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행보에 내홍 재발한 바른미래…鄭에 반발한 평화당 ‘비당권파’

바른미래당(상)과 민주평화당(하) 지도부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상)과 민주평화당(하) 지도부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달 홍문종 의원의 탈당으로 자유한국당에 내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잠시 제기되기도 했던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군소정당에서마저 최근 들어 당 대표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정치권이 바야흐로 ‘분열의 시대’로 다시 접어들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孫, ‘심상정 정개특위’ 관련 발언에 갈등 폭발한 바른미래당

현재 신속처리 안건으로 상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끝까지 통과시키려는 손학규 대표의 최근 행보가 패스트트랙 강행의 여진이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바른미래당 내부를 다시금 뒤흔들고 있다.

이미 불안한 당내 상황은 1일 초월회에 참석한 손 대표 발언이 나왔을 때부터 일부 감지됐었는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제가 단식하면서 여야 간 합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켜냈다”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그것을 (기존에 맡았던 정의당의) 심상정 위원장에게 다시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주길 정중히 요구한다”고 제언했다가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장 지상욱 의원부터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손 대표는 대체 어느 당 대표자인가. 불법 강제 사보임 땐 그 불법성에 한 마디 안 하고 그쪽에 치우치더니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의원들 총의로 당선된 오신환 원내대표의 권한마저 밖에다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연동형 비례주의자란 것은 알지만 이젠 원내대표 권한까지 탐하는 것인가. 당헌당규에 나온 대표 권한이나 잘 지키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지 의원은 “지금 혁신위가 꾸려졌다고 하는데 혁신 1순위는 이유여야를 막론하고 해당행위를 자행, 수시로 밥 먹듯 당헌당규를 파괴하는 손 대표의 퇴진”이라며 한동안 잠잠했던 손 대표 퇴진론까지 다시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하루 뒤인 2일엔 손 대표가 정개특위 위원장직과 관련해 평화당, 정의당 대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는 공동기자회견까지 진행하려 하자 오 원내대표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앞서 최고위에 참석한 손 대표 면전에서 이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이 중 하태경 최고위원은 “교섭단체도 아닌 정의당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장을 만드는데 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앞장서는가. 손 대표가 정의당 대표인가”라며 “정말 자괴감이 든다. 굳이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가 걱정이 되면 바른미래당 의원이 맡아야 한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심 의원이 맡아야 한다고 한 발언은 해당 행위라고 보기 때문에 손 대표가 즉각 이 발언 취소해야 한다. 그리고 당원과 국민들께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오 원내대표도 11시로 예고한 기자회견을 꼬집어 “회견은 취소해주기 바란다.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대상으로 봐야할 것이지 한국당을 배제의 대상으로 놓고는 결코 우리들이 원하는 선거제도, 사법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며 “시각과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원내대표 간 어렵사리 이뤄낸 협의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엇박자는 당 대표의 월권이니 최고위원들과 함께 논의해 이 부분에 대해 대응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심지어 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에도 회견이 사전에 조율된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어제 채이배 정책위의장을 통해 들었다”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가져가든, 안 가져가든 합의 내용으로 의석수에 따라 결정하는 거지 왜 손 대표가 정의당이 위원장을 가져가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하나. 한국당을 배제하고라도 통과시키고 싶은 정의당에 왜 바른미래당이 얹혀 가는지 모르겠다”고 재차 불만을 토로했다.

◆ 孫 체제 끝내 밀려나나…한국당과 점차 보폭 맞추는 바른미래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우)가 최근 각종 현안에 있어 상호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우)가 최근 각종 현안에 있어 상호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다만 그는 당 내홍이 재발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 직전 손 대표를 만난 뒤 개최한 차담회에선 손 대표와 소통되지 않는 것 같다는 질문에 “통화도 자유롭게 하고 의논할 것은 의논한다. 손 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분은 아니다”며 “어렵사리 합의한 교섭단체 정신을 깨는 그런 것들이 포함돼 있어 기자회견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손 대표가 심상정 의원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일단 수습에 나섰다.

그래선지 실제로 손 대표도 2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구했을 뿐 정의당에 양보하라는 등의 발언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권을 놓고 벌이던 양측의 신경전이 이대로 마무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오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출범한 혁신위원회와 관련해 “손 대표 퇴진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위는 아니다”라면서도 “당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의 첫걸음은 지도부 체제의 변화”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는데, 손 대표 측근인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혁신위 첫 회의에선 손 대표 거취 문제를 포함한 새 지도체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던 것으로 일부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특히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여당과 함께 했던 손 대표 측 행보와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듯 최근 바른미래당에선 오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과 현안 관련해 적극 공조에 나서는 분위기인데, 이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1일 오후 북한 목선 귀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함께 제출한 데 이어 2일에도 오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와 ‘붉은 수돗물 사태’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를 겨냥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양당은 교육부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무단 수정 의혹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할 모양새인데, 비록 한국당이 먼저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3일 오후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난 1일 바른미래당에서 오 원내대표가 “저희도 국정조사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으니 이후 추가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과거 바른미래당 출신인 이학재 한국당 의원도 국조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바른미래당과 제출 내용에 대한 조율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혀 공조가 계속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평화당도 당권파 vs 비당권파 주도권 싸움에 분열 기로

지도부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균형을 깨게 된 박주현 수석대변인 임명을 기점으로 민주평화당의 내홍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지도부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균형을 깨게 된 박주현 수석대변인 임명을 기점으로 민주평화당의 내홍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군소정당인 평화당에서도 바른미래당처럼 공개석상에서 당 대표에 정면으로 맞서는 등 점점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는데,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도 정계개편 방향을 놓고 유성엽 원내대표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를 선호하는 정동영 대표를 겨냥 “어제 최고위 회의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관한 말이 있었는데 현 시점에서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더 이상 당내에서 거론되지 않길 바라고 실질적으로 정식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을 논의하자”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미 지난달 10일 최고위에서 박주현 수석대변인을 임명하려는 정 대표와 충돌한 이후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는 최고위원회의에도 줄곧 불참하고 있을 정도로 갈등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데, 당 방향을 두고도 정 대표는 자강론을 강조하는 반면 유 원내대표는 제3지대론을 펴는 등 이미 접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여러 사안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유 원내대표와 최경환 최고위원, 장정숙 원내대변인을 비롯해 김종회·박지원·이용주·장병완·천정배 의원 등 비당권파들이 지난달 18일 비공개 의원간담회를 열고 당 상황을 논의한 뒤 환골탈태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천 의원을 통해 정 대표에게 그 뜻을 전했으나 이마저 거절당했는데, 급기야 비당권파 의원들이 비공개 조찬모임을 가진지 하루 뒤인 26일엔 박 수석대변인과 홍성문·문정선 대변인을 제외한 기존 대변인단이 사전 고지도 없이 최고위 의결로 전격 교체됨에 따라 아예 당권파가 당직을 전부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한층 커졌다.

무엇보다 비당권파인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김정현 대변인도 해임 대상에 포함돼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는데, 앞서 강행된 박주현 수석대변인 임명으로도 이미 8명의 최고위원 중 당권파가 과반을 차지하게 된 바 있어 정 대표에 대한 비당권파의 누적된 불만은 자칫 탈당 감행이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일단 유 원내대표와 박지원·천정배·장병완 의원은 지난 2일 오후 내홍 수습을 위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는 방안 등을 갖고 정 대표와 비공개 담판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는데, 당권파 측은 이런 제안에 회의적인 데다 현재로선 양측이 타협할 만한 새로운 변수도 없기에 6월 임시국회가 끝나도 별 변화가 없다면 결국 제각기 거취를 정할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군소정당의 존재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내홍까지 조금이라도 더 길어져봐야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4~28일 전국 성인 2504명에게 조사해 3일 발표한 2019년 6월 4주차 정당 지지도(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살펴봐도 주요정당 중 내홍이 일어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만 각각 4.4%와 1.7%로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해 결별이든 축출이든 빨리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그나마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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