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약 4031억불로 세계 8,9위에 해당하고 지난 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한다고 밝힌 점 등으로 미뤄 야당이 주장하는 ‘제2의 IMF’ 우려를 불식하려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려는 일본의 의도대로 되기에는 우리 경제가 호락호락하지 않고 튼튼하다”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대외 불확실성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성급한 불안감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며 “근거 없는 불안에 빠져 스스로 흔들리는 것이야말로 일본이 노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의 비판에 대해 “한일 경제전에 임하는 자세가 색깔론에 입각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우리 국민을 호도해서 경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매우 유감이다”라며 “이제는 야권도 한일 경제전에 대응하는 예산과 입법 지원에 하나 된 힘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오히려 한국당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정치권 소모적 논쟁구도 왜 계속 지속되나?

최근 정치권은 이슈가 이슈를 덮는 정쟁과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해찬 대표의 사케 논란을 두고 여야가 일본 술이냐 국내산이냐를 두고 날을 세웠다. 그리고 나경원 원내대표의 ‘우리 일본’ 발언을 두고 습관이다, 친일이다라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공방은 결국 총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을 겨냥한 여야 공방이 전방위로 확대, 꼬투리 잡듯 난타전 수준의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총선이 가까워오면서 ‘밀려선 안된다’는 절박감이 여야를 한치 양보 없는 설전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모적 논쟁 대신 초당적 협력’…자성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국가적 위기 사태를 앞에 두고서 여야가 소모적 정쟁을 계속하다보니 정치인의 행동‧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본 경제보복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자성도 나온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일본 규탄대회를 열고 “일본의 경제침략행위에 맞서서 총력을 집중 하기 위해 지금부터 정쟁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5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진짜 정치권이 반성할 일이기에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며 “지금 그런 것 같고 싸울 때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8일 “요즘 정치가 참 ‘좁쌀’ 같아졌다”며 현 정치세태를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번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를 쓰러뜨려 물어뜯고 결국 피를 보고서야 돌아선다”며 “의미를 부여할 만한 문제가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후벼파고 헐뜯고 며칠을 굶은 승냥이처럼 달려들어 끝을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는 ‘비창조적 흥분상태’에서 상대를 향해 말초적 비난을 퍼부으며 한뼘의 너그러움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참 옹졸하고 섬뜩하기도 한 정치권”이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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