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14조87000억원)대비 56.3%나 감소했다. ‘어닝쇼크’라고 하겠다. 올 2분기 매출은 108조3900억원으로 전년동기(119억500억원)대비 4.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실적감소의 원인은 간명하다. 영업이익률이 차이가 반영된 것인데, 사실상 작년에 혀를 내두를 만큼의 영업이익률을 낸 품목이 반도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으로 4분기 연속 분기별 사상 최대실적,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삼성이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싸이클에 따른 수급이 가격을 좌우한다. 2017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2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4조700억원, 사상최고치의 어닝서프라이즈를 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하나같이 “메모리업황 호조에 따른 가격상승기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영업이익률은 D램이 61%, 낸드가 54%로 당시까지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즉 어닝서프라이즈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D램, 낸드가 달성한 것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2017년 한해 반도체가 국내 전체 수출(5737억달러)에서 차지한 비율은 17.4%로 전년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그렇다고 현재 삼성의 분위기가 우울하다고 볼 수 만은 없다. 다시말해 수급상황에 따라 싸이클은 다시 올라갈 수 있고 삼성전자의 어니서프라이즈와 어닝쇼크란 메모리반도체의 싸이클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삼성 자체만 놓고 보면 딱히 위기랄 것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스코어가 그럴 뿐이라고 생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최근 메모리반도체 신기술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EUV 공정을 도입할 만큼 집적도가 높아졌고, 적층률이 지속해서 올라가며 웨이퍼는 점차 잘게 나눠져 이익률을 높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AI·5G·자율주행 등 급증하는 데이터를 소화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업체들의 수요가 급증할 것은 확연한 사실이다. 업계나 정부,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메모리업황이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삼성전자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메모리반도체가 아니다. 시스템반도체로 선회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싸이클에 심하게 휘둘리지도 않는다. 시스템반도체 대만의 글로벌 1위 기업 TSMC의 아성을 따라잡겠다며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삼성전자는 발표했다. (파운드리에만 치중하지 않는다면) 비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는 AP 등을 생산하는 파운드리를 비롯해 각 IT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산업과 유기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더없이 유리하다.

지난해 국내 팹리스 상장사의 절반 이상은 적자를 봤다. 팹리스 점유율은 미국이 68%, 대만 16%, 중국은 13%, 우리나라는 1% 미만이다. 국내에는 끌어주는 대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 및 로직을 만드는 것이 팹리스, 이를 칩으로 구현하는 것이 파운드리로 알려졌다. 역으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팹리스기술이 필요한 기업은 국내 IT 대기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과 스마트폰의 두뇌인 인공지능(AI)의 기반은 모두 구글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라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가 하드웨어에 치우쳐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처럼 1, 2개의 대기업이 업계를 좌지우지하기보다 사용처마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펩리스산업이 융성하게 되면 삼성의 투자는 중소기업은 물론 벤처업계까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제조업 위주로 국가 경제발전을 이뤄온 우리나라가 삼성이라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했다면, 이제 삼성이 재계 1위의 기업으로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퀄컴, 엔비디아 같은 성격의 굵직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나올 수 있는 IT강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 민간영역의 토양을 만들어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싸이클 호황을 맞아) 메모리반도체 어닝서프라이즈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4차산업 혁명으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미래를 맞는 태세를 갖추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기업의 투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기업을 정치의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나온 해석이라 생각한다. 기업은 투자할 만한 곳이 생기면 돈을 쓴다. 삼성이 이번에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한 것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견·중견기업과 육성이 필요한 벤처기업 나아가 전 생태계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쏟는 것과 같이, 이윤이 되면 단행하는 것이 기업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에 투자했던 것처럼 시스템반도체의 투자로 인해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부가 융성하고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까지 영향력을 끼쳐 시너지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멈칫한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실적이 올해 2분기 ‘어닝쇼크’를 초래했다기보다 되레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어닝체인지(Earning change)’라는 적기의 타이밍을 만든 계기였다고 돌아볼 언젠가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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