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손학규 거취 문제로 분열된 혁신위…침묵하던 孫 ‘일방통행’ 본격화

2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 백대호 기자
2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 백대호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손학규 대표를 비호하는 당권파와 이에 맞서던 퇴진파 간 충돌을 완화하고자 혁신위원회까지 만들어 여기로 공을 넘겼었던 바른미래당이 혁신위원장 사퇴 사태 이후 다시금 내홍이 표면화되면서 급기야 육탄전까지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그동안 자신의 거취로 논란이 불거지다 보니 갈등이 격해질까봐 말을 아껴오던 손 대표마저 이제 작심한 듯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퇴진파 측을 직격하면서 양측 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인데, 그간 덮어만 놓은 채 계속 매듭짓지 못해왔던 문제에 대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느 쪽으로든 결론 내게 될 것인지 많은 이들의 시선이 바른미래당에 집중되고 있다.

◆ 혁신위 흔든 ‘검은 세력’ 누구인가? 가열된 계파 간 진실공방

당내 핵심 갈등 사안을 마무리 짓고자 만들었던 혁신위가 당권파인 혁신위원장의 전격적 사퇴와 퇴진파 혁신위원의 무기한 단식투쟁으로 사실상 사분오열된 가운데 결국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마저 이 문제가 거론되면서 그간 잠잠했던 지도부 갈등이 다시 표면화됐다.

유승민·안철수계를 중심으로 한 ‘손학규 퇴진파’에 속하는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 공청회와 재신임을 묻는 여론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혁신안을 처리하라고 요구했고, 여기에 1차 혁신안이 상정되지 않은 데 항의하는 혁신위원들까지 회의장에 들어와 ‘혁신안 상정 거부는 명백한 당규 위반’, ‘퇴진하지 마십시오. 혁신하십시오’란 피켓을 들고 당권파 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당권파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소모적인 작은 싸움을 대승적으로 멈춰야 한다. 이제 안철수·유승민·손학규 세 분이 직접 나서서 바른미래당의 총선 승리에 필요한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며 사실상 일축했고, 손 대표 역시 “위원장 선임을 계속 노력하는데 아직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고만 입을 열었을 뿐 퇴진파의 혁신위 정상화 요구에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같은 날 비당권파(퇴진파) 측 거두 격인 유승민 의원도 당 대표실 앞에서 단식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을 찾아 “1차적으로 당 지도부가 해결할 문제이고 지도부가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보겠다”면서도 “혁신위가 빨리 정상화되고 권 위원도 단식을 빨리 중단하고 병원 치료를 받게 되길 바란다. 저희들도 노력할 것”이라고 손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에 당권파에선 유 의원까지 겨냥한 강공으로 나섰는데,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저녁 무렵 서울 서초구의 모 식당에서 유 전 대표와 당 현역의원 2명이 혁신위원 1명과 만났는데, 유 의원이 혁신위원에게 손 대표의 퇴진을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혁신위 규정 제2조는 ‘혁신위원은 업무와 관련해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며 일체의 간섭이나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혁신위 독립성을 오염시킨 사건”이라고 유 의원을 직격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유 의원이 즉각 “지난 7일 저녁 주대환 혁신위원장 및 국회의원 두 분을 만난 자리에서 당의 혁신에 대해 대화를 나눴지만 저는 당 대표의 퇴진을 혁신위의 안건으로 요구한 적이 없고 19일에 단식 중인 권 혁신위원을 만난 자리를 제외하고는 주 위원장 외 혁신위원 누구도 만난 적이 없다”며 해명에 나선 데 이어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체제 검증 및 혁신안은 임 총장이 의혹 제기한 7월7일 이틀 전인 5일에 이미 혁신위 안건으로 상정됐다. 종용 의혹 전에 혁신위서 먼저 논의키로 한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변인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당 주요 인사가 젊은 혁신위원들을 만나 손 대표 사퇴를 종용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악의적인 언론플레이”라며 “혁신위는 당 지도부 당권 보장의 조력자가 아니다. 기득권과 체면만 유지하려는 가짜 혁신안만 골라 받아들이려는 편파적인 당 운영에 깊은 유감”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 끝내 孫 대표도 공방 뛰어들어…결국 욕설·육탄전 치달은 내홍

비당권파를 압박하는 손학규 대표의 공개 발언에 맞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면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비당권파를 압박하는 손학규 대표의 공개 발언에 맞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면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그럼에도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총장은 “혁신위 외압과 관련된 계속되는 추가제보를 지나칠 수 없다. 혁신위 대변인은 유력인사를 대변할 것이 아니라 외압과 폭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손 대표 사퇴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면 국회의원 2명과 대동해 만났던 자리에서 나눴다는 내용을 밝히라”고 재차 맞대응에 나섰는데, 이번엔 그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던 손 대표까지 작정한 듯 “오늘 아침에 조용술 전 혁신위원이 이혜훈 전 대표를 만났는데 이 전 대표는 손 대표에게 나가달라고 말했다고 했다”며 외압 의혹에 자신도 힘을 실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 대표는 “또 중도보수 노선과 관련해선 혁신위 결정을 만들어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 대표급 인사가 혁신위원에게 혁신위에 개입하겠다는 말을 직접 했다는 것인데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며 “조 전 혁신위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공식적인 절차와 형식을 통해 밝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대표께선 발표 내용을 부인하셨기 때문에 이제 진상조사에 나설 필요성에 공감하실 것이고 당의 조사 절차에 적극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퇴진파 측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렇듯 손 대표까지 정면 대응하고 나오자 퇴진파 측인 오 원내대표도 뒤이어 “혁신위 관련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동안 당내 문제에 공개 발언을 자제해왔는데 오늘로 혁신위가 공전된 지 열하루째”라며 “손 대표 체제와 관련된 것은 오랜 시간동안 당내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내용이고, 혁신위가 다룰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난 의총에서도 논의된 바 있는데 이게 뭐가 문제인가. 진상규명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만약 규명을 바란다면 저부터 진상규명하기 바란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 뿐 아니라 하태경 최고위원도 “유승민 대표 건이 별 효과가 없고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니까 다른 건을 물타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공당의 사무총장으로서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표께서 인지해주시고 사무총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손 대표에 요구하고, 이준석 최고위원까지 “손 대표 측 인사인 주 위원장이 먼저 퇴진론을 여러 곳에 언급해놓고 누구에게 덧씌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주 위원장과 친한 조용술 혁신위원이 전달했고 손 대표가 검증하자는 난센스가 벌어지고 있다”고 당권파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처럼 양측 간 설전이 격화됨에 따라 회의는 곧 비공개로 전환됐으나 내내 고성만 치솟다가 불과 4분 만에 회의는 종료되었고, 회의장을 퇴장하려는 손 대표 측을 퇴진파 측 혁신위원들이 막아서면서 욕설은 물론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는 등 당 내홍이 절정에 달했다.

혁신안 상정을 요구하면서 11일째 단식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이 먼저 손 대표의 앞길을 가로막고 “뒷골목 건달들도 이렇게 정치 안 한다고 항의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혁신안 상정을 요구하며 11일째 단식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이 먼저 손 대표의 앞길을 가로막고 “뒷골목 건달들도 이렇게 정치 안 한다고 항의하는 모습. 사진 / 백대호 기자

혁신안 상정을 요구하면서 11일째 단식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이 먼저 손 대표의 앞길을 가로막고 “뒷골목 건달들도 이렇게 정치 안 한다. 왜 (혁신안) 상정을 안 하나”라고 항의했으며 이기인 혁신위원도 “저희를 밟고 가라”고 일갈했는데, 얼굴을 붉히던 손 대표는 “이 단식은 명분이 없다. 당권 경쟁은 처절한 게 없다”고 대꾸한 뒤 장진영 비서실장이 터준 길을 따라 약 10여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 실장에 밀려 쓰러진 권 혁신위원은 떠나는 손 대표를 향해 끝까지 “저게 양아치지 무슨 정치인이야!”라고 외친 뒤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현명철 전략홍보위원장도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개새X, 아픈 사람한테 어떻게 저럴 수 있어. 이게 손학규의 실상”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 노골화된 孫 ‘마이웨이’…“새 인재에 바탕 마련해주면 총선 이겨”

지난 17일 최고위 회의에 앞서 진행된 부대변인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병호 등 당권파 최고위원만 손학규 대표와 함께 사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바른미래당
지난 17일 최고위 회의에 앞서 진행된 부대변인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병호 등 당권파 최고위원만 손학규 대표와 함께 사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바른미래당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판국에 화합은커녕 끝내 욕설과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참사가 벌어지자 오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을 처음 창당할 당시에는 이런 모습을 예상하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새 정치를 하겠다고 만든 당이지, 손 대표의 사당이 아니다”라고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호소했지만, 거취 문제의 당사자로서 수차례 거론되어온 손 대표는 이제 거칠 것 없다는 듯 퇴진파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손 대표는 지난 15일 결단을 내린 듯한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이번 사태는 예고됐던 수순이란 평까지 나오고 있는데, 당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던 (지난 4월의) 약속이 유효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은 보류하겠다. 싸움이 혁신위까지 확대된 상태에서 우리가 지지율 높인다고 하는 게 과연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분명히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손 대표는 혁신위 활동이 지속되지 못할 경우 차선책까지 구상한 듯 “혁신위 활동이 이렇게 제대로 되지 못하면 총선 기획단을 사무처 중심으로 만들 것”이라며 현재 당권파인 사무총장 위주로 재편하려는 의지도 내비쳤었는데,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총선 기획단을 실제로 당권파에서 잡게 될 경우 내홍은 아예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각오했는지 손 대표는 빈말이 아니라는 듯 22일 오후 경기남부지역 당원간담회에서도 “이 정도 정당이야 할 수 있지 않겠나 자신을 갖고 했는데 워낙 뿌리가 다르고 오랜 반목이 있어 잘 안 됐다”며 “저는 젊은 사람들을 위해 바탕을 마련해줄 생각을 갖고 있다. 제3세력,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있기에 이 사람들이 일하는 바탕만 마련해주면 얼마든지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새 인재 영입에 방점을 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더욱이 손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가 제대로 독일 상황을 보고, 독일의 통일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정치적인 안정이 어떠한 제도에서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공부한다면 앞으로 한국정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안 전 대표의 독일행까지 자신이 추천했었다고 주장하는 등 비당권파인 유승민·안철수계의 분열도 노렸는데, 과연 손 대표의 이 같은 일방통행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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