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외국 선수들의 폭력 사태

프로농구 마지막 축제를 즐겨야 하는 플레이오프에서 용병들의 폭력 사태 때문에 마음 편히 축제를 즐길 수 없게 됐다. 욕을 하고, 공을 발로 차 관중석에 날리고, 상대편 선수에게도 모자라 심판에게 폭행을 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가 언짢은 광경에 관중들은 심기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외국인 선수에게만 책임을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항변한다.

“심한 반칙을 앞세우는 상대팀 선수를 보면 흥분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한국 심판들은 외국인 선수가 위협적인 반칙을 당하는 고통을 호소해도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프로농구가 시작되고 나서 외국인 용병 선수들은 팀 내 핵심적인 전략으로 떠올랐다. 그 해 어떤 용병 선수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 선수들은 ‘귀하신 몸’이 됐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덩크슛 등의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관중들에게도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연이은 거친 항의들


하지만 팀 내 핵심전략인 것과 더불어 상대팀에게는 심한 견제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화려한 경기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용병들의 잦은 돌출 행동이 경기 외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즌만 해도 플레이오프 들어서만 3~4번의 사건이 터졌다.

먼저 지난 1일 KT&G의 단테 존스는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한 뒤 판정에 대한 불만을 참지 못하고 농구공을 발로 차 관중석으로 날려버렸다. 유도훈 감독이 말렸으나 존스는 또 한 번 농구공을 차며 흥분을 표출했다.

그리고 지난 9일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루던 오리온스의 피트 마이클은 팀이 폐하는 분위기로 기울자 판정에 대한 불만을 보이며 욕설을 내뱉었다. 심판은 이에 대해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지만 마이클은 수그러들 기미 없이 계속해서 욕을 날렸다.

다음날 10일에는 또 다른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KTF와 LG와의 경기에서 KTF의 애런 맥기가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4쿼터에서 잇따른 파울로 5반칙 퇴장을 당하자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렸다. 맥기는 이로 인해 1경기 출장정지와 200만원 벌금의 징계를 받았다.


또 12일에는 부산에서 KTF와 LG가 플레이오프 4강 3차전을 치르던 중 1쿼터 후반 퍼비스 파스코가 물의를 빚었다. 상대 선수 장영재와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목을 쳐 밀친 것으로 모자라 제지하던 심판에게까지 폭행을 가한 것. 결국 구단측은 13일 파스코에 대해 퇴단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거친 행동들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당사자들을 비롯한 다른 한편에서는 이것이 비단 외국인 선수들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파스코는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것에 대해 팬들과 심판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이번 게임에서 내 감정을 자극하는 파울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내게 위협을 가하는 수준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파스코는 “오늘 나의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모든 잘못을 외국선수에게만 지우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스코의 팀 동료 현주엽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거친 파울이 집중되다 보니 용병들이 피해의식이 생겨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선수끼리는 심한 파울을 하기 어렵다. 언제 한 팀에서 뛰게 될지 모르고 밖에서도 만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외국인 선수에게는 다소 심하게 파울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에게 거친 반칙이 집중되다 보니 그들이 격하게 반응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찰스 민렌드(LG)도 “나는 비교적 차분한 성격인데도 심한 반칙을 앞세우는 상대팀 선수를 보면 흥분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한국 심판들은 외국인 선수가 위협적인 반칙을 당하는 고통을 호소해도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여러 나라 리그에서 농구를 해봤지만 한국 심판들은 유독 외국인 선수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올바른 현실 파악 중요


일부 국내 선수가 높은 득점을 올리는 용병을 거친 반칙으로 막는 것에 급급한 현실과 이에 대해 심판들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외국인 선수 항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불신이 쌓여왔던 것으로 보인다.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고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KBL은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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