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해명에도 친·비박 ‘불신의 골’ 표출…‘공천 불안감’ 노린 他 당의 ‘흔들기’도 한 몫

자유한국당 내에서 근래 친박 인선 논란에 휩싸였던 박맹우 사무총장(좌),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장(중)과 김재원 예결위원장(우). ⓒ포토포커스DB
자유한국당 내에서 근래 친박 인선 논란에 휩싸였던 박맹우 사무총장(좌),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장(중)과 김재원 예결위원장(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0대 총선 공천 문제로 터져 나왔던 자유한국당의 친·비박 계파 갈등이 21대 총선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 국회직과 주요 당직을 친박계가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아직은 개별 의원 수준의 비판이나 지적만 나오는 정도고, 분명한 계파 간 격돌 양상은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최근엔 우리공화당 측과의 총선 연대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이를 바라보는 비박계의 불안감은 한층 가중되는 모양새다 보니 자칫 총선 공천이 목전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 결국 그간 누적된 상호 불신이 다시 폭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친박이 요직 장악? 최근 정보에 좌우되는 ‘신근성 효과’ 탓

최근 들어 당 주요직위와 국회직에 친박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중용되면서 해묵은 계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수차례 과거와 같은 계파는 사라졌다는 지도부 해명까지 나와도 불신감 때문인지 여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국회 예결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비박 복당파 출신 황영철 의원이 경선에 반발했음에도 지도부의 일축 속에 친박계 김재원 의원에게 결국 자리를 내주게 되자 지난 8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나 본인들이 경선 과정에서 가장 큰 지지세력이고 또 어떻게 보면 옹립세력이 친박”이라며 “그분들 입김이 당과 원내 운영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친박 중심 신주류의 전횡을 막아내고 변화를 꾀하기 위한 아픈 살 베기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친박계에서 당을 장악하려든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여기에 ‘원조 친박’인 한선교 의원이 물러나 공석이 된 당 사무총장에도 당초 비박계인 이진복 의원이 물망에 올랐었으나 이 역시 친박계 재선 출신인 박맹우 의원으로 확정되면서 친박계를 향한 의심의 시선은 한층 깊어졌고 최근엔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여당으로부터 받아낸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직까지 비박계 주호영 의원과 친박계 유기준 의원 중 결국 유 의원이 낙점되면서 ‘친박 편향’ 인선이란 평가는 확실해지다시피 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자 황교안 대표는 25일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는 계파가 없어졌다. 어느 한 두 사람의 인사를 놓고 한쪽으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라며 “전체를 놓고 균형 있게 판단해 달라. 우리 당의 당직 현황을 잘 분석하면 그런 말들이 맞는지 틀리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실제로 선출직을 제외한 당내 주요 중앙당직자 45명 중 친박이나 범친박으로 꼽히는 인사는 절반 가량인 23명으로 표면상 친·비박 간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이고, 국회직에 있어서도 최근 유 의원이 위원장으로 내정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경우 유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의원 9명 중 친박 혹은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절반이 채 안 되는 4명에 그치고 있다.

그래선지 사개특위 위원장을 역임하게 된 유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의원들에게 물어보면 친박, 비박이란 말을 지금 쓰는 분이 없다. 아직도 그렇게 우리 당 내부를 양편으로 갈라서 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당을 흠집 내고 더 이상 한국당을 지지하는 분들에게 이 당은 아직도 내란에 빠져 있는 그런 당이다, 이렇게 인상을 주는 것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니다. 정말 유물 역사관으로 보내야 될 그런 용어”라고 친·비박 구분이 없음을 재삼 강조했다.

◆ 비박계, 공화당 연대설에 반발…지도부 부인에도 불신 깊어져

한국당과의 총선 연대 필요성을 내비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모습. ⓒ포토포커스DB
한국당과의 총선 연대 필요성을 내비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모습. ⓒ포토포커스DB

하지만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선 여전히 비박계를 중심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때마침 박맹우 사무총장이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와 만나 양당의 연합공천을 논의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박 총장이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보수의 미래’ 포럼 모임에서 홍 대표와 만나 수도권 10석과 조원진 공화당 공동대표 지역구를 포함한 대구·경북 지역 일부를 양보하는 공천 연합을 제안했다던 이른바 ‘총선 연대설’인데, 황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만난 일이 없답니다”라고 두 사람의 만남 자체를 부인한 데 이어 25일에도 재차 선거 연대론에 대해 “들어본 바 없고 앞으로 우리 당을 중심으로 자유우파가 통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사자 중 한 명인 홍 대표는 같은 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자, 어떤 제안이 있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본다. 원론적 수준”이라면서도 “여당은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일부도 있고 이런 사람들하고 선거를 공동으로 치르게 되는데 우파정당이라 할 수 있는 공화당이나 한국당도 거기처럼 같이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연동형 선거제가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런 얘기들을 나누는 과정에 있어 연대 얘기했고 실질적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미 비박계에선 장제원 의원이 당장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당 핵심부를 모조리 장악하더니 급기야 우리공화당과 공천 나눠먹기 논의까지 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며 “그 용기 없음에 몸서리가 쳐지고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사실상 지도부를 향해 “보수는 변했을 때 승리했고 머물렀을 때 실패했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보수를 수구라고 한다”며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중원으로 나가 지지를 확보하고 우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극우보다 중도 우파 쪽에 무게를 둬줄 것을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또 다른 비박계인 김학용 의원도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우리공화당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 나라를 사랑한다면 우리공화당에서 벗어나 한국당에 힘을 밀어줘야 된다”며 “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획득하는 건데 그러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거지 이건 안 벗어나도 가능하고 벗어나면 가능하고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최근 ‘친박 중용’ 논란도 꼬집어 “아무리 좋은 뜻에서 나서도 지금 나서면 친박·비박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나. 친박이니 비박이니 싸우는 자체가 자해 행위라 위기의식을 느끼니까 가만히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것들이 계속 곪으면 또 다른 불씨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향후 맞대응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물론 현 지도부에서도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한애국당보다는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내놓은 등 지금과는 사뭇 다른 기류를 보여준 바 있지만 총선은 가까워지고 친박계에 힘이 실리는 듯한 행보가 비쳐지면서 비박계 의원들의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도로친박당 의혹, 당외의 ‘한국당 흔들기’ 전략일 가능성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당이 도로친박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연일 비판해오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당이 도로친박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연일 비판해오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다만 이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비박계가 예민하게 반응할수록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한국당을 견제하려는 다른 정당들이 어떤 식으로든 ‘친박 프레임’으로 흔들면서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공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2일 오후 이언주 무소속 의원 출판 리셉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이 서로 밀착한다는 인상보다는 이 의원 영입을 놓고 황 대표와 홍 대표가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인상이 더 강했던 데다 이 의원 자체도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쳤던 전력이 있을 정도로 친박계와는 별 연결점이 없었다는 데에서 친박 결집보다는 소수정당이 총선 전 ‘세 불리기’를 위해 한국당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특히 지난 14일엔 국토교통위원장 교체 문제로 한국당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계속 나오자 우리공화당의 홍 대표는 친박도 아니고 복당파 출신인 박순자 의원에게까지 SNS를 통해 러브콜을 보냈었는데, 이미 김진태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에조차 외면 받았던 데 비추어 더 이상 친박이라든지 계파나 성향적 차원보다 내년 총선이란 정치현실을 의식한 정략적 측면에서 어떻게든 한국당을 활용해보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단 공화당 외에도 또 다른 소수정당인 민주평화당 역시 접근법은 다르지만 한국당이 ‘친박’으로 기우는 듯 비쳐질만한 발언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기준 사개특위 위원장 임명을 꼬집어 “모두가 도로친박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한국당과 공화당의 총선연대설을 들어 “황 대표가 자꾸 박근혜당이 되는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박 의원의 ‘흔들기’에 급기야 유 위원장은 SNS를 통해 “현재 한국당 내에 존재하지 않는 친박 프레임 공세는 정치 원로로서 해서는 안 되는 치졸함”이라며 “박 의원이 우리 당에 관심 가지고 조언 주려나 본데 평화당 지지율과 소속의원 챙기는 게 시급해 보인다”고 아예 맞받아치기도 했는데, 5·18 폄훼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까지 받았던 김순례 의원이 최근 최고위원직에 복귀하는 등 일견 친박계로 경도된 듯한 지도부 결정도 없지 않아 외부세력의 당 흔들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내홍 가능성을 잠재울 해법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26일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신상진 위원장이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도부 해명에도 친박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와 관련 “친박, 비박이 없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다. 사실 수면 아래 인간관계로서 좀 있다”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당 운영, 민주적 의사결정을 강화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장차 지도부가 이런 고언을 수용하면서 나아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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