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대하다 중·러까지 도발…野 공세도 가중돼 靑 ‘사면초가’ 형국

24일 자유한국당의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임명식 모습. 사진 / 박상민 기자
24일 자유한국당의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임명식 모습.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23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첫 연합 비행 훈련 중 갑자기 러시아 조기경보기 1대가 2차례나 동해상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해 우리 군 전투기가 경고사격으로 맞대응에 나서는 등 동북아 지역 긴장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미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조치 시행 이후로 한일 간 갈등도 겪고 있던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까지 군용기로 KADIZ와 영공 침범을 감행함에 따라 자칫 우리나라가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한일 갈등 이후 ‘친일 프레임’ 때문에 지지율까지 하락했었던 자유한국당에선 이번 사태를 외교안보 참사로 규정하고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한일 갈등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에 과연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친일 프레임에 몰렸던 한국당, 영공침범 사태로 문 정권에 반격 나서

한일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친일 프레임’을 내세운 여당의 공세 때문에 그간 맞대응에 고심해왔던 한국당은 24일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하며 일단 ‘친일 프레임’에서 탈피하는 데 힘을 쏟았는데, 황교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본이 자행하는 경제 보복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것이지만 문재인 정권의 대응도 잘못됐다. 국민을 하나로 모아 총력 대응해야 하는데 정권은 대책보다 선동”이라고 꼬집은 뒤 “정부는 광복절까지도 친일 프레임을 이끌어갈 것이 분명하다”고 일본과 현 정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황 대표는 중·러 군용기의 KADIZ·영공 침범 사태를 꼬집어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한층 높였는데,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그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가 약화된 틈을 타서 안보태세를 시험하려는 계획된 도발”이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명백한 도발행위이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에둘러 일본과 갈등 중인 현 정권에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같은 날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도 영공 침범 사태와 관련 “한·미·일 삼각 공조의 틈을 파고들어 자유 동맹을 끊어내려는 것이며, 중·러가 군사적 연대체제를 공고히 하고 북·중·러의 결속을 한·미에 과시한 것”이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란 위험천만한 카드를 꺼내는 물불 안 가리는 외교가 안보의 틈을 내보였다”고 사실상 한일 대치를 이어온 데 따른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나 원내대표는 당청의 친일 프레임에 맞서서 구한말 ‘무능한 고종’ 프레임으로 문 대통령을 몰아붙였는데, “일본에는 위험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중·러에는 말 한 마디 못하는가. 문 대통령은 20세기 초 경험한 비참한 조선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왜 NSC는 열리지 않았나. 무능한 왕조가 망국을 막지 못한 처참한 과거가 떠오른다”고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아예 SNS로 항일 여론 조성에 나섰던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까지 겨냥 “서희·이순신 장군처럼 행동하고 쫄지 말자던 사람이 왜 중국·러시아엔 말을 못하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원유철 의원은 “남북 외교에 밀렸던 4강 외교를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백승주 의원은 “북한이 3000톤급 잠수함을 개발했는데 SL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잠수함 개발에 대해선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는가”라고 북한 문제까지 싸잡아 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 美 볼턴도 與 이인영 아닌 野 나경원 만나…존재감 부각되는 한국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 블로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 블로그

이 뿐 아니라 한일 갈등 중재 등 여러 이유로 일본에 이어 23일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례적으로 당청이 아니라 야당과 가장 먼저 면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당의 존재감은 한층 부각됐는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볼턴 보좌관과의 회동 뒤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제가 볼턴 보좌관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만났다. 중국과 러시아가 KADIZ, 영공 등을 침범하는 엄중한 안보현실에 있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일본의 수출보복조치는 한미일 삼각공조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부분도 강조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매우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미국 측으로서도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입장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라며 “볼턴 보좌관과는 제가 작년에도 회동한 적이 있고 그런 인연 때문에 방한을 앞두고 요청해 회동이 이뤄졌다”고 미 측과의 인맥도 강조했는데, 이에 반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어떤 회동도 이뤄지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그래선지 여당에선 영공 침범 사태와 관련해 중국, 러시아에 대해선 일단 로우키로 대응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자국 영공임을 주장한 부분에 집중해 한국당을 계속 친일 프레임으로 상대하려는 자세를 취했는데, 아예 민주당 일각에선 한일군사정보보보협정 연장 필요성을 주장한 한국당과는 반대로 파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를 보여주듯 이인영 원내대표는 중러에 대해선 원론적 언급에 그친 반면 일본과 관련해선 “일본 정부는 ‘일본 영토인 독도 상공에서 한국 전투기가 경고 사격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제1야당에서 국가안보상 문제를 정쟁의 빌미로 삼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고 한국당은 연일 국적 없는 인식만 쏟아내고 있다”고 한국당을 압박했고,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은 영토침략까지 노골화하려는 것인가. 침략 의도를 분명히 하는 나라에 군사정보 주는 협정이 말이 되는가”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한국당도 ‘친일프레임’ 정면 돌파에 나섰는데, 원유철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과 백승주 의원, 김영우 의원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내세우는 망언을 규탄한다”면서도 문 대통령을 향해선 “대통령은 중러 양국이 영공을 침범한 데 대해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 조치를 단행하라”고 역공을 가했으며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한 사진과 함께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일본놈들이 발광하는 걸 보고도 아무 말 못한 문 대통령이 친일파”란 글을 올렸다.

아울러 한국당에선 중국·러시아·일본이 군사적 위기를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같은 날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는데, 마찬가지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 발표와 함께 재발 방지 조치를 각국과 즉각 협의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 靑·국방부 발표내용도 엇박자…러시아의 ‘침범 부인’에 文 궁지 몰리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더구나 분위기도 점점 청와대에 더 이상 유리하지 않게 변해가는 모양새인데, 23일 러시아대사관 차석 무관이 국방부 이진형 정책기획관에게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했다. 의도를 갖고 침범한 것은 아니다”라고 사실상 영공 침범을 인정한 듯한 입장을 밝힌 점을 근거로 24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러시아 측 해명내용을 공개했으나 국방부에선 같은 날 “우리는 기기 오작동일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완전히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물론 윤 수석도 차석 무관의 발언을 소개하는 정도에 의미를 두면서 정부 입장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으나 당초 러시아 측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내용을 포함한 입장자료를 내려던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이 청와대에 의해 공개되자 일부 내용을 수정하한 것으로 전해져 이런 엇박자에 의혹 어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 대하는 바와 달리 러시아나 중국에는 절제된 자세로 접근하던 민주당에서도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위원장이 합참의 보고를 받은 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울릉도 북동쪽에서 합류해 KADIZ를 침입했기 때문에 의도적이 아니었다는 것은 허언이고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실수가 아니다. 조기경보기까지 작동했기 때문에 계획된 행동으로 보고 있다”고 청와대에서 소개한 내용과 다른 해석이 나왔다.

급기야 같은 날 오후 국방부는 “주러시아 무관부를 통해 전날 자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의 공식 전문을 접수했다”며 침범 인정이나 사과는커녕 우리 측에 문제가 있다는 듯한 러시아 측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미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군 사령관이 독도 영공을 침범한 자국 조기경보기에 대해 경고사격한 우리 군 전투기의 대응을 ‘공중 난동행위’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러시아 공식 입장마저 이렇게 나오면서 청와대가 사태를 조기 봉합하고자 섣불리 사실 확인도 안 된 내용을 발표해버린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군의 전술적 대응조치를 보고하고자 국회를 찾은 국방부 정책실장, 합참 작전부장 등과 함께 마주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러시아 차석 무관의 해명만 듣고 영공 침범은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것으로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데 이어 북한의 항의로 최근 한미연합훈련 명칭에서 ‘동맹’을 빼는 방향을 검토 중인 데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본과 ‘강 대 강’ 대치로 가고 있는 상황에 중국과 러시아까지 갑자기 도발을 감행한데다 그나마 공들여온 북한도 한미훈련 명칭에 항의한 데 이어 정부에서 지원하려던 5만 톤의 쌀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꼬여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의 상승세가 결국 꺾이고 야권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그 결과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