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만에 대학재정 적자에서 흑자로

‘행정의 달인’ 이기우의 화려한 비상이 시작됐다.
인천 재능대학 이기우 학장은 국무총리비서실장에서 교육부차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람이다. 그 이유는 고졸 출신으로 9급 공무원에 입문하여 여러 부서에서 단계적으로 실무경험을 쌓아 교육부 차관이라는 자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평소 부지런하고 신중하며 모든 부분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백년에 한번 나올만한 공직자라고 보도한바 있다.
오랜 공직생활을 거치며‘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이기우 학장은 지난해 8월, 재능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이 학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적자였던 대학 재정을 흑자로 전환했으며 여러 언론에서는 이 학장의 대학경영 노하우를 앞 다퉈 보도했다.
취임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약 32억 원의 대학 재정 절감효과를 이끌어낸 이 학장은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과 흑자 경영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재능대 학장 취임 당시 이 학장은 학교 상황을 보고받고 고민에 빠졌다. 35년의 역사 속에 배출된 인재만 해도 2만 8천 명이나 되는 대학인데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기 때문이다.

적자경영을 흑자경영으로 이끌어

이 학장에 따르면 취임 당시 재능대학은 20억 원이 넘는 재정적자에 교수, 직원 등 구성원간의 갈등 심화, 잘못된 교육 여건 등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고 전한다.
교육부 차관과 총리 비서실장 등을 지내면서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려왔던 이 학장은 원인 파악 후 개선 작업에 몰두했다.
개교 후 처음으로 2차례의 강도 높은 자체 감사를 실시한데이어 불필요하고 낭비적 예산을 줄인 결과 취임 6개월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고 교수와 직원들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는 특별한 ‘스킨십’ 행정(대화와 설득)을 통해 대학발전을 위한 협력 구조로 돌려놨다. 학습 환경 개선 또한 이 학장이 취임 이후에 이룬 성과 중 하나이다. 이 학장은 효율적인 대학 경영으로 최신 버전의 컴퓨터 등의 실험·실습 기자재를 추가 확보해 6개의 공동실습실 중 3곳에 교체 설비하고, 강의의 질적 개선과 학생지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교수 평가지표를 마련했으며 학생지도 프로그램으로 ‘멘토링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실제 이 학장이 이뤄낸 흑자 경영의 성과를 살펴보면, 작년에만 해도 약 27억 원의 부채를 상환했으며 올해 연초에만 계획을 세워서 실천한 것만 해도 5억 원의 절감 효과를 이뤄냈다. 이 학장이 취임해서 절감한 비용만 해도 32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이 학장은 여러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가 됐던 흑자 경영 비결에 대해 “그 비결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구멍난 장독에 물을 아무리 부어도 독은 채워지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 독을 고치면 새나가는 물이 없으므로 독은 물로 가득 채워지고 곧 절약이 되는 것이다. 결국은 비능률적이고 낭비적인 요소, 학교 전체에 있는 그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제거함으로써 적자에서 흑자 경영으로 거듭 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재능대학만의 특별한 힘

사실 재능대학은 3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대헌공업전문대학을 지난 97년 ‘재능교육 재단’이 인수해 1998년에 비로소 ‘재능대학’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재능교육 재단’은 재능대학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300억 원이 넘는 시설 투자와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개혁을 통해 재능대학이 10년 사이에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렇듯 ‘재능교육 재단’은 다른 대학은 갖지 못하는 재능대학만의 장점으로 대변되며 그 특별한 힘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재능그룹은 재능교육, 재능인쇄, 재능유통, 재능방송 등을 포함한 12개의 계열사로 이루어져있다. 이것만 해도 재능대학은 큰 힘을 얻는다. 자세히 말하면 이 계열사들과 재능대학이 산·학 협약을 체결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까지는 이런 장점이 활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학장은 취임 이후, 단절되어 있던 계열사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런 장점을 살려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재능대학의 훌륭한 인재가 졸업한 후에 재능그룹 회사에 취직해 그 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한다면 해당 회사의 발전 뿐 아니라 결국은 재능대학까지 발전 할 수 있다는 ‘win-win’ 전략을 제대로 성공시킨 것이다.
또한 탄탄한 재능그룹 덕에 재능대학은 재정적으로도 든든하다. 현재 재능그룹은 300억 원 정도의 법인 예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재능대학에서 발전적인 사업을 계획해 실행했을 경우 그 효과가 입증된다면 언제든지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학교 법인이 실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단 이사장의 육영의지와 대학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이 학장은 “실제 재능그룹의 박성훈 회장은 육영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우리대학에서는 가능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재능대학의 두 번째 특별한 힘은 실용·실기 위주의 교육에 있다. 먼저 재능대학은 기업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학문의 범위를 넓혀가는 한편, 실용·실기 위주의 교육으로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7년 연속 기술지도 대학으로 선정돼 지난 1999년부터 137개 업체에 교수 129명, 학생 351명을 파견, 산업체의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정보화 컨설팅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기업발전의 촉매역할은 물론 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분야는 최고의 시스템과 교육프로그램으로 경인지역을 대표하는 전문인력 양성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활발한 산학연계는 취업률과도 직결된다. 재능대학은 6년 연속 9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천지역 대학 중에서는 단연 1위이고 수도권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재능대학의 세 번째 특별한 힘은 해외대학과의 활발한 교류 활동에 있다.
중국의 명문대와의 ‘2+2 학술교류협정’은 재능대학이 내세울만한 대외 교류활동 프로그램으로 졸업 후 중국의 해양대학교, 청도직업기술대학, 북경어언대학교 등의 관련학과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선양항공공업대학과는 2004년 기술교류 협정을 맺고 IT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학생교류를 추진 중이다.
또한 별도 수업료 부담 없이 한 학기동안 중국 내 대학에서 중국어 어학연수를 겸한 현지학기를 이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현지학기제, 어학연수, 인턴십 제도)도 실행 중이다.
‘현지 학기제’는 중국해양대학교와 청도직업기술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현지 교수진에 의해 중국어 수업과 중국문화, 경제 등 전반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재능대학 중국비즈니스학과와 관광경영과 학생 각각 4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어학연수’의 경우에는 학과 전공에 상관없이 희망 학생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중국 현지 대학(중국해양대학교, 심양항공공업대학교, 청도직업기술대학, 북경어언대학)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연수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200여 명의 학생이 방학 중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한편, ‘인턴십 제도’는 국내에서 4주, 중국해양대학교에서 4주간의 교육을 받은 후 재능대학과 인턴십 협약을 맺은 기업체(청보재형도료유한공사, 중소기업은행 청도분행)에서 12주간 인턴 체험을 하면서 졸업 후에 바로 실무에서 일 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는 제도로 현재 2명의 졸업생이 중국 현지에 취업했다.
이 학장은 “다수의 대학과 형식적인 교류 협정을 맺기 보다는 ‘현지 학기제’나 ‘인턴십 제도’ 등과 같은 확실한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동북아시대에 인천은 중추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대학과의 교류협력은 매우 중요하며 양보다는 질로 승부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삼실(三實)의 실천


이 학장의 경영 마인드이자 인생철학은 ‘삼실(三實)의 실천’에 있다. 삼실은 ‘성실’, ‘진실’, ‘절실’을 말한다. ‘성실’이란 매사에 열심히 정성을 다 하는 마음가짐이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진심어린 마음으로 남과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진실’은 정직한 마음을 말한다. 진실은 그 사람의 신뢰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절실’은 무엇인가 얻고자 하는 사람의 간구하는 자세를 말한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해내야 한다.’는 절실함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
그리 특별하거나 멋질 것도 없는 말이지만 35년이 넘는 공직생활은 이 삼실의 실천도량이었고 이들이 자신을 가치 있는 세계로 인도했다고 말한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을 얻게 해준 것도 삼실의 실천과 무관하지 않다. 이 학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일에 있어서는 “틀림없다.” “빈틈이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이는 어떤 일을 시작하든지 간에 환경이 바뀔 때마다 항상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 일에 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칭찬인 듯하다. 오랫동안 쌓인 경력으로 인해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더라도 일단 일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들여서 일 하기 때문에 일의 능률이나 효과를 많이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학장을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러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학장은 “행정과 경영에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놓여진 과정의 상황에 어떤 정성을 들였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마음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차이가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학장은 1985년 문교부 교육행정과 행정사무관을 지냈으며 1989년에는 문교부 편수과장, 1993년에는 교육부 총무과장, 1995년에는 교육부 공보관으로 활동했다. 이어 1997년에는 교육부 지방교육행정국장으로 임명되었고 이듬해인 1998년에는 교육부 교육환경개선국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1999년 교육부 교육자치지원국장으로 선임됐다. 2001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 기획관리실장,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거쳐 2004년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공직자”라는 극찬을 받았다.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직을 끝으로 공직생활에서 물러났으며 현재 재능대학 제5대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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