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는 일을 당하고도 이를 잘 풀지 못했을 때 가슴에 응어리, 즉 한으로 남아서 그것이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화병’이다.

화병은 ‘울화병’이라고도 하는데 ‘울(鬰)’은 답답함과 무거움, 그리고 우울함이 혼재돼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화(火)’는 불과 같은 분노를 뜻한다.

한방에서는 울화를 일으키는 요인을 7가지로 나누어 ‘칠정손상’이라고 부른다. 칠정이란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의 7가지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마음상태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인체의 생리작용, 즉 오장육부에 영향을 주어서 울화병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화병은 개인의 성격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대개는 주변의 환경영향 때문에 많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었거나, 가족간에 가슴 아픈 일이 생겨서 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나 신체적 장애의 비관에서 화병이 발병하게 된다.

화병은 대체적으로 일정단계를 거치는데 처음에는 상대방이나 원인 제공자에 대한 증오심에서 감정이 극도로 격해져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그 다음 격한 감정이 진정되고 이성을 회복하면 심각한 고민 속에 갈등하게 되며, 그 후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자신의 불행을 무력감속에 받아들이며 체념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박달나무한의원 송파점 김남수 원장은 “화병은 마음 한구석이 늘 우울하고 속상함을 머금고 있어 가슴이 답답하고, 안면이 붉게 달아오르기도 하며 두통, 불면, 불안, 초조 등 정신적 질환 증세를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기도 하며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또 때에 따라 어깨, 팔, 다리 등 전신의 일부가 저리고 아픈 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김 원장은”치료를 위해서는 화병을 유발했던 요소들을 근원적으로 없애도록 하는 것이 자장 좋지만, 근원적 요소의 제거가 어렵거나 오랜 시일을 요하는 상황이라면 무엇보다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분한 대화 속에서 설득하려 하지 말고 환자의 하소연을 많이 들어주도록 하며 환자가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충분히 발산시키도록 해야 한다. 또 환자 자신이 항시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동시에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찾아 실행해 나가도록 해야한다.

한의학에서는 정신적인 기능을 조절하고 자율신경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약물치료, 침구치료, 정신치료 등을 이용한다. 약물치료는 속에 맺힌 열을 내리고 기의 순환을 도와 정신적으로 안정되게 도와주고, 침구 치료는 경혈 자극을 통해 기의 순환을 촉진하고 자율신경을 조절해 화를 내려 준다. 하지만 반드시 전문 한의상의 진찰과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화병은 대개 몇 년간의 기간을 두고 발병하는 만성 정신질환이다. 마음고생도 고생이거니와 외형적 증상이 없다 하여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병증은 더욱 깊어지므로 치료에 적극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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