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보수통합론’과 흔들리는 바른미래…평화당선 ‘집단탈당’ 분위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중),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중),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동안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수준에 그쳤던 야권 내 정계개편론이 최근 들어 점차 구체화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나경원의 유승민 러브콜…단순 이간질인가, 보수통합 시도인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과 통합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금 차이가 있다고 내치면 안 되고 보수통합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것을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며 “유승민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까지 답할 정도로 적극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바른미래당이 정리돼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나가야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여 단지 내홍에 빠진 바른미래당을 완전히 흔들어놓기 위한 이간질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았는데, 그래선지 그는 7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결국 문재인 정권에 대해 반대하는 우파의 가치를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하는 게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유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보수통합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도 “저는 늘 열린 자세로 우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파 가치를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함께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비치면서 “많은 국민들이 ‘반문연대’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본다. 우파 통합을 위한 거쳐야 될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측과 보수통합을 실제 논의 중인지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얘기를 한 적은 없고 지금 (당대당 통합을) 당장이란 뜻은 아니다. 앞으로 저는 우파 생각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과 늘 열린 자세로 대화하려 하고 있다”고만 밝혀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는데, 황 대표와 논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개인적으로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내놨을 만큼 이미 중도보수와의 통합에 더 무게를 뒀던 나 원내대표였기에 당내서도 이번 발언을 가벼이 보지 않고 있는데, 당장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드시 함께 해야 할 통합대상으로 유 전 대표를 거명한 것은 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라며 “우리는 혁신의 길, 올바른 통합의 길에서 반드시 만나야 한다. 나 원내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 전 대표 결단을 기대한다”고 힘을 실었다.

반면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내 의견이 전혀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렇게 불쑥 개인의견을 던지는 것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 의원이 유승민과 통합하자고 한 모양인데 원내대표의 월권”이라며 “오겠다는 의사 밝히지도 않은 분을 자꾸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 우파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있는 당이 또 쪼개져야 되겠나”라고 노골적으로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에 대해 반감을 표출했다.

물론 나 원내대표도 앞서 기자들로부터 당내 여론이 조성됐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의원님들 중 다소 조금씩 생각 차이는 있을 것”이라며 아직 내부 수렴을 거쳐 내놓은 발언이 아니란 점은 확실히 했으나 “조금의 차이 갖고 누구를 배제하는 길을 간다면 문 정권이 가고 있는 잘못된 길을 막을 수 없다. 우리 당도 큰 틀에선 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해 적어도 순순히 물러설 뜻은 없음을 내비쳤다.

◆ 유승민 향한 손학규의 ‘보수통합’ 의심, 이제는 확신으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날이 갈수록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바른미래당에선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불에 기름을 끼얹은 듯 크게 들끓었는데, 여전히 비당권파는 보이콧한 채 열린 7일 최고위 회의에서 당권파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금지 신청을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임재훈 사무총장도 “나 원내대표는 잠꼬대 같은 말은 더 이상 하지 말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안 그래도 의심해오던 당권파의 우려는 이제 확신으로 굳어가는 분위기인데, 임 사무총장은 “유 의원과 통합할 시점은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가 당이 정리된 뒤라고 말한 부분이 눈에 띈다. 손 대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바른미래당을 사수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당사자인 손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이나 유 의원 계열과 나 원내대표나 한국당이 구체적인 얘기를 진행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유 의원은 ‘손학규 퇴진 말한 적 없다’는 얘기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며 직접 유 의원 압박에 나섰다.

이 뿐 아니라 손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을 구실 삼아 비당권파와의 당권투쟁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듯 “유 의원에게 내가 전화도 한 통 하고 문자도 보냈다. 만나자고 했는데 답이 없다”고 주장한 데 이어 비당권파 측 혁신위원들의 공개검증 요구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이전보다 한층 강경한 태도로 응수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당권파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는데, 일단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이 같은 날 손 대표와 당권파의 혁신위 공개검증 불참을 꼬집어 “손 대표가 혁신위 검증식에 일체의 참여, 지원도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공안정국”이라며 “최고위에 당규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손 대표의 참여를 재차 촉구한다. 공개검증 기간도 연장할 것”이라고 반격에 돌입했다.

또 나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던 유 전 대표도 같은 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나 원내대표의 인터뷰와 관련해 저는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한 데 이어 지상욱 의원까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 원내대표가 자신의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했음에도 유 전 대표를 공격하고 막장의 진흙탕으로 끌고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손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 의원은 손 대표를 겨냥 “당이 싫어 떠난 민주평화당 출신들과 다시 야합해 당을 점령한다는 말들이 회자된다”고 도리어 역공을 가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정계개편 논란을 불식시키려는지 “정치적 허언을 명분 삼지 말고 모든 당원, 의원들이 만나 문을 걸어 잠그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당권파에 비공개 총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 분당 위기로 치달은 평화당, 他당 연대해 제3지대로?

제3지대에 힘을 싣고 있는 바른미래당 내 호남 출신 박주선 의원(좌)과 민주평화당의 유성엽 원내대표(우) ⓒ포토포커스DB
제3지대에 힘을 싣고 있는 바른미래당 내 호남 출신 박주선 의원(좌)과 민주평화당의 유성엽 원내대표(우) ⓒ포토포커스DB

이렇듯 바른미래당이 정계개편론까지 겹쳐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면 여기서 갈라져나가 결성됐던 민주평화당은 지지율 바닥권을 맴돌던 끝에 총선까지 점점 다가오자 바른미래당보다도 먼저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선 모양새인데,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듯 평화당 일각에선 실제 바른미래당과의 연합·연대 필요성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정동영 대표와 유성엽 원내대표 사이에 계속된 지도부 내 신경전은 당직 인선 문제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급기야 유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의 최고위 보이콧과 분당 사태로까지 치닫고 있는데, 일견 바른미래당 당권투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정체성 차이라기보단 교섭단체도 아니다보니 총선 이후 생존 문제부터 절박하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 13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선 평화당도, 바른미래당도 전멸한다”면서 일찌감치 신당 창당론을 역설해온 유 원내대표는 박지원, 천정배 등 1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대안정치연대를 구성하고 지난달 30일 ‘한국 정치 재구성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이 자리엔 바른미래당의 박주선 의원도 참석해 “앞으로 바른미래당에서도 전 당원이 빅텐트론에 참가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정계개편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이 같은 박 의원의 축사는 자칫 바른미래당 당권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인데, 손 대표가 5일 최고위에서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도, 더불어민주당과도, 평화당과도 통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음에도 급기야 평화당 당권파인 정동영 대표마저 마치 자당 비당권파와 영입 경쟁하듯 같은 날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더 큰 평화당을 위해 바른미래당 개혁그룹, 정의당과 시민사회, 청년당, 녹색당 등 소수정당들과 함께 힘을 모아 내년 총선에서 제3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더구나 소수정당들이 좀처럼 한자리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임을 염두에 둔 듯 정 대표는 “9월 중순 추석이 지나면 새로운 세력 인물이 등장하고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대로 기성 정당만으로 내년 4월 총선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연대 및 연합은 평화당의 생존전략이다.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존의 벽을 돌파하기 위해 제3진영의 통합과 연대는 절실하다”고 사실상 총선을 대비한 정략적 정계개편 추진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렇게 볼 때 평화당 내 당권파든 비당권파든 결국 방향은 같아 보이지만 당권을 쥐고 있는 정 의원은 현재의 평화당을 해체하는 데엔 부정적인 반면 비당권파 의원들은 정 대표의 퇴진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집단탈당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양측 회동과 당내 원로 고문단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협의 시한으로 정한 이날까지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실상 탈당이 예고된 만큼 이달 중 정계개편 등을 포함한 당 향방을 담은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선언’과 더불어 현 야권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