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어르고 달래는 이해찬·최재성…굿캅·배드캅 역할분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박고은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대일 강경대응 기류를 잡아가던 여당 지도부가 이전과는 달리 톤이나 어조가 부드러워지는 등 한결 톤다운 된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국제 여론전을 촉구하거나 일본 수출 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를 추진하는 등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 방향성이 바뀌지 않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대일 비판의 톤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방일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감정 대립을 멈추고 쿨 다운(cool down·진정)에 들어갔거나 혹은 이 대표가 최재성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굿캅(온건한 경찰)·배드캅(거친 경찰)' 전략으로 역할을 나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GSOMIA) 폐기 검토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재성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같은날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연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 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는 상호 간에 여러 군사 정보를 교류하는 기구로 우리가 제공하는 것도 있고 일본이 우리에 제공하는 것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행위 때문에 감정적으로 ‘경제교류도 제대로 안 하면서 군사정보를 교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지소미아 폐기부터 도쿄올림픽 보이콧까지…강경해진 여당의 ‘日 때리기’

올림픽 오륜기 변형 도쿄올림픽 오륜기/온라인커뮤니티
올림픽 오륜기 변형 도쿄올림픽 오륜기/ⓒ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간 이 대표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해 국내 반도체 산업 현장을 찾아 부품소재 국산화 추진을 독려하거나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를 방문 “일본 사람들은 이쪽에서 자기들한테 공급을 안 해주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일본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일본 경제보복 대응을 위한 민주당대책특위 이름을 ‘경제침략’이라고 표현으로 바꾸는 등 연일 일본 정부에 대해 강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에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도쿄올림픽 보이콧이란 말을 할 정도로 대일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실제로 최재성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도쿄 올림픽이 1년 남짓 남은 지금, 과거사에 대한 인정과 진솔한 사과가 없는 일본에 평화 올림픽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일본 정부가 현재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을 건들었다.

김민석 부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도쿄올림픽에 대해 전 세계 양심이 불매운동을 하게 될 것”, “가지도, 보지도 말고, 가서 먹지도, 사지도 말자”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반일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이로 인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훼손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고 나오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열린 5당 대표 회동에서 지소미아 폐기 검토가 처음 언급됐던 지난 19일 “외교적 해법을 호소하는데 이 정권은 단교적 해법을 찾는 듯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흔들기’로 규정하면서 정부의 협상과는 별개로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해왔다. 외교적 고려를 할 수 밖에 없는 정부를 대신해 일본 정부와 각을 세우는데 전면으로 나온 것이다.

◆갑자기 태도 바꾼 이해찬…굿캅, 배드캅 역할분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직접 일본에 대한 격앙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앞장서는 데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방일단이 내일(31일) 도쿄로 출국하는 만큼 이 대표가 강경한 태도에 한발 물러서 대화의 동력을 살리겠다는 의중으로 분석된다.

한일관계 악화를 막고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구성된 방일단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까지도 집권여당이 맞대응 카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협상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는 일종의 역할 분담으로 보인다. 당 내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굿캅(착한 경찰), 배드캅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으로 판단된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대일 강경책과 유화책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확보한 셈인 것이다.

이 대표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과 관련해서 “한일 간은 감정이 있어도 헤어질 수 없는 이웃”이라며 “감정이 있어도 잘 삭혀서 공존할 수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감정적 대립을 접고 ‘쿨 다운’에 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모처럼 아시아에서 올림픽이 이뤄지는 만큼 경제 보복과 스포츠 교류는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경제대책은 경제대책대로 대응을 해 나가고 외교적인 것은 외교적으로, 문화스포츠는 문화스포츠대로 병행해야 한다”고 정치적 균형감각을 강조했다.

◆조국 SNS 여론전도 비판…안보국회 대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사진 / 시사포커스 DB]

대일 항전 최전선에 섰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비판도 가감 없었다. 조 전 수석을 적극 감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앞서 강훈식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은 국가에 책임 있는 분들이 말해야 할 때”라며 “오히려 저는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대통령의 공간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같은당 황희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정수석 하면 권력 최고의 심장부로 뭔가 음모적이고 특권적 이미지가 강했지만 조 수석은 다르다”면서 “사회관계망 등을 통한 일관되고 잦은 대국민소통은 오히려 이러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깔끔하게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황 의원은 “특권과 반칙, 음지의 민정수석을 상식과 원칙, 양지의 민정수석으로 환원시킨 것”이라며 “정치권은 조 수석에게 시비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고 그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을 해줘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조 전 수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요즘 SNS를 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라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SNS에 올리는 메시지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조 전 수석이 올리는 것은 사적인 자기 의견”이라고 청와대 입장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점검하는 안보국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조 전 수석의 SNS 여론전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조 전 수석은 대일강경 메시지와 함께 친일판 논란에도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일부 야당에서는 조 전 수석의 SNS 발언들이 대통령 의중을 대변한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조 전 수석의 SNS 여론전을 ‘사적인 자기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청와대가 대일 강경론, 친일 대 반일 프레임을 주도한다는 비판을 봉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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