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애국은 무능하고 미래를 못보는 리더의 잘못을 가려주고, 바보같은 정치인을 설치게 만든다
진짜 애국은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사랑과 헌신' ... 특정 인물 옹호는 가짜 애국
문재인 정부는 "평화가 경제다"라면서 왜 일본과는 평화롭게 지내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타국과의 관계에서 항상 착하고 항상 옳다. 제대로 나아가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든 나는 늘 우리나라 편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를 지지하고 그게 나의 애국이다”

‘나라 사랑’ 즉 애국(愛國)을 이렇게 표현하면 일반인들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애국이란 단어는 마법같은 존재다. 애국을 입에 올리는 순간 이성과 절제는 저 멀리 사라진다. 애국은 미친놈을 영웅으로 만들고, 리더의 무능함을 가려주고, 분별없는 정치인을 인기인으로 둔갑시킨다. 가짜 애국자들이 크게 판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잘하나 잘못하나 우리나라 만세”라고 외치는 게 과연 애국일까. 한일 관계에 있어 태극기를 흔들고, 독도를 밟고, 일본에 대해 욕을 퍼부어 대는 게 진짜 애국일까. 일부에게는 이것도 애국의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엄밀히 생각하면 진정한 애국은 아니며 가짜 애국이자 사이비 애국이다. 가짜 애국자들이 판을 치면 결국 망국으로 이어지는 데도 사람들은 애국이란 단어 앞에서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자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자동차에 김치 테러를 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일본에 여행을 간 연예인이 공격을 받고, ‘일본과 친하게 지내야한다. 친하게 지낸다는 친일이 뭐가 나쁜가“라고 말한 학자가 매도를 당한다. ”일본 상품을 팔지 않는다“고 매장에 써 붙인 상인들도 많다. 이성을 되찾고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역설하면 “넌 일본 편이냐?”라는 반박이 들어오고, 뜻있는 사람들은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 일차원적 사고를 하는 비이성적인 사고가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까.

분별없는 정치인들도 ‘일본 공격이 곧 애국’이란 생각에 거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본 경제보복 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이 정도 경제침략 상황이면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자신의 말이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을 찌르는 칼’이 됨을 몰랐을 것이다. 의병이란 원래 정부가 나라를 구할 수 없을 만큼 무능하기 짝이 없을 때 나타나는 존재이다. 우리나라 의병 역사를 보면 고려시대에 몽골이 침략했을 때, 그리고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구한말 조선 왕조가 바보짓을 일삼고 무능력을 보였을 때 출현했다. 문재인 정부가 조금이라도 유능하다면 의병이 나타날 이유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 의원은 “한국 내에는 분명히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부류가 있어 보인다”고 썼다. “넌 어느 나라 편이냐?”며 국민을 편 가르는 전형적인 선동 발언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해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게 8일에 이르러서야 “국내 기업에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내놓았다. 그렇다고 한일 관계를 이 지경으로까지 만든 무능함이 가려질까? 윈스턴 처칠은 “정치인에게는 다음 날, 다음 주, 다음 달, 다음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나중에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미래 대비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참으로 답답한 지경이다.

애국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외교에서 애국 기준은 오로지 ‘국익’이다. 이념과 코드는 외교 현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여러 인물들의 머릿속에서 ‘진짜 애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한일 경제분쟁의 시발점이 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2012년 당시 주심인 김능환 대법관은 “외교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며,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고 말했다. 그의 판결은 정부를 딜레마에 빠지도록 했다. 판결을 따르자니 국제 조약을 깨야하고, 그렇다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외교적으로 풀어보려고 최종 재판을 미뤄왔는데,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김능환 대법관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김능환 대법관은 대법관을 나와 ‘편의점 아저씨’을 길을 걸으며 청백리 소리를 듣다가 5개월 여 만에 돈 많이 주는 대형 로펌의 고문으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일본과 군사동맹까지 갈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제반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말을 살짝 바꿔 “일본은 가까운 우방이다”라고 부연 설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의 구성원 가운데도 ‘가짜 애국자들’이 참 많았다. 위안부 합의의 파기 가능성에 대해 지각 있는 인사들이 “파기할 수는 있으나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한다”고 말하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친일파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가능성을 제기하면 “불안을 조장하지 말라”고 응대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과 언론, 기업들이 아베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고,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 지지하는 언론들이 이를 집중 부각시켰다. 일본 현지의 정확한 분위기를 일부러 숨긴 것이니 사실상 ‘거짓에 입각한 애국 보도’로 우리 국민을 속인 셈이다.

외교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려면 두루두루 친해야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평화가 경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북한과 평화롭게 지내는 게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북한과 평화롭게 지낸다면 당연히 우리는 이웃 국가인 일본과도 평화롭게 지내고 중국과도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 평화롭다는 의미는 곧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친일’, 중국과 친하게 지내는 ‘친중’이 모두 필요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친일과 친중은 결국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이지, 그들을 적극 옹호하고 편들면서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데도 이웃국가와 벽을 높이 쌓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우리 기업과 국민이 톡톡히 대가를 치르는 매우 나쁜 결과를 낳았다.

외교에서 애국 기준이 ‘국익’이라면 국가 차원에서 애국은 ‘국민이 바라는 선(善) 즉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돕는 게 바로 애국이다. 진짜 애국은 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도록 ’올바른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애국은 ‘가치관과 국가관의 영역’이라는 측면에서 ‘특정한 정부 사랑’이나 ‘특정한 인물 사랑’은 애국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특정한 정부와 인물들에 대한 지지가 곧 애국이고, 반대하면 애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극기부대이니 문빠이니 하는 말은 진짜 애국을 위해 정말 없어져야 할 용어인데 지금도 버젓이 자리 잡고 활개를 치니 ‘진짜 애국’이 설 자리를 찾기 힘들다.

주변을 살펴보면 군대 가서 나라를 지키고,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고, 해외에 나가 우리 상품을 많이 파는 진짜 애국자들이 절대 다수이다. 우리 국력을 키워 대한민국의 자존감과 위상을 높이는 사람들이 진짜 애국하는 분들이다. 그런데도 특정한 이슈(특히 일본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선동하고 분노를 부추기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가짜 애국자들 때문에 진짜 애국자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이제라도 진짜 애국자들이 깨어 일어나 ‘진짜 애국의 의미’를 되새기고, 정말 나라와 국민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정치적 선택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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