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지율 ‘긍·부정 격차’ 0.8%P로 좁혀져…文 “부당한 수출제한, 日 막다른 길 가지 않길”

2019년 7월 2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알앤써치
2019년 7월 2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알앤써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남북미 판문점 회동으로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일본 정부에서 반도체 주요 소재 3개 품목 관련해 한국에 대한 우대조치 자격 박탈 등 사실상의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무역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WTO 규범 위반이라는 우리 측 반발에도 10일 “세계무역기구 위반이란 지적은 전혀 맞지 않으며 철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갈등이 풀릴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데, 향후 보복대응 등으로 무역 분쟁이 확대되거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경련이 개최한 10일 긴급세미나 발표(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국 모두 피해를 보더라도 우리 측 GDP 감소폭이 일본보다 더 커진다는 점에서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 정부의 고민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 무역보복 이르기까지 ‘강제징용문제’ 등 신경전 벌여온 韓日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지난해 10월~11월 우리 대법원에서 일본기업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에 연이어 내렸던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라 할 수 있는데, 앞서 박근혜 정권 당시 체결됐던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로 문 정부 출범 이후 갈등을 겪었던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까지 나오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끝났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올 1월 9일엔 한일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먼저 요청했지만 이마저 우리 정부에서 응하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이후엔 한일 간 초계기 근접비행과 레이더 조사 진실공방도 벌어지면서 양국 감정이 격화돼 지난 5월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제안한 일본 측 요청도 우리 정부가 거절했으나 6월 19일 한일 기업 자발적 출연금으로 강제징용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이번엔 우리 측에서 일본에 제안했다가 하루 만에 거절당했으며 결국 26~27일 서울고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심과 같은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7월 1일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를 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3가지 소재 모두 대일의존도가 크고 우리 경제에 주요산업인 반도체 분야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기에 청와대는 이 조치를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4일 NSC 직후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입장을 내놨다가 26분 만에 ‘정치적’이란 표현을 빼고 ‘보복적 성격’으로 수위를 낮춘 촌극도 벌어졌는데, WTO를 의식한 듯 당초 한국의 수출 관리를 문제 삼아 조치를 취했다던 일본에서조차 2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강제징용 관련해 한국이 해결안을 제시하지 않은 결과”라면서 사실상 정치적 보복임을 표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아베 일본 총리는 3일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우대조치는 할 수 없다.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무역관리 규정은 제대로 지키겠느냐”며 한층 강경하게 나오고, 급기야 자민당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은 5일 “수출 규제 품목이 한국을 거쳐 북한에서 화학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이런 조치는 당연하다”고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압박수위를 최대치로 높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17일부터 돌입한 위안부 합의 관련 화해치유재단 해산 절차를 3일 완료했다고 밝힌 데 이어 9일에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긴급 의제로 올리고 회원국들에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경제보복이라고 설명하는 등 일본에 적극 맞섰으나 일본 정부에선 한국에 수출된 에칭가스가 북한의 화학무기(사린가스)로 전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우리 정부의 해명에 아랑곳 않은 채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데 이어 수출제한 품목 추가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 초조해진 文, 긴급회의 열었지만 결국 日 향해 “화답하라”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청와대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청와대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하며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음을 선언했는데, 그간 일본의 반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모습과 달리 청와대가 전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변화는 한 주 만에 요동치고 있는 국정 지지율 동향도 의식한 결과로 비쳐지는데,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성인 1001명에 조사해 발표한 7월 2주차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3.1%P, 응답률 7.4%)에 따르면 50%대를 상회했던 지난주보다 4.3%P나 떨어져 47.9%를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3.2%P 올라 긍·부정격차는 불과 0.8%P 차로 바짝 좁혀졌다.

이 같은 결과와 관련해 알앤써치 측은 “판문점 회동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감에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라며 “향후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나 답보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현재 한일갈등 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을 보여주듯 ‘한일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주체’를 물은 결과, 국회라고 답한 비율은 21.6%에 그친 데 반해 문 대통령이라고 답한 국민은 30.2%로 가장 많았고 정부가 24.6%로 그 뒤를 이어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응답만 54.8%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청와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동 조사기관이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9명에게 질문한 ‘일본의 경제 보복에 우리 정부도 강경대응을 시사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응답률 7.2%), 반대의견은 24%인 반면 찬성의견은 66.8%에 이르고 있어 강경 대응의 여파로 일어난 경제 타격의 후폭풍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는 문 정부 입장에선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그래선지 일단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이날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일본의 규제조치가)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적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간 천명한 주요 소재 국산화 추진 방안 등은 당장 어려운 장기적 차원의 대책인 만큼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도 화답해주기 바란다.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고 협의를 통한 해결에 방점을 두는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아베 총리 측근의 말을 쭉 추적해봤는데 한 달쯤 전인 6월10일에 ‘이번 정권하고는 절대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말을 했다. 그 다음에 한 이야기가 ‘앞으로 문 정권에 대해선 무시하는 정책이 최고’”라며 “일본의 여당 쪽에선 ‘한국의 경제가 나쁘다’는 것도 다 분석했다. 그러니까 한국 경제를 망가뜨리면 정권 교체가 될 것이란 식으로 지금 전략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해 일본이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화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이미 지난 9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협의의 대상이 아니고 철회도 생각지 않는다”고 완강한 반응을 보였을 만큼 쉽게 태도를 바꾸진 않을 태세인데, 그래선지 문 대통령도 10일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례 없는 비상상황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상시 소통·협력하는 민관비상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 방일단 파견엔 합의했다지만 책임 놓고선 與野도 갈등…靑, 돌파구 없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원내대표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원내대표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론 부품·소재산업 육성과 국산화를 위한 예산 확충을 비롯해 세제와 금융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단기적으로도 우리 기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 생산 확대 등을 도와주고, 빠른 기술개발을 위해 급히 필요한 예산은 추경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관련 예산으로 최소 1200억원을 추가로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국회에선 여야가 지난 8일 초당적인 방일단 파견엔 합의했지만 추경 문제는 오는 19일까지 처리하기로 일정 합의했어도 야권이 그간 벼르던 사안이다 보니 예산 증액을 놓고 어느 정도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 문제로 이미 갈등 중인 여야는 10일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파장 책임을 놓고도 ‘네 탓 공방’에 매몰됐는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WTO 제소는 항소하면 2~3년 걸리기 때문에 정부 대책은 무대책”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지금 당장 문제가 발생했는데 부품 장비 국산화 개발 말하는 것은 대책이 없으면서 마치 있는 것처럼 국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같은 당 정유섭 의원도 “이 문제는 분명 예견돼 있던 것으로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8개월이 지났는데 정부가 방관했다. 무능하고 무책임”이라며 “대통령이 안 나서면 총리가 나서서 일본에 가서 회의를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지, 최초 반응이 산업부에 물어보라는 이것처럼 무책임한 게 어디 있느냐”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같은 야당의 성토에 여당에선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만 윽박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항변한 데 이어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대통령조차 기업과 소통하며 민관 공조를 강조한 상황에 오히려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회사가 오히려 일본 업계를 1위로 띄워 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국내기업에 책임을 돌리는 등 청와대와 정부 비호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야권의 비판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이 반일감정에 편승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기만 하고, 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의 설득을 부탁하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은 데 이어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감정과 도덕적 우위만 고집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한국당에선 한일 갈등의 표면적 원인이 됐던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과 현실적 괴리를 메울 외교적, 정치적 셈법을 국회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나 원내대표가 주문했으며 바른미래당에선 손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대일 전문가와 전·현직 외교관으로 구성된 범국가적 대책기구 설치 및 대일 특사 파견을 촉구했는데, 벼랑 끝으로 몰린 현 정권에서 과연 야권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제적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한국으로 공을 넘겼다는 일본 정부에선 오는 12일 있을 한일 양자 협의에 대해서도 과장급 실무접촉으로 격을 낮추는 등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심산인데,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앞서 일본이 요청했던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답변 시한이 오는 18일이란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여부가 향후 상황을 좌우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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