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안형석 기자 (ahs@sisafocus.co.kr) 2002/9/2(월) ‘거짓말과 숨기기’ ‘거짓말과 숨기기’를 잘해야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스개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차남 수연씨의 병역비리 의혹 공방을 둘러싼 ‘거짓말과 숨기기’가 정말 정치하는 사람들의 본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지금까지 문제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이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가 과연 사실인가에 모든 시선과 관심이 맞춰져 있었다. 적어도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병풍유도’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처음 한나라당과 이후보는 김대업씨의 주장과 김씨의 녹취록, 녹취록에 나오는 김도술씨의 말 바꾸기와 잠적으로 인해 연말 대선에 위기감까지 느끼는 분위기였다. 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리 ‘라는 말을 상당부분 인정하게 했고 당연히 이후보의 지지도 하락과 정몽준 의원의 인기도 상승이라는 반대급부도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해찬 의원의 발언은 이 ‘거짓말과 숨기기’ 게임을 병역비리에서 병역비리의 진실규명에 청와대와 검찰의 관여 여부로 핵심을 바꾸어놓기에 이르렀다. 곤혹스러운 이해찬 역시 이해찬 의원도 발언 파문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한화갑 대표가 “매 좀 맞아야겠다” 고 발언한 것이며 병역비리진상규명소위 위원장인 천용택 의원이 “이 의원을 만났으면 돌로 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이회창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나를 제일 먼저 제거한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병역비리를 캐는데 이런 발언이 나오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나라당도 이해찬 의원 외에 청와대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김성재 문광부 장관의 개입설을 들춰 한나라당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장관이 민정수석 재직 시 군검찰 관리관을 불러 병역비리 수사를 지시했고, 정책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이 일에 관여했다”고 주장해 이는 다시금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결국 본질은 이후보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반발이 클 것인가, 아니면 DJ정부에 대한 불신이 클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거짓말과 숨기기’ 게임의 일부분이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후보의 병역비리가 진실로 밝혀지지 않는 한 국민들이 이같은 사실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로 핵심이 바뀐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후보는 자신의 최대 멍에인 병풍에 대해 이제 확실한 탈출 방향을 잡고 밀어 부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보와 한나라당은 진실이 어떻게 밝혀지든 간에 청와대와 검찰의 관여라는 탈출구를 잡고 국민들을 상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벼랑에서 벗어난 이해찬 사실 연일 이같은 사태의 연속은 이후보를 벼랑 끝에서 구해내기 충분했다. 만일 이후보 차남 수연씨의 병역비리가 검찰의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다면 반DJ 유권자와 비호남권 유권자들마저 상당수 이후보에 대한 불신감을 선거라는 매개체로 표현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여전히 강력한 단결력으로 이회창후보를 지지하고 있으나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알게 모르게 이회창후보 낙마설이 나돌고 있었다. 작은 목소리에 불과하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정몽준 의원 영입설과 반DJ표도 ‘물 건너갔다’ 는 등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위기감이 팽배했던 것이다. 이해찬 의원의 발언은 자칫 큰 위기에 다다를 뻔한 이후보를 구했고 이제는 새로운 정국으로 타계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도 많이 바뀌고 있다. 민주당은 병역비리를 호도하고 국민들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하는 한나라당의 일관된 전술의 일환이라고 비난하며 이 후보 차남 수연씨 병적 기록 조작의혹을 계속 제기하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루된 병역비리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역시 병역비리 수사를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이 주도했다고 하다가 한화갑씨와 짜고있다고 하더니, 이후 이해찬 발언, 김성재 문광부장관이 간여했다고 하는 등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다른 문제 김대업씨가 이회창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에 대해 검찰에 제출한 녹음테이프의 성문(聲紋) 분석 결과가 ‘’판단 불능’’으로 나옴에 따라 검찰 수사는 한동안 혼미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과 이해찬 의원의 병풍 유도 발언, 김성재 문광부장관 기획수사 등으로 계속되는 정치권의 검찰 흔들기와 맞물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듯 수사가 복잡해질 조짐이 보이지만 검찰의 자세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검찰이 이미 이해찬 의원 발언으로 수사의 공정성 시비가 도마에 올랐고 재감정 결과를 정치권이 순순히 수용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즉 검찰도 수사를 잘못하면 검찰이 입을 타격을 깊이 인식하고 있어 모든 것을 걸고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검찰은 의도적 편집 가능성은 없다는 판독 결과에 따라 자료를 보강해 재감정을 의뢰할 방침이어서, 재감정 결과는 또 한차례 정치권에 회오리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재감정 결과 김도술씨의 목소리가 맞다는 성문분석 결과가 나올 경우 병역문제 수사는 또 한차례 반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본질은 국민들의 이후보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반발이 클 것인가, 병역비리 수사의 진실규명이 정치공작이 아니었느냐를 믿는 것에 맞춰지고 있지만 백보, 천보 양보해도 대통령후보의 아들이 병역비리를 통해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면 대통령후보 자격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은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이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 병역비리보다 무게감을 주고 있다. 당연히 정권을 불신할 경우 정권에 소속돼 있는 검찰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병역비리 수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오는 흘러가는 숱한 말들에 불과한 뿐이다. 마지막 선택은 마지막 임기내 정국 운영의 사면초가 위기를 맞은 DJ대통령이나 병풍수사에 대한 결과가 곧 차기 대선과 집결되는 이회창후보가 아니다 ‘거짓말과 숨기기’ 게임의 최후 심판자는 민심인 것이다. 안형석 기자 ah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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