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유전병이었던 관계로 '대를 이어' 왕가에 자리잡게 된 혈우병의 비극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왕실역사상 가장 참혹한 비극은 바로 '혈우병'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19세기에 영국을 통치한 빅토리아 여왕의 자손들 중 1명의 아들과 3명의 손자가 혈우병을 가지고 있었던 것. 유전법칙에 따라 빅토리아 여왕의 딸 가운데 적어도 2명, 손녀 가운데 4명이 혈우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여인'들은 하나의 X 염색체만 혈우병 유전자를 가졌을 뿐 다른 하나의 X염색체에는 혈우병 유전자가 없어 '자손'에게만 유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 비극적 상황은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빅토리아의 여왕의 딸들은 당시 유럽 왕실의 풍습대로 타국의 왕실로 시집가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혈우병은 유럽 여러 왕실에 널리 퍼지게 되었으며, 여왕의 손녀인 알렉산드라 공주가 러시아 니콜라스 2세 황제와 결혼하면서 이 둘의 아들인 알렉시스 황태자에게 혈우병 유전자가 유전되었고, 바로 낫지 않는 알렉시스 황태자의 혈우병 탓에 라스푸틴이라는, 영원히 세계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법한 악덕 사제가 황태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서면서 왕실 정치에 침투, 결국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주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혈우병'이 유구한 역사의 러시아 왕실을 무너뜨렸다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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