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이 와중에 ‘음주 정치’…초당적 협력 ‘실종’ 공방만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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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이해찬 악재…곤혹스러운 與
김재원 음주추경 논란…솜방망이 징계 더 문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재원 자유한국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가 ‘한일 경제 전쟁’으로까지 비화, 국가적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여야는 연이은 음주논란에 이어 음주공방을 벌이고 있다.

◆때아닌 이해찬 악재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찬 대표의 ‘사케 논란’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음주 추경’ 논란에 쾌재를 부르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일본 각의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당일 일식집에서 일본 술 사케를 겸한 오찬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더팩트는 이 대표 이름이 명기된 영수증을 근거로 이 대표가 이날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식당에서 두 세명의 동행인과 함께 사케를 반주로 곁들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지만 일본 아베 정부의 막무가내식 경제보복 조치에 온 국민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대표가 일본 식문화를 대표하는 일식집에서 오찬을 가졌다는 점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면서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직후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 침략 관련 비상 대책 연석회의에서 “(일본이) 기어코 ‘경제전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안하무인한 일본의 조치에 대해서는 정말로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일본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이웃 나라로 규정한 이상, 우리도 일본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신뢰 없는 관계를 가지고 군사보호협정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 의미 없는 일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런 그의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한국당은 이 대표의 음주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에 매국이라고 했고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나누어 반일 감정을 부추겼던 이 대표가 일식당으로 달려가 사케를 마셨다고 한다”며 “국민은 가급적 일본산 맥주조차 찾지 않고 있는 이 와중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일본 술인 사케를 마셨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당은 즉각 “국내산 청주”라고 반박했다. 서재헌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왜곡된 사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의적 국민 선동”이라며 “사전에 예약된 식당에 약속대로 방문해 국내산 청주를 주문한 것을 비난하는 두 사람의 논리는 일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우리국민은 다 망하라는 주문밖에 되지 않는다”고 맹비난 했다.

즉 일본 술인 사케를 마시지 않았으며 일본 음식점에 갔다는 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일본 음식점을 경영하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오히려 한국당을 역공했다.

이에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모두가 힘을 모아도 어려운 이때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이 대표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바로 당일, 일식집에서 그것도 사케까지 곁들이며 회식을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들도 일제히 이 대표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대대적 공세로 전환했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은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끓고 있는 이 때에 일식집을 찾아 술을 마셨다는 것 자체가 당대표로서 신중치 못한 행보였다”며 “사케가 아니고 정종을 마셨고, 사전에 예약된 식당에 약속대로 방문한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내세우는 민주당은 무엇이 문제인지, 시국의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노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이 주시하는 건 당대표로서의 경솔하고 국민의 정서를 배반한 행위”라며 “시기적으로 좀더 신중했다면 장소를 변경했거나 술 마시는 건 자중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조차 불매 운동이 더 가열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대표는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 깊은 사과와 반성이 따라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종은 일본술이 아니라고 나서는 건 비웃음을 자아낼 뿐”이라며 “경거망동과 이중적인 행보로 국민을 우롱한 이해찬 대표는 사과하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승한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4일 “국민이 지적한 것은 일본 술을 찾는 집권당 대표이지 일본음식점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사케를 마셨든 국산 청주를 마셨든 본질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은 분노와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시간에 식사에 술까지 마실 때인가, 집권당 대표가 이 시기에 대낮부터 술타령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맹비난 했다.

여당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정부와 집권여당이 비판의 화살을 맞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들이 감지되기도 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조치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확산된 국민적 불안감이 도리어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판의 화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추경 심사 중 예결위원장의 음주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 대표의 사케 논란이 일어나기 앞서 김재원 자유한국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이 이뤄지는 회의장에 술을 마시고 참석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여야가 막판 추경 협상 중이었던 1일 밤 11시 10분쯤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을 만나 추경 협상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던 중 횡설수설하거나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술 냄새까지 풍겨 기자들이 ‘술을 마셨느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

애초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추경은 오후 4시로 미룬 이후 오후 8시로 다시 미뤘지만 자정이 넘어서까지 여야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특히나 이번 추경안은 강원도 산불 및 포항 지진 피해 지원 예산과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예산이 포함돼 있고 무엇보다 추경이 국회에 제출된지 99일만에 통과돼 ‘늦장 추경’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와중에 일어난 것이기에 비판의 수위는 커져가고 있다.

특히나 김 위원장의 음주심사에 대한 한국당의 징계가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3일 김 위원장 음주심사에 대해 “당에서 확인한 결과 김 위원장은 일과시간 후 당일 더 이상의 회의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인과 저녁식사 중 음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황교안 대표는 예산심사기간 중에 음주한 사실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엄중주의조치 했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국회 본회의가 세차례 연기되는 동안 예결위는 시시각각 회의를 이어갔다. 특히 3당 교섭단체에서는 본회의 진행을 위해 국회 비상대기를 주문할 정도였다.

문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0시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 “예결위에서 추경안 협상이 계속되고 있어 의원님들께서는 오늘은 귀가하시기 바란다”고 문자를 보내기 이전, 한국당이 의원총회를 개최한 8시 40분쯤부터 국회 본청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1일 밤 11시 10분쯤 국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김 위원장은 8시40분부터 회의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술을 마시러 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포함된 추경을 심사하는 중에 위원장이 회의가 끝났다고 홀로 판단한 후에 술을 마신 것 치고는 징계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이은 음주논란…자성의 목소리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재원 자유한국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처신을 보면 과연 정당과 상임위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자질을 갖췄는지 의문스럽다. ‘국가 위기상황’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정치인이 분별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전국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이를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포함된 추경 예산안을 심사하던 중 술을 마시는 예결위원장,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배제돼 ‘경제 전쟁’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엄중한 시국에서 반주를 한 집권여당의 대표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할 뿐이다.

더욱이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초당적 협력을 보여야 할 여야가 아랑곳하지 않고 ‘사케’를 먹었냐 안먹었냐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할 말조차 잊게 된다.

이에 여야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5일 “일식집을 갔니 말았니 가지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오고 가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대단한 위기인데 저희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국론을 모아나가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본 정치인들이 ‘너 왜 점심에 김치 먹었냐’ 그러고 싸우고 있으면 우리가 그걸 일본인들이 똘똘 뭉쳐서 우리한테 대응한다고 무섭게 생각하겠는가? 아니면 정말 웃긴다고 생각하겠는가”라며 “일식집을 갔느니 마느니 이 사케를 먹었느니 마느니 하는 논쟁 자체가 굉장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사드 문제 때 중국이 우리한테 관광객들 안 보내고 보복을 했었는데 그럼 사드 사태 때 ‘짜장면 먹은 건 전부 매국노’냐. 이게 말이 되는 지금 논란이 이상한 데로 가고 있다”며 “정치권이 지금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진짜 정치권이 반성할 일이기에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민은 죽고살고가 문제고, 국가적으로는 미일중러에 북한까지 ‘5면초가(五面楚歌)’ 상황”이라며 “구상유취(말과 하는 짓이 아직 유치함)”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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