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의 ‘대일항전’ 구호는 권력 지키기와 총선 대비한 국내 정치용
해결책 못내놓은 문재인 정부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축적의 시간’을 읽어 봤는가
주가 폭락과 환율 상승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직격탄이자 피눈물
제조업 붕괴로 일자리 사라지면서 청년층이 갈 곳이 없는 데 해외취업도 막아

“한일 경제분쟁으로 우리는 중상 또는 사망 직전이고. 일본은 타박상 정도일 텐데, 모든 언론이 싸움을 부추기네요.”

한 지인이 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성적이어야 할 언론이 앞장서서 국민들을 나쁜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한탄이었다. 언론의 가장 황당한 보도로 ‘강경화 악력에 하얗게 변한 고노 다로의 손’이라는 기사를 꼽을 수 있는데, 품격 떨어지는 잡설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문득 이건희 삼성 회장이 썼던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책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언론에 화답하며 연일 ‘대일 항전’을 부추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4일 국회에서 당정청 회의를 열었는데 문구가 참 정치적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

‘감성적 민족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말은 일본을 향했다기보다 국내 정치용으로 들린다. 일본에 대항할 무기나 비책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원칙을 지지하는 ‘야당, 언론, 국민’은 확실하게 억누르고 이기겠다는 결기로 해석된다. 하기야 여당은 “한일 경제분쟁이 총선에 긍정적”이라는 보고서까지 냈으니 그들의 속내를 숨길 필요도 없어졌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성보다 감성을 앞세운다. “기해왜란에 참전하고, 독립운동 대신 불매운동하겠다.”고 말한다. 일본이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하는 데, ‘일본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말하니 앞뒤가 영 맞지 않는다. (일본이 팔려고 기를 쓰는데 우리가 사지 않아야 진짜 불매운동 아닌가?) 이런 와중에 경제가 망가지고, 국민 살림살이는 거덜이 나게 생겼다. ‘경제추락의 피눈물’이 안방까지 스며든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문재인 정부의 엉터리 국정을 심판할 것인가?

<>환율과 주가에서 경제의 암울함을 본다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200원 선 위로 올라갔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율은 나라 경제의 체력과 건강성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표현을 썼다. 김 의원의 말처럼 환율은 경제의 모든 분야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며, 특히 환율상승은 국민 모두에게 폭탄으로 작용한다. 당장 수입품 가격이 올라 모든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여행 경비나 유학생 경비도 훨씬 더 들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외치면서 가스발전을 크게 늘렸는데, 환율상승으로 가스 수입비용이 높아져 전기료가 더욱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주가는 ‘미래를 보여주는 경제지표’로 작용한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상장주식 10개 가운데 절반인 5개 종목이 ‘52주 신저가 즉 1년 내 최저점’을 찍는 분위기다. 주가가 떨어지면 ‘자산감소 효과’로 인해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된다. 여기에 과거 외환위기 시절처럼 금값은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추락하면 그 직격탄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향한다. 국민 대다수의 삶이 뒷걸음질 치며 지금보다 못사는 나라로 전락하는 것이다.

<>제조업 붕괴로 일자리 감소 ‘경제 약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주가와 환율은 일희일비할 수도 있다. 제조업과 수출입 동향은 너무 다르다. 한번 꺾인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고, 그 와중에 일자리가 사라지며 실업자가 양산된다.

제조업생산지수는 지난 6월 101.3으로 2016년 1월 이후 3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제조업평균가동률도 지난 2분기에 72.2%로 역대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했다. 한마디로 제조업 분야의 지표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다. 고용정보원은 올 하반기에 주요 업종에서만 4만8천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 염려스러운 대목은 이처럼 나쁜 지표가 ‘일본의 백색리스트 발표 이전’에 이미 나타났다는 것이다. 백색리스트로 대표되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화학, 기계, 차부품, 비금속 등 분야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부터 줄줄이 쓰러져 한국 제조업에 곡소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제조업 분야의 부진은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주 7월 수출입동향이 발표됐을 때 많은 언론은 수출이 8개월째 마이너스이며 7월에만 전년동월대비 11%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지표는 수입 감소에 있다. 7월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9.4% 줄었는데, 이는 기업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투자를 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한 강연에서 “수입 감소는 경제가 극도로 침체됐을 때 나타난다.”며 대한민국 경제가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음을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의 ‘보여주기 대책...‘축적의 시간’은 읽어봤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탈(脫)일본'을 선언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기술력이나 해외점유율 등에 예산, 세제, 금융 등 전 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일 전체 무역적자 241억 달러 중 소재·부품·장비 적자는 224억 달러로 92.9%를 차지하니 언뜻 보면 그럴듯하다. 해마다 수백억 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연합뉴스는 이를 두고 일본 조치에 따른 단기적 어려움을 풀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특단의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과 경제전문가들은 생각 없는(?) 언론의 평가에 고개를 내젓는다. 정부 관료인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마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소재·부품 산업을 국산화하는 데 전문가들은 20년 정도를 본다"고 했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일본 따라가려면 반세기가 걸린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의 "비교 우위에 있는 중간재를 버리고, 소재·부품에 매달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 국정을 잘하는 길인데,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게 한 대 맞더니 갈팡질팡하면서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소리다.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쓴 ‘축적의 시간’이란 책이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공학 전문가들은 이 책에서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은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즉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기록했다. 이는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를 전제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축적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창조적 역량을 뜻한다. 정부가 발표하고 기업들이 뚝딱뚝딱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과 운동권 참모들을 보면 경제와 산업발전에서 ’축적’이라는 키워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안은 자유시장경제의 원칙 지키기와 외교의 복원

문재인 정부의 ‘경제 망치기’는 ‘소득주도성장·반기업·포퓰리즘’ 정책을 내걸 때부터 수없이 지적돼왔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지적돼온 사실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대표하는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제는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가격인 임금의 교란’을 일으켰다. 이는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 찾기와 자영업자의 경영을 힘들게 하면서, 과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종사자 혹은 대기업 임직원에게 돌아가고 고통은 자영업자와 저소득자에게 향했다.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책은 기업인들의 투자감소와 해외탈출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포퓰리즘 정책은 ‘세금 증가’로 이어지며 민간 활력을 죽이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정책은 모두 폐기되어야 마땅한데, 문재인 정부에는 그러한 발상의 전환이 전혀 없다.

한일 경제분쟁의 경우, 일본과의 외교 복원 이외에는 별다른 해답이 없다. 그런데도 나오는 이야기는 정말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절망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게 고용부와 코트라(KOTRA),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매년 상·하반기 개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외취업박람회. 특히 이 박람회에는 일본 기업의 참여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올해 5월 열린 상반기 일자리 대전의 경우 15개국 184개사가 참여했는데, 이중 일본이 115개사(62.5%)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 행사를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국내 일자리도 못 만들면서 청년들의 해외 취업까지 방해하는 꼴이다. (하기야 일본에서 돈 벌어오면 애국자가 아니라 매국노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베의 도발이 경제독립의 기회’라며 ‘반도체 소재 장비 국산화, 국민 아이디어 찾습니다.’는 공모전을 열었다. 국익이란 곧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의 총합인데, 진정한 국익보다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무능과 외교 헛발질에 요즘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기업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에 대한 교육과 옹호’는 기업에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묻자 “그러면 친일파로 몰려요!”라고 씁쓸하게 답했다.

결론적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물가가 오르고 서민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진다. 주가가 폭락하면 자산효과로 인해 소득 감소와 소비 침체현상이 발생한다. 제조업 침체는 일자리 실종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게 ‘국민의 피눈물’로 연결된다. 그런데도 ‘객관성 결여와 무책임함’으로 똘똘뭉친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정치인들은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내보이며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에 독을 뿌려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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