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인보험 신계약 최고치 보험료 유입에 손해율 상쇄 효과 거둬
높은 실적 불구 금감원 ‘불완전 판매’ 꼬리표 떼려면?...‘손해율’, ‘언더라이팅’ 관건

ⓒ뉴시스
메리츠화재 본사 건물 ⓒ메리츠화재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손해보험업계의 2분기 실적이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손해율 악화 등으로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5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의 2분기 합산 예상 순익은 4574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3% 감소세다.

전년 2분기 대비 개별 감소폭도 늘어난 추세다. 전년 동기대비 한화손해보험은 77.8% 감소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이어 DB손해보험이 –48.3%, 현대해상이 –48.1%, 삼성화재 –43.1% 순으로 감소폭이 40%대를 넘어섰다.

이와 대조적으로 감소폭이 –1.6%인 것으로 나타나 실적에서 가장 선방한 것으로 보이는 곳이 메리츠화재다. 최근 신계약판매 최고 성과로 메리츠화재는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 뒤에는 불완전판매 꼬리표가 남아있다. 메리츠화재가 이 꼬리표를 어떻게 떼나갈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 메리츠화재의 발자취...그리고 현 김용범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성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손해보험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1922년 10월 세워져 국내 최초의 근대적 형태의 보험회사인 조선화재해상보험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 5월 동양화재해상보험을 거쳐 2005년 10월 현재의 사명으로 바뀐 메리츠화재는 1956년 7월 국내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했다.

해방 후 이화학당이 대주주였다가 1962년 현재의 삼성생명인 동방생명의 창업자 강의수(姜義秀)씨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 후 1967년 7월 한진그룹으로 매각된 메리츠화재는 10년 뒤 1977년 8월 영국 로얄사와 자본제휴를 하고 1983년 9월 자동차보험 영업을 개시했다.

2005년 3월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 됐으며 자회사 설립 및 합병 등을 거쳐 2011년 3월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목적으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금융지주로 회사분할 됐다. 이 과정에서 7월 최대주주가 메리츠금융지주로 변경돼 현재까지 메리츠화재의 모회사다.

1996년 5월 총자산이 1조원을 넘긴 메리츠화재는 2013년 12월엔 총자산이 11조원을 돌파해 11배 증가했으며 현재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8조4181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지난 2013년 메리츠금융지주의 대표이사를 지내고 2015년 1월 메리츠화재에 취임한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손해율이 크게 악화된 자동차보험의 비율을 과감히 낮추고 장기 보장성 인보험에 중점을 둔 결과 높은 신계약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장기 인보험 성장 덕에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 규모와 전체 대비 비중이 김용범 부회장 체제 이후 줄곧 늘어났다.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김 부회장 체제 직전인 2014년엔 4조290억원을 거둬들여 전체 원수보험료(5조2036억 원)의 77%를 차지했으며 취임 후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약 5년 만에 1조7000억 원 실질적으로 증가했다.

김 부회장의 취임 이후 높은 실적의 배경으로는 보험대리점(GA) 중심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있었다. 이와 함께 김 부회장은 기존 지역본부와 영업지점 등 2단계로 돼 있는 조직체계를 영업지점 한 곳으로 통합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성과주의 경영’으로 임직원 및 설계조직의 동기부여에도 힘쓴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화재 신계약 가입금액 및 건수 증가율 ⓒ신한금융투자 자료
메리츠화재 신계약 가입금액 및 건수 증가율 ⓒ신한금융투자 자료

◆ 장기인보험 신계약 최고치 보험료 유입에 손해율 상쇄 효과 거둬

메리츠화재는 손해율 악화 위험이 높아진 자동차보험의 시장 점유율을 낮추는 대신 장기 보장성 인보험에 주력했다. 대표적인 상품인 ‘인보험’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7년 이후 2위로 실적이 급부상했다.

메리츠화재가 주력한 장기 인보험은 질병·상해·운전자보험·실손의료보험 등이 해당된다.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상품 설계 방식에 따라 보험료가 높아질 수 있어 수익성이 높은 상품으로 여겨진다.

최근 육체노동자의 취업가능연한 연장, 사고 중고차 보장 기간 확대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 업계가 울상인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자동차보험 비중은 줄이고 장기 인보험에 힘을 실은 ‘선택과 집중’은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손보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계약시장 점유율에서 큰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신계약 가입금액 증가율은 54.4%로 삼성화재(15.4%), DB손해보험(26%), 현대해상(47.1%) 등 경쟁회사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신계약 가입건수 증가율도 무려 94.9%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12.7% 늘어나고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각각 -4.4%, -17.5%로 가입건수가 오히려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험료 실적 급등에 따른 보험료 유입은 손해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메리트화재의 지난해 말 손해율은 104.1%로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특히 기본형 담보인 상해입원·통원, 질병 입원·통원의 경우 손해율이 각각 77.2%, 88.0%, 96.7%, 142.7%로 한화손보, 롯데손보 등 타사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화재 최근 3년간 손해율 ⓒ손해보험협회
메리츠화재 최근 3년간 손해율 ⓒ손해보험협회

◆ 높은 실적 불구 금감원 ‘불완전 판매’ 꼬리표 떼려면?...‘손해율’, ‘언더라이팅’ 관건

높은 수준의 신계약 판매 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4주간 메리츠화재는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대해 중점 조사를 받았다.

이번 8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에서 메리츠화재는 신계약과 관련된 부분에서 중점검사대상이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경우 시장영향력을 판단하기 위해 자산규모와 초년도 보험료 규모를 보게 되며 신계약 체결 후 1년간 납입되는 보험료 규모가 평가지표에 들어간다.

금감원에서는 이러한 신계약 증가 과정에서 사업비가 과도하게 책정됐거나 부실계약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만큼, 늘어난 계약 건수만큼이나 불완전판매를 주시하게 되는 것은 타당한 수순이다.

지난 12일 종합검사는 결국 무사히 종결됐지만 지난 18일 금감원으로부터 ‘불완전판매’건으로 2건의 제재 경고를 받기도 했다. 보험설계사의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로 1명 등록취소건, 신계약 모집에서 다른 모집종사자 명의 이용 등으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건이다.

이러한 금감원의 조치에 따라 높은 판매율에 따른 불완전판매 ‘꼬리표’도 따라붙는 상황이다. 1분기 판매실적 30% 감소의 원인으로 사업비가 지적되기도 했으나 이는 판매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메리츠 화재 관계자는 “장기 보험 판매를 전년대비 많이 하게 되면 회계적으로 처리할 때 평균대비 증액되는 부분에 대해서 사업비를 회계적으로 선 처리하는 부분”이라며 “결론적으로 장기보험 판매가 늘어나서 관련 사업비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손해보험사 평균 손해율 ⓒ손해보험협회
2018년 손해보험사 평균 손해율 ⓒ손해보험협회

하지만 신계약으로 발생한 사업비 증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손해율은 여전히 예민한 사항인 만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이 타사에 비해 비교적 낮다 하더라도 결코 낮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질병통원의 경우만 해도 142.7%의 손해율은 한화손보(210%), MG손보(159.2%), DB손보(143.6%) 보다는 낮지만 삼성화재(119.6%), KB손보(142.1%), 농협손보(134.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손해율 압박에 따른 메리츠화재의 장기적인 대안은 어떨지 기대되는 이유다.

손해율은 보험료 유입 증가에 따라 하락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손해율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에 결국 근본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에선 메리츠화재가 사업비 증액과 인수심사(언더라이팅) 완화 정책을 같이 펴면 경과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에서 고객의 보험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위험도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는 경과손해율에 영향을 주는 계약유지율의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가령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는 고객의 사고율이 높다거나 중도 해지가 많을 경우 손해율에 영향을 미쳐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안 받으려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신계약이 늘어났다고 반드시 손해율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며 “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언더라이팅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하면 계약이 많아진다고 해서 손해율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더라이팅을 소홀히 하면서 규모의 경제만 생각하고 많은 계약만을 성사시킨다면 손해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언더라이팅을 어떻게 하느냐, 영업의 목적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중요하며 조금 위험하더라도 계약 규모로 승부하겠다고 한다면 손해율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앞서 지난해 6월 메리츠화재는 장기 보장성 인보험 강화에 나선다며 기존의 정책성 상품인 유병력자실손보험과는 별도로 통합형 보험 상품에 대해 언더라이팅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부 질병에 해당하는 유병력자의 보험 가입이 쉽지 않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한 취지이나 철저히 시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주요 만성질환 환자가 전체 인구 5133만 명 중 약 1183만 명인 23%에 해당하고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9.2%인 만큼 수요가 늘 것이란 관측에 따라 시장 선점의 전략적 측면에서 언더라이팅을 낮춘 것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위 해당상품은 전 손보사가 다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며 “언더라이팅은 매번 수시로 바뀌는 거라 어떻게 될 것인지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대외비적인 부분이다”고 말했다.

탁월한 판매실적에도 불구하고 메리츠화재는 금감원 검사로 인해 억울하게 ‘불완전판매’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메리츠화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판매만큼이나 ‘손해율’과 ‘언더라이팅’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꼬리표를 떼는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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