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다시금 계파 갈등 문제가 불거지는 듯한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니 정략적 차원에서 정계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당내 입장 정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친·비박 갈등설 나온 한국당, 보수통합 방향 고민 과정?

현재도 국토교통위원장직 교체 문제 때문에 일부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등 국회 상임위원장 임명 문제로 한국당 내 잡음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당직을 놓고도 얼마 전 사무총장에 거의 내정되는 듯했던 비박 복당파 이진복 의원이 돌연 낙마하고 친박계였던 박맹우 의원이 임명된 데다 최근엔 비박 복당파 중 유일하게 주요 당직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이 보건복지위원장까지 역임하게 되자 당내 일각서 겸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는 등 내홍이 재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이미 앞서 이달 초 황교안 대표로부터 겸직하지 않는 게 어떨지 제안이 왔음에도 일축했던 김 의원은 박 사무총장 임명 이후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자 불쾌감을 드러내며 겸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제로 압박할 경우 자칫 총선 전에 다시 친·비박계 계파 갈등이 일어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일단 더는 재론되지 않고 정리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친박계에 힘이 실리는 듯한 당 분위기에 쓴 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아카데미 특강에서 “당의 친박화로는 내년 총선은 어렵다. 지금처럼 친박 일중대, 이중대 해가지고는 선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강연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당이 보수대통합 한다고 하면서 친박들 만나고 다니는데 그게 보수대통합이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싫지만, 똑같은 이유로 친박 일중대 이중대도 다 싫다고 하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홍 전 대표는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친박화되면) 내년 총선을 또 탄핵 프레임으로 치러야 한다. 자발적으로 들어오면 상관이 없지만 독자적으로 나가겠다면 그대로 둬야 한다”며 “모든 중도보수 세력까지 끌어안아야 한다”고 입장을 내놔 사실상 한국당에 친박 색채가 짙어지는 데 대해 부정적임을 거듭 내비쳤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 역시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내 상황에 대해 “모든 것을 친박이 독식해서 완전히 회귀하는 것이 살길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 같다. 어떻게 됐든 지금 한국당은 친박당으로 완전히 바뀌어가는 것”이라며 “그러면 거기에 비박들은 그대로 가만히 있을 것인가. 총선을 앞두고 자기들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다”고 비관적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계파적 시각에서 나온 지적에 11일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고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을 영입해서 총선에서 꼭 이길 수 있도록 견고한 당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모두 그 길에 힘을 합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정치인들이 함께 해 나가야 된다”고 보수통합론으로 맞받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황 대표는 현재 당내 불협화음이 친·비박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까 경계한 듯 11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도 ‘천안함 챌린지’에 참여한 뒤 다음 주자로 비박계이면서 현재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친박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 출신의 송희경 의원, 청년정치인인 권수미 청년부대변인 등 각기 색채가 다른 3명을 지목한 데 이어 12일 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도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한몸, 한마음으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단합해 문 정부 폭정에 싸우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재차 당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가 당의 친박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내홍을 촉발할 인선을 계속한 데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우려했듯 총선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가능성을 우선 의식한 결과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홍문종 의원 탈당에도 불구하고 과거 바른정당 사례에서 보듯 소수정당이 성공하기 어려운 현 정치 지형상 아직 친박계의 추가 이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만일 국회직이나 당직에 비박계 쪽 인사를 늘려갈 경우 자칫 내년 공천을 걱정한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우리공화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져 총선 역시 ‘보수 대 진보’ 구도가 아니라 ‘친박 대 비박’ 대결이란 내분 양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을 주요 당직에 앉혀 공천 걱정을 불식시킬 경우 설령 박 전 대통령이 석방돼도 친박계가 하나로 결집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게 되기에 소수정당인 우리공화당은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비박계는 당직 인선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되더라도 이미 탈당했다가 돌아온 처지인 의원들이 상당수다 보니 다시 나가기는 정치적 부담이 커 친박계와 달리 탈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기 때문에 일단 분당을 막고자 짐짓 친박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황 대표가 서청원 의원부터 김무성 전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황우여 전 대표 등 계파를 가리지 않고 만나는 행보도 당내 결속과 보수통합이란 장기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이를 보여주듯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복당파 김학용 의원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상임위원장 인선 논란에 반발은커녕 “홍일표 위원장 후임으로 이종구 의원 갔고, 보건복지위원장도 김세연 갔고, 홍문표 선배도 비박이기 때문에 95%는 계파 갈등 아니다”라며 “지금은 친·비박 따지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라도 대선주자란 위치조차 당장 내년 총선 승리 여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승리에 필요한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이라는 장기 과제보다는 일단 총선 전 ‘박근혜 석방 가능성’이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니 현재 불거진 ‘친박 경도’ 인선 논란도 궁극적으로 비박 배제라기보다 우선 친박 색채가 짙지 않은 초·재선 출신 친박 의원들을 총선 전 ‘친황’으로 재편해 분당 가능성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비쳐지고 있다.

◆ 혁신위 계기로 갈라진 바른미래, 정계개편 추진 가능성은?

이에 따라 적어도 ‘총선 전 박근혜 석방’이 실제 이뤄지기 전까진 당 내홍 재발 가능성을 의식해서라도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이라 할 수 있는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을 섣불리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작 바른미래당 내 내분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정계개편은 차치하고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당 내부부터 한 목소리로 통일돼야 하는 선결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인데, 당 정체성을 놓고도 ‘보수’를 포함시키는 데에 이견을 보였던 손학규계 당권파와 안철수·유승민계 비당권파의 주도권 다툼은 손 대표 거취 문제 등을 사실상 결론짓기 위해 만든 혁신위원회 출범으로 잠시 잦아드는 듯 했으나 11일 당권파인 주대환 위원장이 “계파갈등이 혁신위에서 재연되는 모습”이라며 혁신위 출범 10일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혁신위 내부부터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양 계파가 다시 격돌하기 시작했다.

이미 혁신위 구성 자체가 당권파와 비당권파 각각 9명씩으로 양분돼 불화는 예고된 수순이었단 시선도 없지 않지만 1차 혁신안에서부터 ‘뜨거운 감자’인 손 대표 등에 대한 재신임 문제를 다루면서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진단과 검증을 통한 혁신’을 전제로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현 지도부를 검증하려는 게 1차 혁신안의 골자였으나 ‘재신임’이란 문구를 넣을지를 놓고도 혁신위원들끼리 팽팽히 맞설 정도였던 데다 주 위원장마저 사퇴 회견에서 “당 혁신을 위한 게 아니다. 설익은 합의”라고 혹평을 쏟아낸 바 있다.

주 위원장 사퇴 이후 그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김소연 혁신위원도 사퇴 의사를 내비친 데 이어 김지환, 조용술 혁신위원도 사퇴를 표명하면서 혁신위 존립 자체도 위태로워진 모습인데, 이에 비당권파 측에선 이기인 위원이 “계파싸움을 막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한 장본인으로 당규에 의거한 의결과정을 계파갈등으로 몰아세우고 사퇴하는 모습에 위원장을 맡은 의도가 뭐였는지 안타깝다”거나 권성주 위원이 SNS로 “당의 종양을 겨누니 혁신위를 깨버리겠다고 한다. 부끄러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밝히는 등 당권파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자 당권파 측에서도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에 나서는 등 사태는 점점 격화되고 있는데, 전날 주 위원장이 배후세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듯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 깨려는 검은 세력’이라고 표현한 이후 조용술 위원은 이를 확인해주듯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회견을 열고 “당의 유력인사가 직접 당 대표의 퇴진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회견 직후에도 “사과하기를 원해 밝히지 않겠지만 누구나 알만한 유력인사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배후설 제기에 비당권파에서도 장지훈 위원이 같은 날 “누군지 말하지 않고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반격한 데 이어 혁신위가 정상화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할 것을 공언한 권성주 위원은 아예 “(혁신위가) 계파 대리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은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심지어 혁신위 대변인인 이기인 위원은 “야권 재편을 말한 주 위원장과 야권 통합을 말한 조 위원의 속내가 더 검은 것 아닌가”라며 당권파가 야권통합론을 주장했다는 논지의 주장으로 맞불을 놓기에 이르렀다.

당초 비당권파 측에 대해 손 대표가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해왔다면 중도진보 측 색채를 띠어온 당권파에 대해선 민주평화당 등과의 통합을 재추진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번엔 당권파가 야권 통합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최근 내홍을 겪는 평화당에서 흘러나온 ‘제3지대론’을 함께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바른미래당 당권파 운명에 달린 평화당 비당권파의 ‘제3지대론’

이미 평화당에서도 정동영 대표의 당권파에 맞서 비당권파인 유성엽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 연설을 통해 “기득권 양당 체제와 작별해야 한다”며 “오로지 민생과 경제만 생각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과 구축에 힘을 보태 달라”고 사실상 신당 창당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앞서 지난 2일에도 유 원내대표는 물론 천정배·박지원·장병완 등 비당권파 의원들이 모여 밤샘토론을 한 뒤 ‘제3대안세력을 위한 모임’을 출범시킨 데 이어 일각에선 ‘7월 창당설’도 흘러나올 정도로 점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보니 과연 비당권파가 누구와 손을 잡으려는지 그 정계개편 추진 방향에 현재로선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유력한 상대로는 바른미래당이 우선 꼽히고 있다.

과거 바른미래당 내 박주선, 김동철 의원 등 구 국민의당 출신 호남 의원들이 평화당과 손잡는 데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바 있는데다 최근 평화당에서도 지난 5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당권파인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바미스럽다”고 혹평한 반면 비당권파인 장정숙 원내대변인은 “경청할 만한 연설”이라고 상반된 평가를 내리는 등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바른미래당에 우호적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평화당에 정당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내달 15일 이전에 분당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데, 또 다른 비당권파인 박지원 의원도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7월 창당설’과 관련 “유 의원은 오래 전부터 제3지대 제3당론을 주장했고 함께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은 빠른 말씀을 하신 것”이라면서도 “현재 속도로는 앞서 간 말이나 방향 자체는 옳다. 7~8월에는 어떤 결사체가 구성될 것”이라고 제3지대론에 무게를 실었다.

물론 평화당 비당권파의 제3지대론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사실상 바른미래당 당권투쟁 결과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바른미래당 혁신위에서 당권파의 반대에도 ‘손학규 지도체제에 대한 개편안’이 의결된 지 바로 하루 뒤인 11일엔 박 의원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몇몇 의원들은 ‘탈당해 나가서 제3지대에서 또는 신당하자’ 이렇게 하는데 우리 12명이 나가서 모여 있다고 그게 3지대가 되느냐”라며 곧바로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바른미래 혁신안에 대해선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10일 혁신위에서 의결됐던 사안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손 대표는 12일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오늘 앞으로 혁신위 문제에 대해 판단을 정지한다”고 밝히면서 회의에서 혁신안 상정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강조한 데 이어 위원장 사퇴 전에 의결된 혁신안이 상정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검토할 것”이라며 오 원내대표와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정계개편의 키를 쥔 셈인 바른미래당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