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이슈 되기 전에 계약 체결한 광고…당장 내리기 어렵다”

서울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에 니콘의 신제품 광고가 걸려있다. ⓒ니콘
서울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에 니콘의 신제품 광고가 걸려있다. ⓒ니콘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개인은 물론 사기업까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계약이 돼있었다는 이유로 ‘전범기업’인 니콘의 광고를 버젓이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및 수도권 전철·지하철 1~9호선을 모두 맡아 운영하는데, 이중 지하철 6호선과 7호선 일부 객실 내부에 니콘 카메라의 신제품인 ‘쿨픽스 W150’의 광고가 걸려있었다.

지난 2012년 8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에 관여했던 일본기업 1493개사를 조사해 그중 299개사를 전범기업으로 확정했다.

당시 확정된 299개사 중 한 곳이자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미쓰비시’가 있는데, 니콘은 바로 이 미쓰비시의 자회사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하게 된 원인도 지난해 10월 한국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판결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들의 자산 압류, 매각 명령에 반발해 나온 결과라는 것이 주된 해석이다.

배우 송혜교는 지난 2016년 미쓰비시자동차로부터 중국에 방송될 광고 촬영 제안을 받았지만 서경덕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미쓰비시가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광고 제의를 거절한 경우도 있다.

2014년에 새로 전범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니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군수물자를 납품하고 식민지민들을 강제징용했으며 2010년대까지도 전범행위를 인정 및 사죄하지 않고 우익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니콘 카메라 경품 지급 반대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 근로정신대와함께하는시민모임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니콘 카메라 경품 지급 반대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근로정신대와함께하는시민모임

지난해 12월에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니콘 카메라를 경품으로 내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는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 계열사 제품인 니콘 카메라를 경품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니콘이 이미 ‘세계수영연맹 공식 후원사’로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영향은 끼치지 못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6명에게 조사한 결과 일본산 제품을 사는 데 대해 ‘꺼려진다’는 응답은 전체의 80%에 달했다. 이에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 24 등 주요 편의점들은 다음 달부터 일본 맥주를 할인판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고 국민들은 유니클로 등 일본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의 니콘 광고는 공기업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로 보일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광고대행사에 광고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광고를 접수받으면 내부심의를 통해 게시 적합성을 판단한 후 게재한다”며 “니콘 광고의 경우 한일 갈등 전에 들어온 광고였고 당시에는 큰 사회적 이슈가 없어서 광고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슈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광고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당장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는 향후 사회적 문제가 되는 광고의 경우 심의를 신중하게 하고 광고대행사에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광고는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