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계속되는 말실수, 無고민·無정책
황교안 차기 대권 지지율 급락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그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 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차등 임금 발언, 아들 스펙 논란으로 황 대표의 지지율이 잠시 주춤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 번복과 엉덩이 춤 논란 등 문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당 지지율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리더십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당 내 막말 논란을 추스르고 통합과 쇄신을 기치로 황 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오히려 본인이 잇단 설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당을 안정시키고 장악력을 보이기는커녕 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의 우리공화당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내분이 격화되면서 결과적으로 계파 간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현재 정치 최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청년 이해 못하는 黃

지난달 20일 숙명여대 강연에서 부족한 스펙으로도 대기업에 취업한 아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황 대표는 자신의 아들 스펙에 대해 “학점도 엉터리라 3점도 안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라며 “요즘 말하는 다른 스펙이 하나도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는 고교 영자신문반 편집장·장애학생 대상 봉사·대학 조기축구회 조직 등 특성화된 역량을 쌓아 아주 큰 기업 다섯 군데에 최종합격 했다”고 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오히려 청년층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숙대 게시판에는 ‘아빠가 황교안인 게 취업의 비밀’이라는 조롱글이 올라오거나 한 커뮤니티에는 ‘학자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어서 학점도 못 챙기는데’라고 분통을 터트리는 글들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들의 분노는 최근 수저 계급론이 고착화 되고 있는 것과 맞닿는다. 즉 한 번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사회연구' 지난해 12월호에 실린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에 따르면, 2017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30세 미만 청년의 61.55%가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이는 2013년 조사에서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46.8%)고 한 수준보다 1.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관적 계층의식에 있어 경제적 자원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신조어, 수저계급론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득 불평등 해소가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이는데 더 중요해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청년층의 계층이동 가능성에 부모나 가구의 특성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에 의한 계층 이동 사다리가 약해지고 있다”며 “경제 수준이 낮은 집단일수록 계층이동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취업 준비 시작점이 다른 시대에 황 대표가 ‘스펙 쌓기만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한다 해도 청년층의 인식과 황 대표 인식 간 괴리는 매우 크다는 것을 재확인 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황 대표가 청년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없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그렇기에 황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이 알려지면서 여야는 ‘청년들 염장 지른다’, ‘꼰대’, ‘약올리기’라고 맹비난 했다.

특히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마치 취업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한 결과를 초래해 대기업에 취업한 자신의 아들 같은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을 분리하고, 자신의 아들의 우월성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공감능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꼰대’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아들 무스펙 발언이 실상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난 이후의 황 대표 행보다. 황 대표는 발언이 문제가 되자 지난달 21일 본인 페이스북에 아들의 학점은 3.29, 토익은 925점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거짓말 논란이 이어지자 황 대표는 “낮은 점수를 높게 이야기했다면 거짓말인데,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냐”고 오히려 반발했다.

◆법알못, 경알못 조롱도

지난달 19일 내·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차등 지급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황 대표는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 온 바가 없고 세금을 낸 것도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내·외국인)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임금과 관련해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그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 금지가 돼선 안된다”며 “법 개정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을 ‘국가주도 사회주의 이념 정책’이라고 말하는 등 정부의 임금 결정을 ‘반시장’이라고 비판해왔던 황 대표가 시장에서 형성된 임금을 ‘법 개정’을 통해 조정한다는 발언 이 오히려 스스로 추구한다는 ‘자유시장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의 발언이 더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황 대표의 ‘내·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발상 자체가 현행 법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장관까지 거쳤던 법률가인 황 대표를 두고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조롱받고 있다.

실제로 황 대표의 발언은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처우)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정면 위배된다. 또한 외국인근로자고용법 제22조 차별금지에 의해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적 처우는 금지된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협약)의 제111호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에도 고용이나 직업에 있어 내·외국인 간 차별을 금지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법 개정을 한다 해도 국제노동기준에 배치된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황 대표 주장대로 될 경우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 위축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와 경제를 잘 모른다는 뜻의 ‘경알못’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국인 최저임금은 급격히 오르는데 황 대표 말대로 외국인 최저임금만 낮다면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급상승할 것이고 한국인 노동자 숫자는 급 하락 할 것”이라며 “기업 사장님들은 싼 외국인 노동력 써서 좋겠지만 우리 국민은 취직이 더 어려워져 아우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황 대표 발언을 지지하는 분들 중엔 외국인 노동자 너무 많다고 줄여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황 대표 말대로 외국인 최저임금 차별하면 외국인 노동자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많아진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황 대표는 중소기업에 멋진 사내 카페를 만들면 중소기업에 갈 것이라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제안을 하는 황 대표가 경제·사회, 청년문제 등 국정 철학이 빈곤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박신당...위기의 한국당

홍문종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공동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홍문종 의원의 한국당 탈당으로 친박신당론이 나오면서 황 대표 취임 이후 잠잠했던 당 내 계파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예결위원장 선출 문제가 당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황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친박(친박근혜계) 신당이 태어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홍 의원을 따라 한국당을 나가는 의원들이 나올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자체가 ‘정치’이기 때문에 총선 결과 최소한 20석 이상을 확보해서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주하던 지지율 하락 ‘비상’

ⓒ리얼미터 제공.

황 대표의 위기 상황은 2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지난 5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던 황 대표는 2.4%p 내린 20.0%로 작년 12월부터 5월까지 6개월 연속 지속했던 상승세가 꺾이며 2위로 하락했다.

특히 황 대표는 지역별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 전 연령, 한국당 지지층, 보수층, 중도층에서 하락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5월 조사 대비 0.4%p 오른 21.2%를 기록,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범진보·여권 주자군(이낙연·이재명·김경수·김부겸·박원순·심상정)의 선호도 합계는 1.8%p 상승한 51.2%, 범보수·야권 주자군(황교안·유승민·홍준표·나경원·오세훈·안철수)은 2.3%p 하락한 39.0%로, 양 진영의 격차는 8.1%p에서 12.2%p로 벌어졌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심지어 황 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의 지지율도 심상치 않다. 아시아투데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7월1주차 주간 정기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p)에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38%, 한국당의 지지율은 24.1%다.

아시아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5월 4주 정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9.1%에서 1.1%p 소폭 하락한 데 비해 한국당은 35.3%에서 11.2%p 급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한국당 지지율은 5월 말까지만 해도 30%대로 상승세였으나 '식물국회' 정국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 가중되면서 6월 중순부터 지지율이 꺾여 20% 초반대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북미 정상 만남이 이번 결과에 반영됐을 수 있지만, 국회 파행과 황 대표의 설화 등으로 한국당에 실망한 지지자 많아진 탓”이라며 “국회 정상화 이후 한국당이 정책 정당·대안 정당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지지율 상승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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