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은행 창구업무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9일 전국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현재 4시 30분까지인 영업시간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금융노조는 은행원들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부각하며 초과근무에 대한 권익을 찾기 위해 영업시간 단축을 건의했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한 국민들은 연봉은 국내 최고로 꼽히는 은행원들이 영업시간까지 단축하면서 국민 편의를 무시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동만 이하 금융노조)은 올해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은행 창구영업 마감시간을 현재 오후 4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을 앞당기는 '창구영업시간 단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이후에도 창구 마감업무와 함께 고객관리, 마케팅 활동 등 영업 시간외 연장 근로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창구영업시간을 단축시켜 직원들의 과도한 노동 강도를 완화시켜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IMF 이후로 은행 간 과당경쟁이 일어 개인 실적과 성과를 독려해 직원들의 책임과 정신적, 금전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노동 강도 또한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많은 직원들이 월 60~70시간의 초과 근무를 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과로사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나 그에 따른 보상 체계 등이 확립되지 않아 노조가 직원들의 근로 권익을 위해 나섰다는 주장이다. 또 캐나다 등 3시 반까지 영업을 하는 일부 선진국을 거론하며 우리도 금융 선진화를 통해 변화해야 하고, 창구 영업시간 단축으로 22.7%의 창구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자동화 기기와 인터넷 뱅킹 사용, 수수료 인하 등의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국민여론 비난일색

하지만 국민의 여론은 비판 일색이다. 금융노조가 9일 성명을 발표한 후 금융노조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항의글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또 10일에는 여론 조사 결과 영업시간 단축에 국민들이 90%이상의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금융노조측이 이 사안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자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금융노조의 자유게시판에 ID '실업자'는 "휴일도 없이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도 많지만 은행원들은 여름에는 춥고 겨울에는 더운 곳에서 돈 많이 받아가며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힘들겠죠. 그냥 오전에만 근무하도록 하죠."라며 영업시간 단축 사유에 대해 금융노조를 비꼬았다. ID '은행원'은 "피곤하고 힘들어 근무조건을 향상시키려 하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요구사항인데 왜 당신들이 은행원의 사이트에 도배를 하냐?"라며 반론을 폈으나 끝없는 네티즌의 항의에 이내 잠잠해졌다. 한 블로그의 ID '라이토'는 "주 5일제는 정부의 시책이므로 어쩔 수 없이 참았다. 하지만 이건 너무한 것 같다. 들어오려는 사람은 넘쳐난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않나. 아직 선진국 반열에 들지도 못했는데 선진금융을 따라하겠다며 5,6시까지 영업하고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미국이나 중국 등의 예는 들지 않고, 3시 반까지 영업하는 소수의 사례만 드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FTA로 금융 개방이 된다면 외국계 은행으로 다 옮겨가지 않겠느냐"라며 금융노조를 질타했다.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역촌동의 고모씨(27)는 우리 같은 사람은 은행도 가지 말라는 거냐며 말문을 열었다. "가장 최근에 은행을 방문한 것은 지난 1월이다. 점심도 굶고 인터넷 뱅킹 신청을 하러 갔다. 하지만 1분도 걸리지 않는 업무를 위해 30분을 은행에서 대기했다. 상사의 눈치가 보여 어떻게 점심시간이라도 업무를 보러 갈 수 있겠느냐. 주 5일제와 현재의 4시 30분 마감도 충분히 불편한 시간이다. 우리 직장인은 은행도 가지 말라는 것인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은행원들이 이제는 그 일도 힘들다고 줄여달라니 정말 너무한다."라며 금융노조가 이번 일을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들 분노에 변명뿐인 노조

금융노조의 제안은 집행위의 협의를 거쳐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은행협의회와 협상을 통해 그 가부가 판가름 난다. 기자는 금융노조 임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국민들의 반대 의견에 따라 금융노조의 행동이 처음 주장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10일의 성명에서는 이미 지부대표자 회의를 통해 산별중앙교섭 단체협약 요구안을 심의 의결했고 26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확정될 것이며 이번 안건을 최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아직 집행위의 결정이 나지 않았고 워크샵에서 나온 하나의 안건인데 고객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고객 업무시간 단축 외에 다른 안건들이 많이 제시되었는데 영업시간 단축만 부각되어 은행원들이 귀족노조라고 불리면서 비난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했다. 이번 제안은 수시퇴출이 가능한 상시고용체계와 과도한 노동 강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제안일 뿐이라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은행이 가지고 있는 시급한 문제, 비정규직 고용 문제와 FTA로 인한 금융 개방을 대비한 경쟁력 확보 등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한 은행에서 열 명의 과로사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근거 자료가 있느냐고 묻자 연장 근로 시간의 경우에는 지부로부터 받은 자료가 있지만 사실 과로사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고 했다. 금융노조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가 고객업무 외의 일에서 발생한다고 하면서 고객 업무 외적인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기 전에 사전 조사와 연구도 없이 고객들의 편의를 담보로 한 제안을 내놓았다는 것은 개탄할 임에 분명하다. 또한 지금 금융노조가 주장하는 것도 처음 안건을 제시할 때와 다른 것은 국민들의 거센 비판 속에 성급했던 제안을 철회하고자 하는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고액 연봉 지급 순위로 10대 기업에 국내 은행이 모두 포함되었다. 평균 6천 7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고객들에게는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대신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인터넷 뱅킹이나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라는 이들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그치게 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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