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공개되자 사과한 尹…한국당·바른미래, “자진 사퇴하라” 촉구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결정적 한 방 없이 여야 공방만 오가다 맹탕으로 끝나는 듯했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가 자정을 넘어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격 공개한 <뉴스타파>의 녹취록으로 반전을 맞았다.

오전부터 내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해 변호사를 소개시켜준 적이 없다고 6차례나 부인하던 윤 후보자는 지난 2012년 “이남석 (변호사) 보고 대진이가 형 문제 갖고 괜히 머리 쓰면 안 되니까 네가 윤 서장 한번 만나봐라(이렇게 얘기했다)”라는 언론 인터뷰 녹취 일부가 공개되자 ‘그런 사실이 없다’던 입장에서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라고 방향을 바꿔 대응했다.

이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청문위원들은 윤 후보자를 성토했고, 일부 여당에서조차 사과하라는 발언이 나와 결국 윤 후보자가 사과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럼에도 잦아들기는커녕 야권은 원내지도부까지 나서서 연일 한 목소리로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이번에도 청와대가 여러모로 부담이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변호사 선임된 건 아냐”…이남석 “윤대진이 소개해”

일단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윤대진 검사를 좀 보호하려는 마음도 있다 보니까 가서 얘기나 한번 들어보라고 한 것”이라며 “변호사는 선임되지 않았다. 변호사는 (윤우진, 윤대진) 자기 형제들이 결정했다”고 해명했는데, 실제로 당시 윤 전 서장 사건은 이 변호사가 아니라 박모 변호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반응에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사건 수임을 해야 (변호사를) 소개한 것이라는 말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이렇게 거짓말한 사람이 어떻게 검찰총장이 될 수 있나, 명백한 부적격자”라고 일갈했고,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의원은 변호사법 37조의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을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 알선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들어 “저게 소개가 아니면 뭐가 소개냐”라고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윤 전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검찰국장까지 9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이 변호사는 내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시절 직속 부하였다.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 없다”고 입장을 내놨고, 당사자인 이 변호사 역시 같은 날 기자들에게 “2012년 윤대진 과장이 ‘윤 서장이 경찰 수사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으며 수사 배경이 의심스럽다. 윤 서장을 만나 얘기 좀 들어봐 달라’고 하면서 윤 서장을 소개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위증 문제를 꼬집으려 해도 인사청문회법 제7조 2항에 따르면 ‘공직후보자인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서합니다’라고 선서할 뿐 공직후보자에 대해선 위증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없고, 그저 국회증언감정법상 증인이나 감정인에 대해서만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라고 허위진술에 대한 처벌을 선서케 하고 있어 현행법상 윤 후보자의 거짓말에 대응하기 어려워진 야당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법사위 간사로 청문회에 참석했던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9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인은 선서하고 나면 고발되는데 청문대상자는 고발이 안 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내놨다”며 윤 후보자를 향해선 “법적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이걸로 마무리된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국당·바른미래 “尹, 자진사퇴하라”…野 일각선 옹호론(?)도

국회 법사위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9일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국회 법사위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9일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특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위증 처벌은 못하더라도 도덕적 차원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온종일 국민들이 우롱당한 거짓말 잔치”라고 일침을 가한 데 이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부적절한 만남 역시 정치적 중립성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이 정권의 도덕성 몰락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 원대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변호사법 위반 등) 고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공언했으며 빈 말이 아니라는 듯 같은 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법사위 소속 한국당 의원 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저희가 제기한 의혹을 계속 확인해나갈 것”이라며 위증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도 검토 중이라고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심지어 한국당은 같은 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윤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총의를 모았음을 분명히 밝혔는데,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당에서 사퇴 촉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문 대통령 또한 인사권자로서 결단을 내려달라”고 윤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를 종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당에선 윤 후보자가 구설에 오르게 된 윤 전 서장 사건을 자당의 황교안 대표와도 묶으려 드는 더불어민주당까지 겨냥 이날 민경욱 대변인 논평을 통해 “어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주진우 기자의 최근 방송 내용을 인용하며 황 대표의 이름을 들먹였는데 윤 후보자의 위증으로 여당이 수세에 몰리자 물타기”라며 “정 의원 발언 속 사건은 이미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내사 종결된 사안이다. 민주당과 비호세력이 윤 후보자 감싸기에 열 올리면 올릴수록 윤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커져갈 뿐”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도 전날 청문회에 참석했던 오신환 원내대표부터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다른 문제는 차치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장에서 온종일 거짓말한 사실은 도덕성 차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현직 검사가 형사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37조를 위반한 범죄”라며 “버티면 버틸수록 논란은 더 증폭되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윤 후보자에게 경고했다.

다만 청문보고서 채택에도 난색을 표하는 한국당에 비해 오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부적격으로 채택한다면 동의할 수 있지만 (적·부적격 병행 표기하는) 이도저도 아닌 내용이라면 채택할 수 없다”며 일부 채택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해 귀추가 주목된다.

더구나 오 원내대표처럼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막판에 녹음 있었는데 그건 실제로 변호사가 선임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결정적인 건 아니었다”고 주장한데다 또 다른 바른정당 출신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뉴스타파 공개 전문 보면 ‘난 관여하기 싫다’는 얘기를 거듭하고 있다”며 “총장후보 된 시점이 아니고 그때 당시 시점에 정말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평한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북한 목선 국정조사 등에 있어 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함께 할 의향을 보이는 민주평화당에서도 윤 후보자와 관련해선 이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야권 공조가 확실치 않다는 부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데, 평화당에선 9일 장정숙 원내대변인이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짓말은 엄청난 죄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기개를 꺾이지 않고 검찰개혁을 해낼 사람으로 판단했다”며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외압에 굴하지 않아 현 정부에 대해서도 검찰 수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당론으로 찬성했다”고 의총 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 사퇴요구 ‘선 긋는’ 윤석열과 민주당…청와대에선 “국회 판단”

더불어민주당이 9일 원내정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9일 원내정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이런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에선 지도부부터 윤 후보자가 적임자라며 적극 비호하고 나섰는데,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지명 철회를 할 생각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고, 청문회에 참여했던 민주당 청문위원들도 같은 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년 전의 전화통화가 임명을 취소할 중대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오전 중 정론관에서 회견을 열었던 한국당 청문위원들에 맞불을 놨다.

여기에 윤 후보자 측도 같은 날 “7년 전 다수 기자로부터 문의를 받던 과정에서, 윤대진 과장의 형이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윤 과장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한 기자에게 전화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한 것”이라며 “해당 녹취록을 들어보면 오히려 사안의 핵심인 후보자의 사건 관여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재차 입장문을 내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섰고 의원들이 요청한 부동시진단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날 연차를 내 시력검사까지 받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상 이 같은 행보는 윤 후보자나 여당 모두 야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대통령의 임명 결정은 막을 수 없는 만큼 이제 최종 판단을 내릴 청와대로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청문회를 보긴 했지만 특별한 입장을 내진 않겠다”면서도 “이에 대한 판단은 국회에서 현명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인 데 비추어 또다시 인선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되는 차기 검찰총장이 되기엔 이번 거짓말 논란으로 타격을 입어 윤 후보자의 검찰 내 입지가 초반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번에도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여당에서 인선을 강행할 경우 자칫 추경이나 개혁입법 처리 등에 있어 협조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에 숙고 끝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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