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으로 새로운 연기 정점에

‘전도연’하면 떠오르는 수수한 이미지와는 달리 10일 선재아트센터에서 열렸던 <밀양> 제작보고회에서 그녀는 몸에 붙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과감한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기자 간담회 전에 전시돼 있던 영화의 사진들 속에서도 전도연은 평범한 아줌마의 모습이었기에 짧은 커트 머리로 세련된 이미지를 더한 그녀의 과감함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날 신선하게 선보였던 외적인 모습만큼이나 전도연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이 더욱 성장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뛰어넘는다는 것을 여전히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로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전도연은 현재 한국 영화에서 무게감 있는 여배우중 한 명이다. 한국 영화에서 여배우를 꼽아보라는 주문에 언제나 처음 몇 명에 거론되는 배우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런 강한 존재감에 비해 영화의 작품수는 그리 많지 않다. 1997년 <접속>을 시작으로 이번 <밀양>까지 꼭 10편째다. 물론 TV 드라마도 함께 해왔기에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해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필모그래피가 좋은 배우


하지만 찬찬히 다시 한 번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 존재감의 이유를 알게 된다. 그 10편의 작품중 무엇 하나 가벼이 지나칠만한 작품이 없음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 한 편 한 편 또렷하게 한국 영화 시장에서 발자욱을 남긴 작품들로 그녀는 아우라를 형성해왔다. 필모그래피(특정 배우나 감독의 작품 목록)가 좋은 배우, 전도연은 그런 배우다.

1년에 출연한 영화가 1편 꼴인 그녀는 그만큼 작품에 신중을 기했던 것일까. 1997년 신인상을 처음으로 거의 매년 여우주연상을 수상해왔다. 그리고 팬들에게도 그녀는 ‘정말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 작품은 정말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자신 없었고 촬영하는 동안도 참 힘들었다는 그녀는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스스로의 한계 때문에 촬영을 중단했던 시점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가 유괴되고 처음 전화 받는 장면이었는데, 촬영 전에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생각한데로 그 감정이 살지 않았아요. 결국 처음으로 촬영을 접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죠. 정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말하고나니 오히려 더 편안해졌어요.”

이창동 감독은 이런 전도연을 믿고 기다려줬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과의 만남은 전도연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결과로 나타났다. 전도연은 “감독님이 저에게 지금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그 뛰어넘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없었죠”라고 얘기하며 “하지만 촬영이 다 끝난 지금 보면, 그 뛰어넘는다는 것을 여전히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로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전도연은 스스로 느끼는 그 성장을 관객들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스로 확신하고 있는 그 느낌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이에게도 다가갈 것이라고 믿는 모습을 보였다.


기다려지는 영화


함께 출연한 송강호는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시작한 전도연을 좋은 동료, 또 존경하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전도연 또한 송강호와 함께 연기하게 된 것을 진심을 담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를 존경할 수 있는 배우들, 그리고 그런 배우들에게서 스스로를 뛰어넘는 연기를 끌어내며 존경 받는 감독. 이러한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 <밀양>. ‘밀양’이라는 평범한 공간속에서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가 펼쳐지는 <밀양>의 개봉(5/17)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리고 배우 전도연은 필모그래피에 또 한 편의 좋은 작품을 새겨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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