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가 사용하는 마감재와 접착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주택공사가 사용하는 마감재가 환경부의 오염물 방출기준을 초과했고,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경우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 방출량 기준이 민간업체보다 높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거주자에게 두통, 피로감, 피부건조, 눈이 따가운 증상, 아토피 심화 등의 새집증후군과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택공급 1위 기업인 주택공사. 이번 파문에 대해 웰빙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한주택공사(사장 박세흠)가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마감재에 대해 오염물질 방출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제품이 환경부 법적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밝혀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민간의 대형 건설업체들에 비해 유해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온돌마루용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유해화합물은 아토피 등의 환경 질환을 가져온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실내 화학오염물질의 주된 원인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상온에서 증발하여 실내를 유기화합물로 오염시킨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건축자재 중 페인트, 접착제, 단열재, 복합재료 등에서 발생되어 서서히 공기 중에 방산된다. 공기 중에 방산된 오염물질은 새집증후군과 아토피 등의 환경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건강을 위한 거주공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설업체들도 친환경적인 환경을 위해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택공사 또한 친환경을 모토로 하고 있어 이번 논란이 더 부각되고 있다.


올해에서야 세부 기준 마련


지난 11일 심재철 의원은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품질시험소로부터 "실내공기 오염물질 방출 건축자재 품질기준 조사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에는 대한주택공사(이하 주택공사)가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감재에 대해 오염물질 방출검사를 실시한 결과 현관문틀용 페인트와 륨카펫의 경우 모든 제품이 환경부의 법적기준을 1.5배~17배 가량 초과했으며 목공사용 접착제와 내부용 실링재의 경우 상당 제품이 환경부의 법적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관문틀용 페인트와 실내문틀용 페인트, 목공사용 유성접착제, 내부용 실링제는 이제까지 아무런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는 환경부장관이 고시하는 오염물질방출건축자재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공사의 기준이 환경부 고시보다 더 강화돼 적용 중이라고 변명했다. 언론에 노출된 보고서는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친환경 마감재의 실태파악을 통해 현행기준을 상향조정하고, 내부용 실링제, 문틀용 페인트 등 소량으로 사용되는 자재에 대해 품질 기준이 없어 신규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또 대부분의 제품이 환경부 기준을 만족하고 있고 환경부 기준보다 강화된 주공시방기준에는 일부 초과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조사대상 자재 전부에 대해 금회조사를 반영한 친환경시험기준을 설정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조사보고서를 만들어 품질향상을 도모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세부 사항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이다. 전체 공사에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도 품질 관리 측면에서 철저해야 했다. 그리고 환경부에서 고시한 기준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최적이 아니라 최악을 막는 수단일 뿐이다. 환경부 기준보다는 낫지만 자체 기준에는 초과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주택공사가 안이한 관리를 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내부 조사가 어이없게 유출된 것이라는 반응보다 자신들의 관리 시스템을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환기로 아무 문제없다는 주택공사


주택공사의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오염물질 방출 기준이 다른 대형 건설업체의 기준에 비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접착제는 바닥시공용, 벽지시공용, 목공용, 조립작용 등 주택의 각 부분마다 사용된다. 주택 1채를 시공할 때 소용되는 접착제의 양은 약 120Kg~220Kg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접착제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실내 공기에 오염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에 환경부는 방출량 기준을 정하고 있고 각 건설업체 또한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실내공기를 관리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주택공사 아파트 건설 시방서의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 기준이 다른 대형 건설업체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경우 6배,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13배가 넘는 기준을 설정해 놓았다. 또 대다수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Healthy Building)마크 인증제품 중 최우수 등급인 클로버 5개 제품을 사용하나 주택공사는 클로버 3개 등급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측은 주택공사의 시방서 기준이 환경부의 기준보다 강화된 것이며 HB 등급 양호기준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용 제품의 친환경성과 함께 접착성능과 내구성을 함께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또 온돌마루용 접착제는 자재의 성격상 순수한 수성제품은 생산되지 않으며, 주공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성에 가까운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금전적인 이유만으로 양호 등급의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2004년 11월부터 입주하는 전 세대에 대해 잔존 유해 물질제거를 위한 베이크 아웃을 실시하고 있어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주택공사는 친환경 거주공간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온돌마루 시공시 평당 4kg의 접착제가 깔리게 된다



기자는 접착제 제조업체 두 곳과 인터뷰를 통해 주공의 주장을 검증해봤다. 접착제로 유명한 ㅇ사의 품질관리팀은 수성에 가까운 접착제라는 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유기용제와 수용성제를 사용하는 차이에서 유성과 수성 접착제를 구별하고 유기용제의 경우 벤젠과 톨루엔 등의 유기화합물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유성 접착제의 경우 피접착면을 녹여 접착효과가 강하며 유기화합물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순수한 수성 접착제를 개발해 정부기관의 환경마크 인증을 받은 ㅅ업체는 주공이 주장하는 것은 수성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수용성 제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접착제는 대부분 알콜과 유화제를 사용하는 수성제품과 알콜로 희석한 유성제품이 대부분으로 인체에 유해한 정도는 비슷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합물질과 알콜 성분을 제외하고 접착제를 제조하는 것이 환경을 위해서 바람직하지만 쉽지 않은 기술이며, 앞으로 개발을 통해 다른 화합물 대신 물만이 용제가 된다면 휘발성 물질의 방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두 업체 모두 정부와 기업이 기준을 만들고 요구를 한다면 유해물질함량을 줄이는 노력을 당연히 하지 않겠냐고 했다.
한국공기청정협회는 HB등급은 방출량을 기준으로 인증을 하고 등급을 매긴다고 했다. 일반 등급이어도 사용은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은 가능한 최우수 제품을 원하고 기업도 그에 따라가는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방출량 외에 함유량도 고려할 계획임을 밝혔다.

올해만 6만 가구 공급

우리나라 주택공급을 선도하는 주택공사가 업계의 품질을 선도할 수 있는 입장에서 단순히 베이크 아웃만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택공사가 주장하는 베이크 아웃을 통해 유해물질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방출량과 함유량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는 동시에 베이크 아웃을 한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거주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주택공사는 올해만 6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 주택공사 또한 자신들이 선도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주지하고 있다. 공급의 선도만이 아니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소비자에게 최적의 기준을 세워 품질을 선도할 수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주택공사는 공기업이며 주택의 대량 공급으로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켜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는 주택의 질적 향상을 꾀해 업계의 모범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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