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長 경선 거부한 황영철 “계파 본색”…정용기 “계파 문제? 말 안 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놓고 갈등을 빚은 자유한국당의 황영철 의원(좌)과 김재원 의원(우) ⓒ포토포커스DB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놓고 갈등을 빚은 자유한국당의 황영철 의원(좌)과 김재원 의원(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회 정상화에 들어간 자유한국당이 상임위원장 인선을 놓고 최근 일부 불협화음이 일고 있어 한동안 잠잠했던 내홍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 의총서 황영철 공개 발언 여부 놓고 다시 갈라진 친박과 비박

예산결산위원장 선출을 위해 열린 5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선 친박과 비박이 충돌하던 과거 계파 내홍을 연상시키는 모습이 오랜만에 재현됐는데, 당초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통해 안상수 의원과 돌아가며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었던 황영철 의원은 지난 3월 본회의 표결까지 거쳐 자리를 차지했으나 그간 국회 파행 탓에 제대로 회의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김재원 의원의 요구로 위원장직을 놓고 경선까지 하게 된 데 불만이 생겨 공개 발언을 요구하면서 의원들 사이에도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먼저 황 의원이 “언론인들 앞에서 공개 발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뒤이어 비박계 의원들도 “왜 의원 공개 발언도 못하게 하나”, “하게 해줘라”라고 황 의원에 힘을 실어준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개판이다”, “비공개하기로 했으면 빨리 비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마치 친·비박 간 계파 갈등이 다시 일어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관례상 비공개로 일단 후보 선출을 끝내고 나서 공개 발언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황 의원이 후보 선출 전에 해야겠다면서 계속 항의하자 급기야 사회를 맡은 김현아 의원은 황 의원의 항의에 개의치 않은 채 다음 식순(국민의례)을 강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의원은 국민의례 직후 나 원내대표 앞으로 와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 제가 왜 공개를 요구하는지 들어보면 알 게 아니냐”고 거듭 따졌는데, 그러자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나서서 “당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 관행을 지켜 달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 파열음은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비공개 전환된 의총이 진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총장을 나온 황 의원은 “이번 경선을 수용할 수 없다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왔다. 이번에 일어난 사례는 향후 한국당이 원내 경선을 통한 상임위원장 임명 등 여러 합의 사항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대단히 잘못된 조치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 7월 의총에서 자신을 예결위원장으로 내정했던 비박계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까지 들어 “김 전 원내대표도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예결위원장을 맡기 어려운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때문에 현재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받은 상황까지 꼬집은 데에 격분했는지 “같은 당 동료 의원을 밀어내기 위해 가장 추악하고 악의적으로 사안을 왜곡시켜서 자신들의 출마이유를 발표했다”며 “더 이상 이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더 크게 싸울 각오”라고 정면대결을 선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황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겨냥 “올바른 리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1년 전 원 구성 당시 조율과 논의를 통해 의총에서 추인 받았던 사안인데 나 원내대표가 측근을 예결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당이 줄곧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들을 훼손했다”며 “잡음 없이 계파 갈등 불거지지 않고 원내 구성이 조율될 수 있었는데 그런 것을 하지 못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와 같은 일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조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우려돼 그걸 막아내기 위해 많이 싸워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데 이어 아예 작심했는지 “우리 당이 세월호 희생자를 우롱하고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국회의원들을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당이 합리적 보수가 되도록 의원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친박계와 원내 지도부를 동시 압박했다.

◆ 상임위 놓고 비박끼리도 충돌…친·비박 아닌 당권파와 비당권파 갈등?

국토교통위원장직을 6개월 더 역임하길 원하는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좌)과 교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같은 당 홍문표 의원(우) ⓒ포토포커스DB
국토교통위원장직을 6개월 더 역임하길 원하는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좌)과 교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같은 당 홍문표 의원(우) ⓒ포토포커스DB

이 같은 황 의원의 경고에 원내 지도부와 신임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의원 모두 같은 날 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는데,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우리 당은 공당으로 큰 원칙이 있어 작은 잡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원칙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김 의원도 “우리 당이 정부여당과 싸울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란 생각에 (예결위원장) 경선을 끝까지 주장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 당시 정무수석도 지냈던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이 자칫 친·비박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경계했는지 계파 갈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즉각 선을 그었으며 정용기 정책위의장까지 “상임위 나누는 거 보면 알겠지만 계파 문제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록 이날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한국당 의원 3명 중 김 의원만 이례적으로 62%(182표 중 113표)란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한데다 투표 도중 “어떻게 황 의원을 몰아내고 앉히냐”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항의도 나오긴 했지만 친박계가 점점 당내 요직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는 식의 시각은 분명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

일각에선 비박계 출신임에도 지난해 12월 친박계의 지원을 업고 당선됐던 나 원내대표가 그간의 몇몇 설화와 최근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보인 리더십 논란 등으로 내년 5월말까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친박계를 사실상 당권파로 끌어들여 우군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날 본회의에서 86% 득표율로 각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부 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3선의 이종구·김세연 의원은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달리 비박계 복당파 출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원에 입원한 채 ‘버티기’까지 돌입했을 만큼 예결위 못지않은 갈등이 계속되어온 국토교통위원장직의 경우에도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순자 의원이나 새로 내정된 홍문표 의원 모두 바른정당 출신의 복당파란 점에서 이번 당내 잡음은 5·18폄훼 문제나 유승민 의원까지 거론하면서 항의한 황 의원의 항변과 달리 그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예결위·국토위 등 지역예산 가져가기 좋은 요직을 차지하려는 의원들 간 ‘자리싸움’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여전히 계파 갈등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진 않은데, 한선교 의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사무총장직마저 그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복당파 이진복 의원이 아니라 지난 1일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맡게 되기도 했고, 이밖에 추경호 전략기획사무부총장부터 민경욱 대변인, 김정재·이만희 원내대변인 등 친박계 초재선 모임이던 ‘통합과 전진’ 출신들이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급부상하며 당직을 차지하고 있어 상임위원장 교체 과정에서 나온 이번 파열음도 친·비박은 아닐지언정 당권파와 비당권파란 형태로 변질된 계파 충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 한국당 내 현재 갈등, 보수통합 등 큰 방향엔 영향 없을 듯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하루 뒤인 5일 마지막 교섭단체 대표연설자로 나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포토포커스DB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하루 뒤인 5일 마지막 교섭단체 대표연설자로 나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포토포커스DB

하지만 이 같은 잡음이 보수통합을 비롯해 현 지도부가 밝혀온 당 방향에 큰 악영향까지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계파가 생기더라도 과거와 같은 친박이나 비박이라기보다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해 친황이나 친나경원계로 각자도생하는 양상이다 보니 마치 강성 친박계 지도부처럼 유승민 등 비박계 일부가 남아 있는 바른미래당과의 연대·공조에조차 거부감을 보이던 모습은 이제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학재단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총선 공천 전망이 불투명해진 홍문종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친박계 결집을 강조했음에도 추가 이탈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마저 대한애국당으로 간 홍 의원을 비판한 데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2심 모두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복당파 황영철 의원에 대해서도 과거 바른정당행을 원했던 비례대표 출신 비박계 김현아 의원조차 이날 예결위원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냉랭하게 대응하는 모습에서 이제 계파보다는 내년 총선을 목적으로 움직인다는 인상이 강하게 묻어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간발의 차로 한국당 후보가 패했던 창원시장 선거 사례에 비추어 봐도 보수 표심 분산을 막기 위한 보수통합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지난달 20일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과의 선 보수통합 방침을 공언했었고, 황 대표 역시 친박계 맏형이던 무소속 서청원 의원부터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과도 단독 회동을 갖는 등 계파를 막론하고 최근 들어 보폭을 넓혀 가는 상황이다.

그래선지 한국당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5일에도 호평을 쏟아내며 현재 북한 목선 국정조사 등으로 공조 중인 관계를 한층 더 강화시키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 나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라든지 소득주도성장 폐지 등의 문제에 골고루 공감할 수 있었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물론 오 원내대표도 지난 2일 한국당에서 흘러나오는 보수대통합론에 대해 “자꾸 간보듯이 이런 식으로 던지듯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보수대통합은 앞으로 총선 전까지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여운을 남겨 장차 한국당 내 일부 잡음이 정리 되는대로 보수진영 정계개편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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